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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難治病











                             難治病













돌이킬 수, 없는


















가만히 피씨를 켰다.

시작 페이지는 about:blank

하얀 화면을 기다리며 탁탁, 마우스를 쥔 손으로 무릎을 친다.

그리고 익숙한 경로를 밟아 하나씩, 흔적을 살핀다.

메일, 카페, 뉴스, 몇몇 포털 사이트들.

무수한 흔적들 사이를 방황하는 것은 무료함 때문일 것이고

시간을 세지 않기 위함일 것이고

너를 기억하지 않기 위함이다.

몇 개의 덧글과 새로 뜬 new표시들을 헤메는 것은.







익숙한데도

그런데도

너의 부재는 이렇게도 심상하다.














창문 너머 윤기가 흐르는 먹먹한 밤바다를 보며 난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너와 나 사이에서 더이상의 접점은, 없다고.

더 이상은, 아니라고.








이젠 너의 메일함을 없애고

모든 즐겨찾기로부터, 메신저로부터, 전화번호부로부터 너를 해방시켜줘야 할 때라고.

피씨를 끄기 전 다시 한 번 열어본 메일함에서 이런 메시지가 반짝이더라도,








'새편지가 왔습니다.'










더 이상의 기대는, 금물이라고.
















제 목: 난치병
보낸날짜: 2004년 09월 02일 목요일, 저녁 08시 50분 02초 +0900 (KST)
보 낸 이 : bluest eye <hsgoon@hanmail.net> 수신거부에 추가 주소록에 추가
받 는 이 : <stj0221@hanmail.net>

사랑이란 건

정확하게 말해 헤어진다는 건

아니, 그 헤어짐을 감당한다는 건

실은 불치병은 아니야.

다만 난치병일 뿐이지.

음- 예를 들면 백혈병같은 거랄까.

골수이식받으면 살 수는 있는건데

그러니까 당장 죽는 건 아닌데,

그 골수란 걸 구하기가 쉽냐고.

하지만 끈질기게 붙어있는 미련같은 걸

그런 희망같은 걸

어떻게 포기하니?

어쨌든 골수만 구하면, 살 수 있는 거잖아.

근데 그걸 어떻게 포기하고 죽을 생각을 하겠어?

그냥 어떻게든 버텨보는거지.

있잖아,

헤어진다는 게 그래.

사랑한다는 게 그래.

적어도 혼자 하는 사랑이란 건 그래.

혼자 접는 사랑이란 건 그래.

죽진 않아.

그렇게 쉽게 죽진 않아.

하지만 정상적으로 살 수도 없지.

그냥 살기만 하는 것도 너무 힘들지.

그냥 살기만 하는데도 엄청난 노력과 돈과 고통이 수반되는 거지.

누가 사랑이 불치병이래?

불치병 아냐.

고칠 수는 있거든.

방법은 있어.

다만 그게 죽기만큼 힘들 뿐이지.









...힘들게, 할 거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그렇게 느낄 만큼?





                                    ever yours,













몇 번이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가,

몇개인가의 단어를 치다가,

다시 메일을 본다.















화면 가득 뜬 그 글들을 보다가,

읽다가,

기억하다가,

그대로 전원을 껐다.















말해주고 싶었지, 언젠가는.

적어도 혼자는 아니었다고.

내가 혼자가 아니었듯이 너도 혼자는 아니었을 거라고.

다만 몰랐을 뿐, 그랬을 거라고.

하지만 이제 와서

너를 잡을 수도, 안을 수도, 볼 수도, 더 이상 사랑할 수도 없는 이제와서

네가 혼자가 아니었다고 하는 건

그런 건 할 수 없어.

가졌다가 잃는 것보단,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 게 나아.













...난치병이 힘드니?

불치병은, 더 힘들어.

이 건 진짜야.

























밤의 적막을 깨고, 스테이션에 호출이 들어왔다.












돌이킬 수, 없는










.............................................................
이토록 암울한 것 따위가 재개장 축설이란 걸 믿을 수 있으신 분? ...( __)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9-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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