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방입니다. 누구나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48   4/  4   0
아르헨     http://anotheralice.wo.to
Cook 1~3




  Cook



           by. 아르헨





  - Min-Gu's part.



  드르륵 -

  

  문을 열고 들어가도 딱히 날 반겨줄 친구는 없다.
  다른 의미로 반겨주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 야! 김민구! 일루와봐. ”

  저쪽 창가에서 나를 부르며 얄미운 미소를 얼굴 한가득 띄우는 녀석.
  아마 저 녀석만은 나를 반겨줄지도..
  책상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그녀석 앞으로 갔다.
  나보다 작은녀석앞에서 한껏 쫄아야 하는 나의 인생이란.

  진짜로 헛 살았나 보다.

  “ 왜 딴생각이야. ”

  “ 아니.. ”

  진짜 헛살았나보다.
  대한의 건아로 저를 낳아주신 아버지 어머님.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아들은 이리도 힘없고 줏대없는 놈이었습니다.

  “ 너만 보면 재수가 없어.
    나보다 덩치는 커가지고 비실비실거리면서 잘하는 것 하나없고
    너만 보면 짜증나고 재수가 없어.
    너는 뭐 잘하는거 없냐? “

  요리.
  라고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분명 또 비웃을게 뻔하니까.

  “ 야! 물어봤잖아! 넌 잘하는거 없냐고!!! ”

  이녀석 꼬봉들 아직 학교 안왔는데
  확 붙어버릴까.
  덩치로 밀면 이길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지만, 튀어나온생각들을 꼬깃꼬깃 접어 다시 머릿속으로 넣고는
  조그맣게 대답했다.

  “ .. ᄋ.....요리... ”

  내 대답에 미간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 좋았어.
    너 오늘 학교 끝나고 나좀 따라와라. “

  맞으러가나.
  라고 생각을 하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에 녀석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비실비실 웃어댔다.

  이성민.

  이 눈꼽만한 학교에서
  짱이라면 짱인녀석이다.
  저놈은 진짜 싸움으로 짱이 된 녀석인가보다.
  키도 나보다 작고
  몸도 말랐고, 눈매가 굉장히 날카롭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짱의 분위기는 없다.

  “ 후우... ”

  수업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중학교때는 이러지 않았다. 원체 평범한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나였다.
  성적도 중간, 운동도 중간, 모든지 중간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저 놈을 봤다.
  중학교때 놀았다는 소문이 났던 녀석을 선배들이 불러 조금 손봐준다는 것이
  반대로 선배들이 다 뻗고 말아서 소위 말하는 짱에 등극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 관심없이 지낼 때
  녀석의 입에서 나온
  ‘ 김민구 녀석, 너무 평범해서 재수없어. ’
  라는 말이, 날 왕따의 길로 쳐넣어 버렸다.

  나도 운동이나 해 놓을걸 그랬나..












  “ 야! 김민구! 나 따라와. ”

  무슨 어린 주인과 커다란 개. 같다
  이렇게 보면 작기만 한 녀석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 자-. 다왔다. ”

  녀석을 따라서 간 곳은 녀석의 오피스텔이었다.
  꽤나 깔끔을 떨을 것처럼 생겼는데, 정말 집안에 먼지 하나 없다.

  ...... 지독한놈.

  “ 왜.. 오라고 한거야? ”

  주춤거리면서 묻는 내 모습이 재미있었나보다
  녀석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 나. 밥좀해줘. ”

  “ 응? ”

  “ 두 번말하기 싫다. 한번에 알아들어라.
    나 혼자살면서 제대로 된 밥 먹어본적 나가서 사먹을 때 빼고 없단말야.
    그러니까, 나 밥좀 해줘. “

  이놈은
  날 자기 꼬봉에 놓는것도 모자라
  이젠 식모로까지 부려먹으려 하나보다.

  “ 뭐로... 뭘 만들어? ”

  “ 음. 니가 사다가 알아서 만들어봐. ”

  ... 식모로 부려먹고 있다.
  

  어째저째 궁시렁 거려도 결국 나는 그놈한테 받은 돈을 들고
  근처 마켓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놈이 돈을 준건 처음이었다.
  하기사, 줄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뺏을일만 있었지.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녀석한테는
  자고로 지극히 평범한 “ 소시민 가정식단 ”이 가장 어필하기 좋다.
  김치찌개, 혹은 된장찌개와 김, 그리고 약간의 마른반찬.
  이정도면 완벽한 소시민 가정식단이 아니겠는가?

  “ 갔다왔어. ”

  “ 뭐야~ 왜이렇게 늦었어! ”

  놀랬다.
  약간의 애교성 띈 놈의 목소리에 놀랬고
  언제나 교복입은 것만 봐 오다가 무릎 위로 올라가는 하얀색 반바지에
  하얀 케미솔을 입은 녀석이라니.

  눈이 부신다.

  ... 라고 잠시 생각했다.
  아주 잠시 말이다.

  “ 20분밖에 안 걸렸잖아. 장보는데 20분. 그것도 무메뉴-
    숙련된 자만이 이뤄낼 수 있는 초 스피드라고. “

  “ 하-. 학교가 아닌데서는 그런 농담조로 말도 잘 하나보지?
    놀라운데 김민구씨? “

  “ 뭐. 별로.. ”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절대로 보여주지않는
  “ 필살 입꼬리 말아올리며 비웃기 ”를 놈에게 선사해주었다.
  물론 후환이 두려워서 쓱 웃으면서 눈은 내가 장봐온 찬거리에 고정시켰다.

  순간 놈이 뭐라고 작게 궁시렁 거린 것 같았지만,
  약간의 투정섞인 욕이려니- 생각하고 묵묵히 밥을 했다.

  

  ....... 짜증이난다.
  아까부터 옆에와서 아무런 말도 안하고 이래저래 밥 만드는 것을 헤집어놓는 녀석이
  너무나도 얄밉고 너무나도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저리 꺼지라고 욕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 으음. 너 당장결혼해도 무리없겠다? ”

  “ ............ ”

  “ 뭐야! 너 내말 씹어! ”

  “ ............ ”

  뭐라고 말을 하던말던 다 한귀로 흘려버리고
  썰고있는 파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파야.
  너는 어쩜 이리도 푸르고 길다랗니.
  너의 그 기다란 아름다움에 나 마저 매혹당할 것 같구나.

  “ 야! 김민구!!! ”

  이 정도가 되면 슬쩍 대답을 해줘야지 뒷탈이 없다.

  “ 왜? ”

  마치 여지껏 한 마디도 못들었다는 듯이, 한손에 칼을들고 대답하며
  싱긋 웃어주었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뭐 이상한거라도 봤는지 후다닥 소파로 뛰어가앉는 녀석을 잠시 의아한 듯 쳐다보다가
  다시 파를 썰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이유를 알았다.

  ........ 가스렌지위로 한 쌍의 바퀴벌레가 신혼여행을 가고 있었다.




  - Sung-Min's part.


  드르륵-



  문이열렸다.
  굳이 바라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그 ’ 가 온 것이겠지.

  중증이다. 요새들어 더욱 심해졌다.
  
  “ 야! 김민구! 일루와봐. ”

  그를 괴롭히건 바라보건 간에 나는 항상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 ‘ 예쁜 ’ 미소를 보여준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반응은
  움찔-

  내가 얼마나 답답한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괴롭히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단지 나 라는 인간이 이성민 이라는 인간이 앞에 있다는 것..
  그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 너만 보면 재수가 없어.
    나보다 덩치는 커가지고 비실비실거리면서 잘하는 것 하나없고
    너만 보면 짜증나고 재수가 없어.
    너는 뭐 잘하는거 없냐? “

  이려려는게 아니었는데
  그가 내 앞에 있다는 이유하나로 떨리는 마음에
  아무말이나 툭툭 내뱉어 버렸다.


  “ 야! 물어봤잖아! 넌 잘하는거 없냐고!!! ”

  주먹을 쥐는게 보였다.
  차라리 한 대 쳐.
  니가 풀릴 때 까지 맞아줄게.

  “ .. ᄋ.....요리... ”

  작게 내뱉는 그의 말에 약간의 실망을 해 버렸다.
  

  “ 좋았어.
    너 오늘 학교 끝나고 나좀 따라와라. “
  
  붙잡고싶었다.
  나를 알게 하고싶었다.

  나란인간 여기있으니까 뒤돌아봐 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제발 한번만 돌아봐달라고 울며 매달리고 싶었다.





  “ 갔다왔어. ”

  장을 보러 갔던 놈이 오지 않아서 불안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

  “ 뭐야~ 왜이렇게 늦었어! ”

  너무 걱정을 했던 나머지 평소에 나답지 않게 녀석에게 애교성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움찔 하는 녀석을 보고 아차- 싶었으나 어쩌리.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내가 그가 장을 보러 나간사이에 왠갖 패션쇼를 해 대었다는 것을..

  “ 20분밖에 안 걸렸잖아. 장보는데 20분. 그것도 무메뉴-
    숙련된 자만이 이뤄낼 수 있는 초 스피드라고. “

  “ 하-. 학교가 아닌데서는 그런 농담조로 말도 잘 하나보지?
    놀라운데 김민구씨? “

  “ 뭐. 별로.. ”

  피식 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멋있다.. 라고 작게 내뱉고는 이내 후회했다.
  그가 들었을까 두려워 기색을 살폈지만 다행이도 그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옆에서 서성거렸는데
  그는 그게 굉장히 짜증이 났나 보다.
  점점 붉어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말을 했다.

  “ 으음. 너 당장결혼해도 무리없겠다? ”

  “ ............ ”

  “ 뭐야! 너 내말 씹어! ”

  “ ............ ”

  내 말을 다 씹는다.
  고의다 고의..
  그래도 계속 그러면 나는 가슴이 아픈데..

  “ 야! 김민구!!! ”

  “ 왜?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싱긋 웃는 그는..

  .. 정말 멋졌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붉어졌을것이 뻔한 얼굴을 되돌리려 소파에 가 주저앉아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해 대는 것 뿐이었다.





------------------------------------------------
  음.
  두 개의 파트 였습니다.
  내용은 같고 관점만 다른 것 이었는데요.
  .... 죄송-_-;
  .......... 작명센스는 정말 꽝 ᅲ_ᅲ







  Cook





             By. 아르헨







  - Min-Gu's part.



  “ 와서 먹어. ”

  장을 봐온 것은 분명 소시민 가정식단이었는데.
  나는 정말 요리에 타고난 재능이 있나보다.

  커다란 식탁 가득 식탁다리 휘어져라 반찬이 올라가 있는걸 보니.

  “ ......... 우와아..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고 놀라는 녀석이 굉장히 귀여워 보인다.
  
  .. 죽을때가 다되었나.



  “ 음음. 야! 김민구! ”

  “ 왜 ”

  “ 너 나아 가이 사자 ”

  “ 뭐? ”

  순간 잘못들었나 싶어서 반찬을 집으려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입에 음식이 들은체 말하기 버거웠는지 물과함께 단번에 삼켜버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나랑 같이 살자구. ”

  “ 왜? ”

  “ 앞으로 너 안괴롭힐게. 나 밥 제대로 먹으면서 살고싶어.
    그러니까 나랑 같이 살자. 부려먹겠다는건 아니야 돈도 줄테니까는... “

  소심한척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녀석한테 넘어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그 말한마디에 넘어갔다.

  부모님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친구중에 고아가 있는데 그 애가 굉장히 허약체질이라서
  옆에서 누가 밥을 해 주고 챙겨주지 않으면 큰 병에 걸릴 것 같다고 말이다.

  그 말 한마디에 혼쾌히 허락을 해 주신 우리 부모님도
  그리 제 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24시간 내내 그녀석을 보다보니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귀여운 녀석이라는것도
  그리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수 없는 녀석이라는 것도
  생각했던 것 보다 싸움을 굉장히 잘한다는 것도 말이다.

  

  “ 성민아 너 요즘에는 민구 가만히 냅둔다? ”

  흠짓.
  성민이를 쫓아다니는-졸개-중에 한명이었다.
  그 말에 내쪽을 쳐다보는 녀석.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바로 고개를 돌렸다.

  “ 저녀석? 괴롭히는거 재미없어서 관뒀어. ”




  
  앞으로 편하고 화창한 인생만이 남았구나!
  아싸 뷰리풀 라이프! 라고 좋아했지만
  그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교길이었다.
  뒤에서 녀석이 쫓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교문앞에서 날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 저기요- ”

  옆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애였다.
  짧은 단발머리가 굉장히 잘 어울리던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 나? ”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그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여자아이는 귀까지 새빨갛게 변해서는 편지를 내밀며 말했다.

  “ 조. 조. 좋아하고 있어요! 이거 받아주세요!! ”

  그리고는 후다닥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
  뭔가 말할 새도 없이.

  “ 하... 참.. ”

  우지끈-
  콰당-!

  순간 뒤에서 뭔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리고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 서, 성민아! 왜 이걸 부시고 그래! ”

  교문앞에 있던 교차로 꽂이가 반쯤 구부러져 있었다.
  발로 그것을 지긋이 밟은채로 녀석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날 괴롭힐때에도 저런 눈빛은 본 적이 없었다.

  그 눈빛에 압도당해 한동안 나는 교문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와당탕탕탕-

  “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새파란 중딩한테 그런거나 받고 그래! ”

  작은몸에 비하면 굉장한 펀치다-라고 생각했다.
  입술이 찢어졌는지 비릿한 피맛이 혀를 자극했다.
  
  “ 상관할 바 아니잖아? 아니면 내가 뭐 너한테 내 연애사업까지 간섭받아야 하나? ”

  “ 이 .. .. ”

  녀석은 주먹을 꽉 쥔 채로 나를 노려보고있었다.
  맞아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녀석과 나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쾅-

  문을 닫고 들어가는 녀석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등이...

  저렇게 작았었나.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괜시리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처럼 옷도 안갈아입고 부엌으로 가서 밥을 하였다.




  똑똑-

  “ 성민아. ”

  이름을 부르자 안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왠지 모르지만 녀석은 내가 이름을 부르는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 밥 .. 안먹었잖아 나와서 밥 먹어. ”

  내가 해준 밥 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녀석이 왜인지는 모르지만 화가 났는지
  아무런 기척을 보이지 않는다.

  “ 미안해.. 그러니까 나와서 밥 먹어. ”

  끼익-

  문이 열리고 녀석이 나왔다.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분위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 미안. ”

  씩 웃으면서 미안. 이라고 말하자 입에 밥을 쑤셔넣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숙이며 뭐가- 라고 되묻는다.

  “ 새파란 중딩한테 그런거 받은거. ”

  “ 알면 됐어. ”

  고개를 숙이면서 밥을 쑤셔넣고 있는 녀석이
  참 귀여워 보였다.

  어쩌면.
  녀석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Sung-Min's part.



  “ 와서 먹어. ”

  먹으라는 소리에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갔다.
  식탁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 ......... 우와아.. ”

  역시 나는 사람보는 눈이 있다.  
  
  “ 음음. 야! 김민구! ”

  “ 왜 ”

  “ 너 나아 가이 사자 ”

  “ 뭐? ”

  정색을 하며 놀라는 모습에 가슴이 조금은, 정말 아주 조금은 아팠다.  
  나를 그렇게 싫어했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 나랑 같이 살자구. ”

  “ 왜? ”

  “ 앞으로 너 안괴롭힐게. 나 밥 제대로 먹으면서 살고싶어.
    그러니까 나랑 같이 살자. 부려먹겠다는건 아니야 돈도 줄테니까는... “

  최대한 소심하게 말을 했다.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나란 인간이 굉장히 작아서-물론 또래에 비해서-
  목소리를 작게, 그리고 말꼬리를 흐리면서 말하면 사람의 감정을 자극해서
  다 넘어올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놈 역시 인간이었는지 넘어와 버렸다.
  전화기를 붙잡고 상대편은 보이지도 않는 바디렝귀지를 하는 녀석이
  정말 웃겨보였지만, 대놓고 웃을수 없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정말
  더럽게 순진한 녀석이다.

  끝나자마자  우리집 쪽으로 가는 녀석을 뒤에서 볼때마다 흐뭇하게 미소지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 성민아 너 요즘에는 민구 가만히 냅둔다? ”

  윤성이가 씨익 웃으면서 내게 물어왔다.
  분명 놀자는 말이었겠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이제는 좀 제대로 어필!해보고 싶으니까...

  “ 저녀석? 괴롭히는거 재미없어서 관뒀어. ”

  윤성이가 내게 말 걸 때 잔뜩 굳었던 어깨가 풀어지는게 보였다.



  



  “ 저기요- ”

  오늘도 우리집으로 향하는-녀석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왠 조그마한 여자애가 민구를 부르는게 보였다.
  나도 떨리고 주체할수 없어서 안건드리는 놈을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저게!!!!

  “ 나? ”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 여자아이에게 말하는 녀석이 보였다.
  여자아이는 귀까지 새빨갛게 변해서는 편지를 내밀며 말했다.

  “ 조. 조. 좋아하고 있어요! 이거 받아주세요!! ”

  그리고는 후다닥 뒤돌아서 뛰어가 버렸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저놈은 왜 그 편지를 받아들고 얼굴이 빨게지냔말이다!!!!!!

  “ 하... 참.. ”

  우지끈-
  콰당-!

  정말 화가나버렸다.
  학교 수위아저씨가 소중히 여기는 교차로 꽂이를 발로 짖이겨 버릴 정도로.  

  “ 서, 성민아! 왜 이걸 부시고 그래! ”

  윤성이가 당황한 듯 내 팔을 부여잡고 물었다.
  나는 그런 윤성이를 외면한체로 날 바라보는 민구녀석의 눈을
  그저 빤히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와당탕탕탕-

  “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새파란 중딩한테 그런거나 받고 그래! ”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서 녀석의 얼굴을 향해 나간 내 주먹을 보면서 제길-이라고 외쳤다.
  입술이 터졌는데 피가 나고 있었다.
    
  “ 상관할 바 아니잖아? 아니면 내가 뭐 너한테 내 연애사업까지 간섭받아야 하나? ”

  연애사업.
  내가 그 새파란 중딩 기집애보다 훨씬 더 너를 좋아하는데
  니놈은 지금 그 새파란 기집애랑 연애질을 하겠다는거냐!!!!!!!

  “ 이 .. .. ”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또 칠수는 없다.
  그런 녀석으로 기억되고싶지는 않으니까.

  나보다 키가 큰 녀석을 노려보았다.
  바보다.
  나도 바보고
  이 녀석도 바보다.  

  속이 상했다.
  물론 첫 단추부터 잘못끼웠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그토록 나를 싫어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쾅-

  방문을 닫고 컴퓨터앞에 주저 앉았다.
  전에는 이 집에 형과 함께 살았었다.
  나보다 두 살많은 형은 항상 나를 위해 줬었다.

  그 덕에 내가 이렇게 제멋대로 자란것일수도 있지만....
  치사한놈
  와서 문도 안두드린다.

  
  똑똑-


  30분이 흘렀을까
  조심스럽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 성민아. ”

  그렇게 부드럽게 내 이름 부르지마.
  기대 하게 되 버린다고.
  
  “ 밥 .. 안먹었잖아 나와서 밥 먹어. ”

  내가 무슨 밥벌레냐 그지냐.
  니놈이 밥줄게~하면 헐레벌떡 달려나가게.

  “ 미안해.. 그러니까 나와서 밥 먹어. ”

  ...   .. 순진하고 멍청하고 바보같은놈.
  잘못한거 하나도 없으면서 미안하다고 하기는..

  끼익-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분위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 미안. ”

  그렇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얼굴이 빨개진게 들킬까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무안해서 뭐가-라고 말했다.

  “ 새파란 중딩한테 그런거 받은거. ”

  “ 알면 됐어. ”

  계속 웃고있는 녀석을 마주 바라볼 용기가 나지않아
  고개를 숙이고 밥을 퍼먹었다.
  무슨맛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처음 민구를 본 것은 고등학교 입학식 때였다.
  선배들과 약간의 마찰이있었지만 간단히 씹어주고 건물을 돌아서 나올때였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았지만-큰소리가 났으니 그럴만도 했을것이다-그 녀석은
  관심없다는 듯이 멍하니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어디가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첫 인상이 굉장히 좋았다.

  같은 반이 되었을때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옆에서 관찰해 본 결과 그 녀석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 평범한 ’ 녀석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평범했다.
  튀지 않는 아이었고
  남들한테 막 대하지도 않는 아이었다.

  하다못해 애들이 피하는 나한테도 녀석은 잘해줬었다.

  그러던 중에
  민구녀석을 어느때처럼 빤히 바라보던 나에게 윤성이가 와서 물었다.

  “ 너 왜 저녀석을 뚫어져라 보냐? ”

  “ 김민구 녀석, 너무 평범해서 재수없어.  
    그래서 보고있었어. “

  아차- 싶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그 말 한마디가 내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한 말중
  가장 큰 말실수 였다.
  
  내가 부를 때 마다 내 앞에서 나보다 큰 녀석이 쫀다는 것은 물론 기분좋은 일이었지만
  그게 내가 좋아하는 상대였기 때문에 그리 기분 좋지는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데
  알아주지 않는 녀석이
  때론 얄밉기도 하지만.

  그건 뭐.. 말 안한 내 잘못이기도 하니까.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녀석과 친해지면
  말해야지.

  괴롭혀 주고 싶을만큼 좋아한다고.












Cook



           by. 아르헨





  - Min-Gu's part.



  놈과 함께 산지도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
  나에게 편지를 줬던 여자애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라고 말하며 정중히 거절을 해줬다.

  물론 내가 그 여자애에게 그 말을 할 동안 성민이 녀석은 골목 어귀에서
  내가 하는 행동을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가끔은 정말 놀라기도 한다.
  잔뜩 싸우고 와서 무슨일이야 라고 물으면 아무일도 아니라며
  화를 내고 들어가는 녀석을 볼 때.
  술에 잔뜩 취해서 빨게진 얼굴로 날 노려보며 들어가는 녀석을 볼 때 라던지..

  아니면.

  
  지금처럼 말도 안돼는 억지를 쓴다던지.


  " 가자!가자!가는거야!! 응? 가자아아아 "

  " 싫어. "

  " 나 아이스크림 먹고싶다구!!! "

  " 혼자가서 먹어. "

  놈은 유치원생도 아니고
  단순하디 단순한 고등학생도 아니다.
  저놈 말 한마디면 기는 녀석이 몇십이고
  눈 한번 부라리면 도망갈 녀석이 몇백이다.

  저런 땡깡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 조오오오올라 밉다 . "

  " 알면 됐다. "

  계속 땡깡을 부리더니 욕을 하면서 물건을 집어 던지더니 나가 버린다.
  분명 저렇게 나가고도
  양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두시간 뒤 들어온 녀석은 술에 잔뜩 취해서 풀린 눈을 하고 돌아왔다.

  " 야 이 자식아!!!!! "

  비틀비틀 거리면서 오더니 꼬장을 부린다.

  " 너 내가 오냐오냐했더니 개기는거지? 엉? 내 말에 토나 달고
    내가 하자는거 안하고!!! 이.. 이..! 엉?! 니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제.. 제길...!!!!!! "

  와당탕탕탕-

  꼬장을 다 부리더니 바닥에 널부러져 버렸다.
  약간은.

  정말 약간은 두려웠다.
  이제 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 농담도 하고 그런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 했었나.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나.

  쓰러져 있는 녀석을 안아 들고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너와의 거리를.. 줄이지 않을게. 미안. "



  그리고는 나의 녀석 피하기가 시작되었다.





  

  " 야, 김민구 뭐하는거야. "

  " 학교가려고. "

  " 같이가. "

  " 숙제를 안했어 먼저 갈게. "

  숙제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수업시간 마다 조는 녀석이 그런 것 따위 알 리 없으므로
  학교에 관해서, 수업에 관해 핑계를 대면 만사 오케이 였던 것이다.

  " 그.. 그래. 먼저 가봐라 "



  " 하아.. "

  " 고민거리라도 있나보지? 한숨을 쉬게? "

  제길.
  요즘들어 성민이가 날 괴롭히지 않는것에 대해 꽤나 큰 불만을 품고 있던
  (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윤성이 자식이었다.

  " 고민거리같은거 없는데. "

  " 요즘에 살기 편하지? 성민이도 가만히 있고 그러니까 말이야.
    돈이라도 갖다 받치는거 아니야? 아니지- 그럴수는 없나? 니네 집 가난한거 다 아니까 말야.
    궁금하단 말이야. 왜 성민이가 너한테 손을 안대는지. "

  악질이다.
  이 놈은 성민이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한척 하면서 자기가 밟고 설 수 있는 인간 앞에서는
  돌변 해 버린다.

  최악의 인간인 셈이다.

  "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나와는 상관 없는 얘기니까. "

  " 그래? "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웃는 녀석은.
  정말 재수없었다.

  " 아 한가지 말해두겠는데 말야. "

  뒤돌아 가려던 놈이 뭔가 생각났는지 손가락을 '탁'튕기며 뒤를 돌았다.

  " 너 말이야. 성민이 건드리면 죽여버릴거야. "

  그때만 해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적어도, 그 때는 말이다.





  




  - Sung-Min's part.



  " 으으, 머리야. "

  분명, 내가 어제 아이스크림 때문에 열받아서 나갔다가 술을 잔뜩 쳐먹고는 들어와서
  .. 들어와서 ... 들어와서...

  민구한테 뭐라고 말한거지!!!!

  제길, 술먹으면 필름 끊기는 체질때문에-한잔이건 한병이건-하나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뭔가, 안좋은 말을 했던걸까.

  교복을 갈아입고 방을 나서자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려는 녀석이 보였다.

  " 야, 김민구 뭐하는거야. "

  " 학교가려고. "

  " 같이가. "

  " 숙제를 안했어 먼저 갈게. "

  숙제가, 없었던걸로 아는데.
  요즘은 민구녀석 때문에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그러는데..
  내가 뭐라고 했길래 저러는거지, 아 머리아파 미치겠네.

  " 그.. 그래. 먼저 가봐라 "

  뭔가 분명히 내가 많이 잘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핑계를 대는 거겠지, 저놈은 내가 수업은 절대 듣지 않는다고 생각할 테니까.

  쾅-

  녀석이 나가고 나서 그냥 방 바닥에 주저 앉았다.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안 된건가.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멀다,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 하아 "

  빌어먹을, 왜 남자를 좋아하게 되가지고 이렇게 되버렸는지.
  하필이면 하고많은 녀석중에 그 녀석인지.
  
  " 제길. "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키자마자 무섭게 진동하는 핸드폰.
  미간을 구기며 바라보니 전부 윤성이 자식에게 온 문자이다.

  뭔가 윤성이랑 술 먹고 내가 쓰잘대기 없는 말이라도 한건 아닐까 괜시리 걱정이 되었다.
  윤성이 하고는 10년정도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면서 지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녀석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아니, 알지 못하는게 아니라 알 수 없다.
  약한척 하는 모습 뒤로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온 문자를 모두 삭제 하고는 교복을 입었다.
  학교는 가야하겠지,

  얼굴을 못보면 내 심장이 터져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 어! 성민이 왔네~ 난 또 왜 안오나 했지, 어제 별일 없었냐? "

  " 어째 니 말투를 들어보자하니, 내가 무슨 별일 있길 바라는 것 같은 말투다? "

  싱글싱글 웃으면서 연신 눈을 돌리며 민구를 찾았다.
  제길, 왜 교실에 없는거야.

  " 몸은 좀 괜찮냐? "

  " 당연히 괜찮지, 내가 그정도 술에 뻗을 것 같아? "

  " 뻗었잖아. "

  " 닥쳐라. "

  없다. 없다. 없다! 어디에 있는거지, 이거 참 물어볼 수도 없고.
  윤성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민구를 찾았다.
  자리에 가방이 있는걸로 보아서는 분명 교실에 있었을 텐데 어디를 간걸까.

  설마,
  내가 보기 싫어서 나간건가.

  " 야, 뭔생각을 그렇게 해? "

  " 어? 아무것도 아니다. "

  " 근데 말야, 어제 같이 술먹었던 여자애들한테 연락 왔는데, 약속 잡어 말어? "

  여자?
  이기회에 민구 자식을 잊고 여자를 한번 사귀어 볼까.

  " 어, 잡아라! 한번 뽕빠지게 놀아보자!! "

  하아, 생각해 보니 참 착잡하다. 이런 짓 한다고 해서 민구가 뭐 알아주는것도 아니고.
  역시, 관심 끌고싶기는 하지만, 이런걸로 관심 끌 수 있을까...

  아, 그런데.

  내가 어제 여자애들하고 같이 술을 먹었던가?









---------------------------------------------
  히히, 오랜만이에요.
  >ㅅ<;;; 이거 연재 중단한 소설 아닙니다;;
  올라온다구요!; 자 지금부터 모터 달고 바릿바릿 달려나가야지요!
  ... 자아 수정판;
  1편부터 올려봤자 세개밖에 안되는군요(...)
  아 그런데-_-; 예전에는 써졌던
  새 ㄱㄱㅣ(..)등등의 욕설(?)이 써지지 않아요.
  그래서 이래저래 수정을 대폭(..)했답니다;(울먹)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1 02:24)

케로   2002/10/16

3편이 맞긴 한데요.... 앞의 소설을 기억 못하는 케로같은 5초 메모리들은...어찌해야 할까요? (역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접시물에 코를 박아야!!!)

BabyAlone   2002/10/16

죄송합니다만 1편부터 올려 주십시오. 게시판 백업이 안되는 바람에ㅡ;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갖고 있기는 한데 그게 html 문서로 작업된 것 뿐이라서ㅡ 게스트 공개소설란에 올릴까 했었는데 너무 분량이 적어서 일단 미뤄뒀습니다.

BabyAlone   2002/10/17

고맙습니다^^

Prev
   Cook 4 [1]
아르헨
Next
   부서질 수 없어!(prologue) [1]
atlantis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