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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83)  공지 (1)  단편 (48)  장편 (3)  축설 (10)  행사 (21) 
ijen
Kissing You 09-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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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

뭔가에 덮쳐졌다고는 생각했지만
오히려 넘어지면서 땅에 부딪힌 충격으로 뒷통수와 등쪽이 훨씬 더 얼얼했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않아
그제서야 자신이 무언가의 밑에 깔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비트는데 잠시 생각을 해 봤더니
이건 그냥 단순히 '깔렸다'기 보다는 무언가에 '붙잡혀 있다'라는 기분이
역력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겹쳐 쓰러진 윗쪽을 더듬거렸다.

" ……. "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도 몇년이나 입어왔던 분명히 도복, 임이 분명한 옷자락이 손 끝에 만져졌다.


" 재인아!! "

지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먼저 자신의 위로 겹쳐진 재인의 몸을 들어올려 그 안에서 빠져나왔다.
빠져나오기가 쉽지가 않은 건 자신과 재인의 위로 넘어진 합판이나 목재들의
무게 탓이 아니라 넘어지면서도 자신을 꽈악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은
재인의 팔, 때문이었다.
간신히 빠져나온 후, 멋대로 넘어져 있는 자제들을 치웠다.
무게가 장난이 아닌지라 서너개를 치우고 나자 금새 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거기다 나무의 다듬어 지지도 않은 거친 면들에 스쳐 여기저기가 긁혀 피가 났다.
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동작은 자꾸만 느려져 지윤은 애가 탔다.
재인의 위로 덥친 자제들이 거의 치워져 갈 때쯤,
그의 손끝이 조금 움직이는 듯 했다.

" 재인아! "
" ……. "

그리고 재인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자제들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지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을 뻔 했다.
어딘가가 찢어진 듯,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야!!! "

울 듯이 소리치자 재인이 스윽, 하고 이마위의 피를 훔쳤다.

" 빨리 가자. 올 때 구급상자 챙겨 왔지? 빨리 가자.
   시합시간 다 됐단 말야. 아직 안 늦었어. 빨리 가자. 빨리…. "

옷자락을 잡고 끌어당겨도, 재인이 꼼짝도 않는다.
뭔가 잘못됐나 싶어 지윤은 덜컥, 겁이 났다.

" 그럼 너 여기 있어. 내가 사범님 모셔올게. 너 괜찮은거지? 재인아!!"

재인이 고개를 들어 지윤을 바라보았다.
닦아 내어도 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흘러내리던 눈물처럼.

몸이 덜덜 떨렸지만 그대로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지윤은 몸을 돌렸다. 힘이 풀린 다리가 좀처럼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 ……. "

붙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이 뒤돌려졌다.
코 끝에 느껴지는 마린향기에 퍼뜩 정신을 차린 지윤이
안간힘을 써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
재인은 놓아주려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까 넘어지면서 팔 쪽을 다친 듯,
삐긋, 하며 지윤을 놓쳐버렸다.

" 너 뭐하는거야! 정신 차렸음 빨리 시합장으로 가야 할 것 아냐!
   제정신이냐? 빨리!! "
" 안 갑니다. "
" 못 움직이겠어? 그럼 제발 얌전히 좀 기다려. 누구든지 데리고 올 테니…! "
" 안 간다구요. "

재인이 지윤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 잘 못 들었습니까? 못 가는게 아니라 안 간다고 말하는 겁니다. "
" 야……. "
" 시합은 또 있어요. 졸업까지 1년이나 남았습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시합에 나갈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결승까지도 쉽습니다. "

기가 막혀 '그래, 너 잘났다' 고 말하려던 지윤은

" 하지만, "
" ……. "
" 하지만 선배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또 만나 주실 겁니까? "

재인의 물음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 대답해 봐요. 오늘이 지나도 또 만나 주신다고 약속 할 수 있습니까? "

거짓으로라도 그래, 라고 말 하기엔 재인의 눈빛이 너무 사나웠다.
붙잡힌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 그런 건, 시합 끝나고 난 뒤에…. "
" 웃기지 마요. "

던지듯 말하며 재인이 다시 한번 더 이마의 피를 닦아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붙잡은 지윤의 팔은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피는 굳지도 않고 계속 흘러
그의 턱에서부터는 뚝, 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수능 후 지금까지, 왜 연락한번 없었던건지 물어봐도 됩니까? "
" ……. "
" 분명 한달 후, 수능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
" ……. "
" 이게, 그 대답입니까? "
"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서……. "

재인이 뭐라구요, 하며 묻듯이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 뭔가… 비 정상적인 거라고…… 그래서…. "

짧게, 간단하게, 확실하게 말 해줘야 하는데 입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거기다 바보처럼 웅얼거리는 바람에 아마 제대로 전해지지도 못했을 거다.

" 남자… 끼리잖아…… 이상한거라고 생각하면… 그러면……. "
" 그래서, 그만두자구요? "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아니!' 하고 소리지를 뻔 했다.

" 여기서 그만두자는 겁니까, 선배? "

하고 물어오는 재인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차가웠고, 냉정했다.

" 빨리 대답해봐요. 그래서, 남자끼리는 뭔가 이상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뭔가가 이건 아니다 싶고, 그래서 이제 그만두자, 는 겁니까? "
" ……. "
" 그건 어디까지나 선배의 생각, 입니까? "
" ……. "
" 말해봐요. 한달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가 이겁니까?
   결국엔 '말이 안되는 얘기니까 그만두자' 가 그 대답입니까? "

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

휙-, 하고 재인이 마치 팽개치듯 지윤의 팔을 놓았다.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발짝을 뗄 때 마다 핏자국이 남아 지윤은 목이 메였다.
팔은 또 언제 그렇게 긁혔는지 도복에 피가 스며있었다.

" 재, "

목구멍까지 치솟는 소리를 꿀꺽 삼키고,
지윤은 마냥 재인의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못 본 사이, 어쩌면 더 마른 듯 도 한 훌쩍 큰 키의 재인이
다리를 조금 끄는 듯,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지윤은 처음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비로소 재인이도, 보통의 또래의 남자 아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상대를 바라보면 두근거리고,
고백이 받아들여지면 기쁘고,
그 사람이 웃는 얼굴을 보는게 즐겁고,
그리고 그 상대로부터 헤어지자, 라는 말을 들을 땐
충분히 슬퍼 할 수 있는------







『 잠시만 참아주세요. 곧장 따라오면 곤란해 지니까 』

처음은, 크리스마스 캄캄한 체육관에서.
그래. 그 때는 선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깍듯한 경어.
낮은 목소리…


『 이재인, 입니다 』

그리고 반년만에 바닷가에서 그, 라는 걸 알았다.
느닷없는 고백에 어이없어 했던 자신이었지만 기뻤다.
그에게 좋아한다, 는 고백을 들은 자신이 굉장히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 제가 드리는 겁니다. 일단은 제 손을 떠난 거니까
   그대로 가지시든, 버리시든, 그건 선배 마음입니다 』

그 때 받았던 열쇠고리.
아마 아직도 책상 서랍, 어딘가 구석에 쳐박혀 있을텐데…….


『 귀여운데요 』

좀 더 주위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라고 생각했던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 선배 웃으셨잖아요 』

생각해보면, 재인은 늘 '나'를 위해서만 행동해 왔다.


『 선배가 원하신다면 데리고 올 수도 있습니다 』

싫어도, '내'가 원한다면 뭐라도 서슴지 않고 해 줄 녀석이었다.


『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

항상 우선, 은 '나'였다.


『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분명 기뻐하실거라 생각했습니다. 』

자신은 죽어도 싫어도, '내'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 제 생애 처음으로 후회란걸 했습니다 』

그런 재인이 가장 싫어하는 건,


『 그러니까 잊어주세요. 없었던 일로 해 달란 말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저, 미움받을 일은 없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걸로 족합니다.
   선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적어도 떠올리면 괴로운 사람, 함께 있으면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되는건 싫습니다 』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 아무리 저, 라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어요 』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 싫지만, 스스로는 이런 말, 죽어도 하기 싫지만
   선배 기뻐하시는게 보고 싶어서 말씀 드린겁니다.
   이제 저한테 끌려다니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잊어주시면 되는겁니다. 아시겠어요? 』

……결국 그거다.


『 그럼 빨리 웃어주세요. 고맙다는 말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건강해라, 한마디 정도만 해 주세요.



'나' 에게 부담을 주는 것.
'나' 에게 짐이 되는 것.
'나' 에게 힘든 존재가 되는 것…….



『 그리고 돌아가시면 되는 겁니다. 』

마치, 지금의 '내' 가 '그' 에게 그런 존재가 될까 두려워 하는 것처럼.





도대체 두려워 하고 있던 건 뭐지?
무엇을 겁내하고, 무엇을 피하려 했던걸까?
이렇게 정답을 눈 앞에 두고 보자,
새삼 그동안의 고민도, 자책도, 자기합리화도 모두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결국 '부수적인' 요소들이 정답인 '마음' 앞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느껴졌다.



정답은,
'마음이 움직이는데로'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 ……! "

입을 열었지만, 그 '마음'이 미처 소리가 되어 나오질 못한다.
안타까워서, 너무나 안타까워서, 지윤은 목을 움켜쥐었다.

" 나……, "





" 나도 그렇단 말이야---!!! "

멈칫, 재인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 나도, 나도… 참을 수 없는게 있단 말이야! "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어쩐지 재인에게 까지 목소리가 닿지 않을 것 만 같았다.
그런건 너무 슬프다.
그래서 지윤은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 나한테도 절대로 견딜 수 없는게 있다고!
   나한테도, 절대로, 절대로 참을 수 없는 힘든 일이 있단 말이야!! "

울컥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부옇게 안개가 낀 듯한 시야에, 재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다가오고 있는 재인일까.
다가서고 있는 자신일까.

" 나도 그래……. "

가까워 진다.

" 나도, 힘들어……. "

한 발 만큼.

" 그래서, 그만두자고… 말, 하는건데……. "

또 한 발 만큼.

" 싫지만, 나는 죽어도 싫지만…, "
  
또 한 발 만큼.

" 그렇지만…… 너는… 너는 그렇게 되는거… 싫,으니까……. "

또 한 발 만큼.

" 그래서… 그래서 그만두자고…… 지금이면, 가능… 하니까…….
   그래서…그래서……그,래서……. "

그리고 품 안.



" 그래서, 가능한가요? "

머리위에, 재인의 숨결이 떨어진다.
지윤은 고개를 저었다.

"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지만……. "

물어도, 대답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재인은 이유를 알고 있으리라고 지윤은 생각했다.

" 이제 상관없으니까. "

그리고 지윤을 안은 팔에 더욱 더 세게 힘을 준다.
조금 전까지 아파했던 주제에, 왜 이렇게 잘도 껴안는지
지윤은 불만이었지만 이제 그야말로 상관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하지만
재인의 검도 시합도, 국립대 합격도 모두 다 상관없다.
그냥 이대로 계속 같이 있고 싶다.
만약 지금 이 상태에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찾아서 빨리 가자며
재인을 시합장으로 끌고 간다면 그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 취급을 할 거라고
지윤은 생각했다.
정말 이기적이지만, 이것이 가장 솔직한 자신이다.
비로소 솔직해졌는데, 그 댓가로 얻어낸 '함께'인 순간인데 빼앗기기 싫다.

지윤의 코 끝이 닿은 재인의 가슴에서
언제나의 사과향이 녹아있는 마린향이 살짝 느껴졌다.

" 좋아해…. "

재인이 대답 대신, 작게 웃으며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이어 나타난 불구대천지 원수 환규에 의해,
두 사람은 체육관까지 끌려갔다.








Epilogue



" 자, 드디어 카운트!!!
   열두시가 땡! 하는 순간에 불이 꺼지는 겁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요?
   종이 열 두번 치는 동안에 사랑하는 그대의 입술을 훔치는 겁니다!
   물론 오늘 모시고 온 자신의 파트너도 좋고,
   혹은 그동안 남몰래 훔쳐보고 있던 상대가 있다면
   이번을 기회삼아 입술을 빼앗아 보는 것도 오늘만은 허용하겠습니다!
   그리고!!! "

올해도 역시 어마무지한 호응과 함성 속에서 환규가 계속 말을 이엇다.

" 성신 고등학교 검도부 18년 역사 중, 가장 멋진 전통을
   올해도 과연 여러분의 용기와 재치속에서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부장들의 저 멘트는 아무래도 쪽지에 적어 대대로 물려주는건가 보다, 하고
지윤은 생각했다.

" 2,3학년들은 잘 알겠지만 작년엔 17대 이정인 부부장님께서 특별히 훈련시키신
   괘종시계를 협찬 해 주신덕에 유난히 긴 키스타임을 가졌습니다.
   하여, 올해도 역시 고급 휘발유를 먹여가며 길을 들인 저희집 괘종시계를
   준비하였으니! 부디 시간 걱정일랑 마시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가.
제 형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을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환규가 민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정말이지 똑같은 형제다.







" 선배도 이지환 선배와 충분히 닮았습니다. "

손에 들린 케잌접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 길게 이어붙인 책상위에 올려두며
재인이 말했다.

" 내가? 형이랑? "

그런말은 또 처음 들어본다면서 지윤이 놀란 얼굴을 했다.

" 단호한 면이랄까요. "

전혀의 대답을 흘리며 재인이 슬쩍, 어깨를 감싸 안는다.

" 야, 왜 이래…. "
" 곧 카운트, 들어갑니다.
   설마하니 환규 선배와 함께 파트너없는 후배들 붙잡고 희롱하려는 속셈은
   아니시겠죠? "

내가 너냐, 고 한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체육관 안이 술렁거리더니, 이윽고 환규가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 자, 다같이! 카운트!!!!!! "





여기 저기 어깨동무를 하고 신이 나서 카운트를 외치는 동안,
두 사람은 단상에서 꽤 멀찍이 떨어진 체육관 입구 가까이의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재인은 시합날의 사고로 머리보다는 오히려 다리를 많이 다친 모양으로
며칠전에 깁스를 풀어 아직은 조금 걷는게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선천적인 건강체로 회복이 빠르다는 말에 안심한 지윤이
슬쩍, 뒤를 한번 돌아 본 후 재인의 허리에 두 팔을 둘렀다.

크리스마스니까, 하고 일단은 변명조의 조건을 붙인 후
마음껏 연인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이유였다.





그 날 뒤늦게 시합장까지 간 재인은
서둘러 이마의 붕대를 감고 호면과 도복을 갖춰입고 나갔지만
심판과 시합 주최측의 시합 불가 판정으로 결국 부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치료를 위해 옮겨져 간 병원에서
재인은 지윤을 바라보며 잘 됐다고 웃었다.

' 공부해서, 선배 대학으로 따라가면 되겠지요. '

역시 어이없는 놈이라고 웃었지만 말만이라도 기뻤다.
하지만 오후 늦게 병실로 찾아 온 재인의 결승전 상대의
'유감입니다. 꼭 겨뤄보고 싶었는데…….
  다음 시합 때 꼭 다시 결승전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하는 호언에 지윤은 역시 재인은 검도를 계속 해 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 이런 때 무슨 딴 생각을 하는 겁니까. "

마주보고 선 채, 재인이 지윤의 이마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물었다.

" 음… 네 향수 향기 굉장히 좋다고. "

얼른 둘러댔지만, 사실 전부터 느끼고 있던 바인지라 지윤은 내친 김에 물었다.

" 뭐야? "
" 향수 말입니까? 글쎄요… 저도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

네가 쓰는 향수 메이커도 모르냐, 고 핀잔을 던지자 재인은 웃으며

" 누나가 쓰던 겁니다. 몇년을 여성용으로 알고 잘 쓰더니
   하루는 갑자기 '남성용이다' 면서 던져주고 가더군요.
   한번 뿌려봤더니 바다향이 나는게 꽤 기분이 좋아서 계속 쓰게 됐습니다. "
" 흐음……. 주위에서 암말도 안해? "
" 안 어울린다는 소리는 몇번 들었습니다.
   체육계와 향수는 역시 뭔가 어색하긴 하죠. "
" 넌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 "

재인이 얼핏 웃는 듯 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불이 꺼지는 바람에
지윤은 '엇…' 하고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 안 보여……. "

둘만의 세계에 빠져 카운트도 제대로 듣지 못한 남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 상관있습니까? 선배만 보이면 됩니다. "

그 남자의, 다분히 푼수적인 끼가 보이는 연인이 대꾸했다.

푸훗, 하고 웃는 지윤의 어깨위로 재인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천천히 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단지 그것만으로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지윤은 재인을 느끼고 있었다.



캄캄한 체육관 안에는
올해부터 좀 더 끈끈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뭔가를 준비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환규가 틀어놓은 음악이 한가득,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음악의 선율은 고요한 체육관 안에서 공기의 흐름을 타고  
두 사람이 서 있는 구석까지 흘러 흘러, 다가오고 있었다.

꽤 익숙한 멜로디와,
많이 들어 본 듯한 여자의 목소리.

지윤은 잠시 곡의 제목을 생각하는데 골몰했다.

이 곡이…… 뭐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는 사이에,
재인이 살짝, 볼을 꼬집었다.

" 자꾸 딴 생각 할 겁니까? "

그리고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따뜻하고 축축한 것이, 입술을 겹쳐왔다.

꼭 일년만인,
Deep kiss-.

일년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처음으로 재인과 키스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 고 해야 설명이 가능한 강제적인 키스.

너무 놀라 허둥거렸던 자신이,
지금은 이렇게 그 '이름도 몰라요~ 얼굴도 몰라요~'의 주인공인
후배와 함께 다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오늘은, 분명한 연인의 키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보통의 연인의 키스.

사람 앞일이란, 정말로 어느 누구도 모를 일이구나…
하며 지윤은 재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 후…우…ㅅ…………응……. "



그리고 천천히 뜨거운 혀가 입술을 열고
자신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 올 때 즈음에,  
지윤은 비로소 지금 자신들의 공간에 흐르고 있는 음악의 곡목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래, 분명히 Romeo & Juliet 의 삽입곡 이었던……




" 아얏…! 야, 왜 귀를 깨물고 그래…! "
" 자꾸 딴 생각 하니까. "



웃으며, 아주 가끔 귀여운 면모도 보여주는 연인의 목에 두 팔을 두르며
지윤은 처음으로, 먼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잠시 당황한 듯 했던 재인이
이내 작게 웃으며 다시 지윤의 얼굴을 감싸안아 왔다.





막 크리스마스가 되어가는 밤,
체육관 안에는 DES'REE 의 KISSING YOU 가 가득히 흐르고 있었다.








                                Kissing You

                    

                   The right can stand a thousand trials,
                        The strong will never fall.
                But watching stars without you, my soul cried.
                       Heaving heart, it's full of pain.
                             Oh, oh, the aching.
                        'Cause I'm kissing you. Oh.
                           I'm kissing you, oh.
                        Touch me deep, pure and true.
                            Gift to me forever.
                        'Cause I'm kissing you. Oh.
                              I'm kissing you.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Cause I'm kissing you.
                            I'm kissing you. Oh.





이예!!! 여러분 Merry Christmas!!!!!
같은 소리 하고 있군요. ㅠ.ㅠ
원래가 바빌론 크리스마스 이벤트 소설이었단 사실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
아무도 없죠?(당연하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정말로, 완벽하게 끝! The End 예요!!!
어찌되었든, 팬픽이 아닌 야오이로서는 제가 최초로 끝을 낸 장편이었습니다!  
잊지 못할거 예요. kissing you.
재인이와 지윤이도, 절대로 잊지 못할거예요.
크아. 다른 글에 얘들이 조연으로 잠깐, 나온게 있었는데
지금은 컴퓨터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원;

무슨 말을 길게 하겠습니까(이미 충분히 해놓고는;).
그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릴 따름이예요.
거기다 이 부족한 글에 감상까지 주신 분들께는
뭐라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감상받는거 싫어하는 작가분은 안 계실거예요.
저는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고 이랬답니다~ 하고
감상 주시는 분들께 정말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픈 기분 늘 느끼고 있어요.
덕분에 쓰기 싫고, 귀찮고, 자꾸만 늘어질 때 그 분들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계실텐데 하며 힘내서 다시 쓰곤 한답니다.  
언제나 삶의 원동력이 되는 바빌론 식구 여러분들과,
그리고 거의 끝을 앞두고 조금씩 글로나마 만나뵙게 된 보러동 회원님들과,
특히 퍼가시고 퍼오시느라 수고해주신 BabyAlone님께 이따만~~~큼 사드려요!!!!

헤헷. 기쁩니다.
이제 가벼운 기분으로 뭔가를 할 수 있을것 같아서, 그게 제일 기뻐요.
그럼 또 다른 글로 만나뵙길 기대하며 이만 인사드릴게요.
건강하시구요, 행복하세요~!!!



 
 
  Kissing You 09-10 (끝)
ijen    2004/08/21   1239 
 2
  Kissing You 05-08
ijen    2004/08/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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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sing You 00-04
ijen    2004/08/21   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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