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완결방입니다. 누구나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21   1/  2   0
Category (83)  공지 (1)  단편 (48)  장편 (3)  축설 (10)  행사 (21) 
atlantis
2002년 여름 이벤트 : 마음으로 살고 싶다


2002 바빌론 여름 이벤트 Six Gong Stories
C타입



그것은 찰나였다.


1초도 안될 듯한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보았다.

적막함을 깨는 시끄러운 지저귐속에서 알았다.
그토록 짧은 시간동안 그토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그런 것이 세상엔 존재할 수 있다고....





                         마음으로 살고 싶다.

                                               -By atlantis-








아침부터 교내는 시끄러웠다.
어제 투신자살한 3학년 선배의 관한 이야기로 전교생이
웅성거렸다.

물론, 그리 주목받았던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미움받는 그런류의 사람도 아니었다.


학생회를 하면서 가끔 눈인사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던 사람.
그냥 늘 슬픈 눈을 하길래..그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어제 투신자살하던 그 순간 아래층에서
덥고 끈적한 여름을 잠시 피해 볼 요량으로 창가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던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거꾸로 낙하하는 그 사람은 나를 보았던 걸까.
아니면 나만 그 사람을 보았던걸까....
낙하하면서도 미소짓고 있던 그 사람.
어떤 생각을 하면서 떨어졌을까...







"아!"


금세 핏물이 고였다.

"뭐야?"
"아. 조금 베인 것 같아."
"이거 떼어버리기도 뭐하잖아."


그렇다 너무나 얇게 베였지만 아직 절반 정도는 손가락에 붙어
베어진 살이 너덜하게 붙어있었다.


"그거 그냥 손가락에 붙여. 그럼 다시 불을걸."


나는 민준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다가 이내 손가락에 다시 붙였다.
적은 상처인데도 따끔거린다.

정말 신기하다 조금전까지 떨어져있던 그것은 마치 제살임을 안다는 듯
접착제를 붙인 양 착 붙었다.

하지만 조금은 같은 조직일텐데도 거부반응이 있는지. 쓰라리고
조금씩이지만 피가 고여 나온다.


"어쩜 인간의 마음보다도 더 정직한 건 몸쪽이 아닐까?"

"응? "

"아니다, 점심먹자"

"그래"


이상한 날의 연속인건가? 어제, 오늘 - ---







"더워- ---- "

"하아..하...아."



"더우니까 붙지말라니까. 결국 또 이렇게 되버렸잖아"

"뭐야, 자기도 반쯤은 넘어왔던 주제에"

"말은 잘하는구만."

녀석의 코를 한번 쥐어 주고는 냉장고로 갔다"


"아, 수박먹을까?"

"싫어. 화장실 가는거 불편하단말야."


녀석의 한마디에 나는 잠시 얼어버렸다.
녀석은 만난지 3개월쯤 된 나의 연인.
계단을 헛디뎌서 전치 2개월동안 병원신세를 지고있는 중이다.

한쪽 다리를 천장에 매달고 조금전의 정사에
헉헉대고 한다는 소리가 ....


갑자기 웃음이 나와버렸다.

"뭐야? 왜 웃어?"

"이봐ㅡ 수분을 좀 보충하고  이런짓은 조금 줄이는 편이
너에게도 좋지 않을까해서 말야."


녀석은 얼굴이 금세 벌게져서는 씩씩댄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녀석과의 섹스는 넘 잦다.

게다가 병원에 입원한 주제에. 휴- 뭐. 일단은 하나밖에 없는 연인이니
어쩌겠는가. 녀석이 편해야 나도 편한 것을,

벌게진채 다시한번 정사를 나누고

그후,
녀석의 뒤처리를 다 해주고 녀석이 잠든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여름의 밤은 낮보다도 잔인하다.
이 끈적한 기온하며 온갖 곤충들이 판을 치는 밤.


어쩜 어제 그 선배가 살아있다면
산자로 이 밤을 같이 보냈을 텐데. 뭐 각자 떨어져서지만.


아쉽군. 괜찮은 선배였는데. 흠.




과제를 하다가 무심코 어제 베어버린 손가락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거의 다 아물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손가락이 해야 할 일들을 다른 손가락들이
하는것을 보고 참 신기했다.

자신이 생각지도 않았지만 스스로는 자기방어를 하는 셈인건가.






"너 어제도 준이한테 갔었지?"

"어."

"너희 이번엔 꽤 오래간다."


민준이가 뭐가 좋은지 헤실헤실 웃는다.

"그만 웃어, 왜 니가 좋아하냐."
"아 ㅡ 뭐. 중매쟁이의 기쁨이려니 해라."

아 그렇지. 저 녀석이 준이를 처음 나에게 소개시켜줬지.
정말 질리지도 않게 설득해서 나간자리에 준이녀석을보고

그 다정함에 선뜻 거절하지 못했지만.

녀석과 처음 베드인한게 만난지 5일만이었지. 나 조금 빠른편이었나?



"오늘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너 나오지 않을래?"

"오늘은 조금 ..바쁜데."

"생각있음 나와."




스탠드 불빛이 따갑다.

민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웬지 가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친구녀석들과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데.

에잇, 가자. 이렇게 집에있는것도 따분했으니.




조금 점잖은 옷을 골라.
만나기로 한 그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 도착하니 민준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보이지 않는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결국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일찍오지 그랬냐?
오늘 너도 없고 성현이도 없고 해서 그냥 일찍 마쳤는데."

"그래. 할 수 없군. 그럼 잘 쉬어라."



기껏 왔더니만...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해진다.
그냥 가자니 웬지 나온 게 아깝고 ...생각난 김에 맥주나 할까.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훌쩍거린다.

가만 보니 혼자 울 타입의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바보.

1시간쯤 지났을까 .
옆 자리를 보고는 조금 당황스러워졌다.


혼자 훌쩍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
잠이 든것이 아닌가.



같이 온 일행도 없는 사람이  겁도 없구만.

그냥 무시하고 집으로 가려 했는데.

그 사람이 내 팔을 잡는다.



"저기,  요앞에 있는 호텔까지만 데려다 주실래요."



아. 참. 할 수없는 상황이군.
어쩔 수 없이 가까운 호텔로 데려다 줘야했다.


키는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꽤나 가볍다.
얼굴도 조금 여리여리한것이..여러남자 울렸겠구만.


침대에 눕히고 한숨 돌리고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있을때였다.


"나 좀 안아 줄래요?"

나는 놀라서 그 사람을 보았다.
정신이 들었는지 반쯤 감긴 눈을 하고는 나한테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초면에 이런거 무례하겠지만,
댁이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는 관심없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후회할 짓은 하지 마세요."


"....후회같은건 안할테니 한번만 안아주세요."


침대옆에 가서 앉았다.
눈시울이 조금 젖어있는 그 사람이 웬지 슬퍼보였다.


"정말 후회안 할 자신 있습니까?"


그 사람이 긍정인듯한 눈으로 말한다.













"학..하..아..."

나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조금씩 무너져간다.

처음보는 사람인데.. 나역시 이렇게 흥분해가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으응 -      -아!--------"

놀랄만치 몸이 잘 맞는다.
이사람 뭐하던 사람일까.


"그렇게 서둘지 말아요.
기분좋게 해줄테니."


"싫..어..  빨리!"


조금전까지도 모르던 사람인데.
나도 모르게 감싸주고 싶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항...좋..아- ----.
  이름을...이름을 부르고 싶어.. 가르쳐줘요, 응?"


"준혁. 서준혁이에요."


이름을 말한 순간 굉장한 쾌감이었다.
흥분한 그는 지금껏 지내 온 다른 어떤이보다도
날 잘아는양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후 몇번이고 그는 나의 이름을 불렀고
마지막 절정에 다다라서는  나는 그와 내가 마치
한 몸에 일부인양 잠시동안 착각했었다.



옆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그에게 키스하고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솜씨가 좋군요."

"안타깝게도."

이런류의 칭찬은 그냥 웃어넘기고 싶다.


"처음보는 남자와 자고 싶을 만큼 뭔가 절실했습니까?"

나는 반쯤은 호기심과 반쯤은,
내 감정에 화가 나 있었다.


물론 시작은 그가 했지만 끝에 절실해진건 나였으니까.



"몇일전에 동생이 죽어버렸어요."


아. 그런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동생이 죽었다고 이렇게 되야하는 상황은 아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집에서 동생을 잃은 슬픔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복동생이었는데,
우린 사랑했어요."

"아.."

"바보같이, 그렇게 죽지않아도 되었는데.
나만 모른 척 눈감고 떨어져 있으면 괜찮았는데
녀석이 날 위한답시고 자기 혼자 죽어버렸어.."


그 사람을 안아주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동생이 혼자 죽어버린게 화가 난 건가요?
아님 자신이 같이 죽지못하는게 화가 나는 건가요?"


"모르겠어. 이젠 모르겠어!"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동생을 그냥 보내줘요.
이유야 어찌되었던 당신을 위해서 죽었다면.
그걸로 당신은 그사람의 사랑 전부를 받은거에요. 됐어요. 이젠 울지말아요."




"아냐, 우린 한번도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한적도 없는걸.
그냥 이렇게 평생 살다가 죽어버려도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아직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한번도 내가 먼저 마음 열어준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망가져가려고 하지 말아요
자신을 아껴요. 그게 동생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거에요."


그 사람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마음만으로 사랑해도 그걸로 충분한건가요?"


"그럴지도."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위로가 되었어요.
오늘 함께 있어준것도."


"저도요. 당신때문에 웬지 내 연인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거든."



우린 한참을 함께 있은 후에 새벽녘에 그 사람과 호텔에서 나왔다.
새벽이지만 달이 떠있는 것이 어쩐지 생소해서 그냥 잠깐동안 서서
달을 보고 있었다.



같이 거닐다가 내가 학교앞을 지날때 쯤
걸음을 멈췄다.



"내 동생이 다니던 학교에요."


"아..저도 이 학교 다녀요."


아차싶었다.
그럼 죽었다는 그 동생이.



"투신자살했어요. 여기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누이고
죽었어요. 바보같이."


그럼 그 선배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선배의 연인이자 형인것이었다.
난 웬지 선배에게 미안해져 버렸다.

왜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학교를 응시하는 그 사람을 보고 입을 열었다.



"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마지막까지 미소짓고 떠나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 나와 눈이 마주 쳤을때 잠시동안 느낀거지만
웬지 행복한 눈을 했다고 생각했던것은...




나도 마음만으로 살고 싶어요. 언제나.
당신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그 무언가를 위해.





사라져가는 달을 지켜보며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의 충만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준이가 생각났다.



그 사람에게 택시를 태우고 나도 준이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병실문을 열자 곤히 잠들어 있는 그 녀석이 그 어느때보다도
사랑스러웠다.
녀석에게 다가가 녀석에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아..! 뭐.야? 준혁, 아침부터"

"사랑해. 준아"




"나두"



그리고 아침햇살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준이와의

                          입맞춤은 영원보다 길고 길었다....





여름날의 어느 아침이었다.







<BabyAlone의 코멘트>
사실은 주인공이 저랑은 너무 다른 성격인 듯 싶어서
완전히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만, 이런 식의 사랑도 존재하는 거겠지요.
아틀란티스님도 여전히 건재하시군요.
좋은 글 많이 보여 주십시오.



 
 21
  2002년 겨울 이벤트 : Kiss
멜리사    2004/08/31   4590 
 20
  2002년 겨울 이벤트 : 기다림의 마침표를 찍다
atlantis    2004/08/23   2877 
 19
  2002년 겨울 이벤트 : 너는, 기다림
앤쏘    2004/08/23   1465 
 18
  2002년 겨울 이벤트 : 미련한 결정
엘루네드    2004/08/23   1602 
 17
  2002년 겨울 이벤트 : 미소짓는 언젠가
엘리카    2004/08/23   1530 
 16
  2002년 겨울 이벤트 : 눈 오는 날 [1]
ijen    2004/08/23   2046 
 15
  2002년 겨울 이벤트 : In other words… I love you
ijen    2004/08/23   2400 
 14
  2002년 겨울 이벤트 : 세월 - 함께 살아가기
하리    2004/08/22   1593 
 13
  2002년 여름 이벤트 : 무천화(無舛花) [1]
Jaywalk    2004/08/21   970 
 12
  2002년 여름 이벤트 : 나의 애완견
히즈    2004/08/21   1165 
 11
  2002년 여름 이벤트 : 장마
아르헨    2004/08/21   869 
 
  2002년 여름 이벤트 : 마음으로 살고 싶다
atlantis    2004/08/21   841 
 9
  2002년 여름 이벤트 : 카페 이야기
coolmoon    2004/08/21   1008 
 8
  2002년 여름 이벤트 : 부비트랩
root9    2004/08/21   935 
 7
  2002년 여름 이벤트 : 한여름밤의 꿈
엘리카    2004/08/21   856 
 
  1 [2]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