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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소천 & 동희 시리즈 1. 마음 가는데로 (속)




                         마음 가는데로 (속)
    
                                                         by 하리
                                                         kyoko72@hanmail.net
    





        
         " 앗… 앗… 하응… 그…그만…해… 처… 천아…… "
         " 쿡… 뭘 이 정도로 나가 떨어지지? 아직도 멀었어… "
         " 제… 제발… 그냥…… 끝내줘… 아… 아… "
        
         평촌의 구석쯤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집에서 흘러나오는 낯 뜨거운 신음소리.
         낮은 나무 울타리와 작은 정원엔 금잔디가 깔려 있고
         듬성듬성 키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사철 푸른빛이 시들지 않는 종류의 나무들과
         집의 뒷곁으로 바짝 붙어 서 있는 커다란 상수리 나무.
         가을이 이미 지나가고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이건만 집 주인의 배려가 가득해
         보이는 정원은 아직도 그 푸른 빛을 잘 간직 하고 있었다.
         마치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겨울이 다가 오는 곳에
         그 곳만 푸른 여름을 자랑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울타리를 넘어서 보면
         온통 가을을 보내고 난 나무들의 옷 갈아입기로 조금쯤은 황량해 보이건만
         유독 그 집에는 겨울이 찾아 오지 않을 것처럼 푸른 기운이 가득했다.
         아직도 겨울을 대비하지 못한 게으른 무당벌레 한마리가
         짝짓기할 짝을 찾으려는 듯이 문가에 놓여진 작은 화분들 틈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여자의 앙칼진 외침 소리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여기선 자신의 짝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푸드득 높이 날아 올라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 뭐야? 이 남자들이 정말… 문 열어…!!! 대낮부터… 뭣들하고 있는 거야?
           전화도 꺼 놓고. 빨리 문 열어… 야… 김동희, 소천… 문 안 열어? "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들겨대는 여자는
         그런 과격한 행동 따위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제멋대로일 게 분명해 보이는 눈빛이나
         건방지고 안하무인일 것 같아 보이는 태도가 다 감수될 만큼,
         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와도 같은 그런 순수함과 사랑을 아는 여인의 요염함이 공존하는 것 같은…
         태초의 비너스가 탄생했을 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그 여자의 입에서 앙칼지기 그지 없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 이 인간들잇…!!! 당장 문 안열어? 확 부시고 들어갈까?
           이 벌건 백주 대낮에 뭐하자는 거야? 이 밝힘증 환자들앗…!!! "
        
         그 아우성이 지겨웠는지 게으른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가엔
         땀을 흘리고 있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무언가 하다만 것 같은 찝찝함, 아니 미진한,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그런 표정에 못마땅함까지…
        
         " 왔냐? 내일 온다고 그랬잖아? "
         " 무슨 소리야. 난 분명히 오늘이라고 말했어. 뭐야 비켜. 들어가게.
           무거워 죽겠네. 짐 좀 들어주라 오빠. "
         " 허 참… "
         " 왜? 들어 주기 싫어? 그럼 동희 오빠 불러서 시킬까? "
         " ……. "
        
         얄미운 표정으로 동희라는 이름을 들먹이는 여자를 한껏 노려보며
         못마땅하다는 표정 위에 살풋 짜증스러움이 어리는 것을
         그 여자는 눈치 챘지만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을 한 건지 아니면
         그 사내의 그런 태도가 그다지 여자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서인지
         싹 무시해 버리고 해사한 미소를 남기고 남자를 지나쳐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담한 외향처럼 실내 역시도 상당히 단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 보이는 거실은 넓직한 통유리 창이었고
         좌측으로 보이는 아취의 뒤는 주방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반쯤 열려진 문 틈으로
         서재가 분명함을 보여주는 서가가 보였다.
         반대편에 닫힌 문과 역시 반쯤 열려진 문이 보였는데
         열려진 문틈으로 난잡하게 놓여진 공구의 모습들…
         작업실일 것이 분명하지만
         언뜻 보이는 것으로는 무슨 작업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다.
         현관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은 이층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여자가 거실로 들어섬과 동시에
         그 계단을 또 다른 사내가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 어. 유이야. 너 내일 온다고 했잖아. 어떻게 된 거야? "
         " 내 말이 그 말이다. 쟤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냐? "
        
         사뭇 투덜거리는 말투로 무거워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거실 한켠으로 옮겨둔
         사내는 계단 참에 서있는 다른 사내에게로 다가가서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부축을 했다.
         그런 태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기대 선 두번째 사내는
         앉은뱅이 소파에 앉은 여자의 표정 위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마주 미소를 지어 주었다.
        
         " 난 분명히 오늘이라고 했어. 그리고 말이지.
           대체 이 벌건 대낮에 둘이 뭘하고 있었던 거야?
           아무리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라지만…
           아우~ 낯 뜨거. 아주 광고를 해라. 광고를… "
         " 야. 너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난 단지 동희의 다리를 마사지 해주고 있었을 뿐이다.
           이 맹한 놈이 그저께 심하게 넘어지면서 종아리 근육이 늘어났거든.
           참 내. 하여간 이 놈 엄살은 알아줘야 해.
           겨우 근육 마사지에 그렇게 생난리를 치고 신음을 하는 놈은 이 놈 뿐일 거야."
         " 어머? 정마알? 그런 거야?
           흐음… 뭐 굳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속아주지 뭐. "
        
         짖궂은 표정으로 속아준다고 말하는 여자를 향해서 난처한 얼굴을 하는
         두번째 사내의 이름은 김동희.
         꽤 유명한 시인, 그리고 한편 뿐이지만 동화집을 내기도 한
         관록이 조금쯤은 붙었다고 봐도 될 문단의 중견 작가였다.
        
         그리고 그를 부축하고 서 있는 사내의 이름은 소천.
         본업은 조각가, 부업은 어머니 사업 도우미. 그리고 김동희의 연인.
        
         소파에 앉아서 짖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의 이름은 최유이.
         유명한, 아니 천재 소리를 듣는 서양화가.
         그리고 김동희와 소천에겐 결코 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
        
         이렇게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다시 올 거라고는
         그들 중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람의 앞날이라는 것이 어디 마음 먹은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진 인연의 고리는
         그리 쉽게 끊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두번 다시 만나지 않을거라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거라고 결심하고 체념했던
         그들이지만 시간 속의 무언가가 그들을 갉아먹던 절망을 돌이키고 반전시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조심스럽게 동희를 부축해 유이의 맞은편에 앉힌 소찬은
         유이에게 뭘 마시겠냐고 물어봤다.
        
         " 음… 기왕이면 따끈한 정종 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게 있을 리 없지?
           소주도 없을 테고, 맥주도 없을 테고, 그럼 뭐 커피나 한잔 주셔.
           오랜만에 천 오빠가 타주는 커피 마셔 보지. "
         " 참내… "
        
         혀를 끌끌 차며 주방으로 사라지는 소찬의 뒷 모습을 향해 혀를 날름 내민 유이는
         자신을 향해 있는 동희의 시선을 느끼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소찬을 향하는 유이의 눈 속에 과거에 대한 아련한 아쉬움과 추억이 서려 있다면
         그런 그녀를 바라 보는 동희의 눈 속에도 그와 닮은 빛이 담겨 있었다.
        
         " 우리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지? "
         " 응… 6년만인가? 오빤 하나도 안 변했다. "
         " 너도 그대론데 뭐… 우리가 벌써 서른이 넘었다는 게 안 믿겨. "
         " 풋… 그러고 보니 오빠가 벌써 서른 셋이구나. 와… 정말 세월 빠르다.
           음… 뭐 겉 모습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천 오빠는 완전 주부티가 팍팍 나네?
           대체 어떻게 길들였길래 그 남성우월주의자 같던 오빠가
           저렇게 아줌마 냄새를 팍팍 풍기는 걸까? "
        
         짓궂게 놀리는 유이의 말 소리를 들은 소천은
         주방에서 차를 내리며 한마디 반박의 말을 던졌다.
        
         " 너도 맹한 놈이랑 한번 살아 봐. 저 놈 근 사년을 어떻게 혼자 살았나 모르겠다.
           아무 것도 할 줄 몰라. 전에 같이 살 때도 그랬지만 좀 나아졌을 줄 알았더니.
           그래. 어쩔 수 없는 팔자려니 하고 사는 거지 뭐. 사랑이 죄다 사랑이. "
         " 꺄앗~ 사랑이래. 아우~ 닭살스러워.
           나이 서른이 넘은 남자 입에서 사랑 운운 하니까 왠지 음침하게 들려.
           흐흥~ 하긴 동희 오빤 살림 백치지…
           그래 이해한다 천 오빠가 아줌마가 되지 않으면 아마 살아남기 힘들 거야. "
         " 이 자식들잇…!!! 그래도 나 청소는 잘 해.
           빨래도 잘 하고. 천이 저놈 어지르는 습관은 어떻고.
           작업실을 한번 들여다 봐라.
           아무리 예술가의 감성 어쩌구 그래도 그렇지
           저런 도때기 시장 같은 작업실에서 어떻게 작품이란걸 구상하고 만드는지.
           나라도 있으니까 인간의 모습이 유지되는 거다. 뭐… "
         " 그러셔… 알 만 하네요.
           하긴 천 오빠는 도무지 정리정돈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
           내 잘 알고 있다우. 쿠쿠… 하여간 천생연분이로군… 천생연분.
           그래 밤 생활은 어떠셔들? 구조상 조카 볼 일은 없을 것 같고…
           혹시 말이지이… "
         " 최유이…!!! 이놈의 자식이… "
         " 아하하하하… 동희 오빠 얼굴 빨개졌다… 푸흣… 어쩜 저렇게 빨개질 수 있지?
           정말 하나도 안 변했다니까… 쿠쿠쿠… "
         " 야아…… "
        
         난처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다 못해 아예 빨개져 버린 동희를
         짓궂은 얼굴로 바라보는 유이.
         그리고 그런 유이를 싫지 않은 눈빛으로 노려보는 동희…
         실내로 퍼져나오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두사람은 모든 것을 다 뛰어넘어 이해를 담은 시선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한때는 각자에게 참으로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 였고…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은 가장 큰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평생을 가슴 속에 상처로 안고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꽤 긴 시간을 넘어서 마주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가 상처가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할 수 있었다.
        
         " 한국에 돌아 온 것도 거의 6년만이지? "
         " 그게… 그렇네. 그때 파리로 간 뒤엔 한국에 오지 않았으니까.
           십년에 가까운 세월인데도 그다지 변한 건 없는 거 같아.
           흐음… 고향의 향기라고 할까? 아까 공항에 내렸는데 말이지.
           파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공기하며, 사람들의 느낌…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 온 느낌이라고 할까? 하여간 그랬어. "
         " 하하…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지.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 땅을 그리워 하게 되 있어.
           아… 신랑은 어떡하고 혼자 온 거야? "
         " 헛… 유이가 지 신랑 챙길 얘냐?
           아마 울고 매달리는 신랑 단칼에 뿌리치고 온 걸게 분명해.
           지금쯤 파리의 어느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을 걸? "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장난스럽게 비꼬는 소천을 보며
         유이는 고운 미간을 잔뜩 찡그려 보이고는
         냉큼 소천이 내려 놓는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
        
         " 하…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가기 싫다는 사람 등 떠다 밀어 보낸 게 희우야.
           프로젝트 마무리하고 따라온다는데 뭐. 에휴… 유부녀의 괴로움이라고.
           어딜 가든 꼭 들러붙어 버리는 남편이라니.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절대 결혼 안 했어. "
        
         푸념하듯 투덜거리는 유이를 보며 편하게 미소짓는 동희의 얼굴은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은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동희를 보는 소천의 마음은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불안이 단번에 씻기우는 것 같았다.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그런 것임을
         같은 남자인 소천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런 첫사랑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과연 동희의 마음 속에서 그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아픔만으로 남지 않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희가 유이를 대하는 편안한 태도에서
         소천은 더이상 그 첫사랑이 그에게 아픔과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 누가 들으면 등 떠다밀려 억지로 결혼한 줄 알겠다.
           지가 좋아서 한 결혼을 두고 왠 푸념이야. "
         " 칫…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후회하는 건 아니다.
           희우가 얼마나 잘해 주는데. "
         " 다행이다. 좋은 사람 만나서. 걱정 많이 했었어.
           신랑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결혼식에 가보지도 못해서…
           너 아주 많이 행복해 보여. "
         " 응. 나 행복해. 희우 좋은 사람이야.
           날 많이 사랑해주고, 또 정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
           가끔 일에 미치면 날 화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서로 비기는 건가? "
         " 훗… 최유이 그 성깔… 어디 가겠니?
           너 작품 할 때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리는 거 이미 소문 날데로 난 사실인데 뭐. "
         " 아우~ 천 오빠… 나한테 뭐 불만 있어. 계속 나만 가지고 그래.
           몇년만에 만난 동생 그렇게 놀려대면 즐겁지? 즐거워서 미치겠지? "
         " 어떻게 알았어? 너 놀리는 것 만큼 재밌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딨냐? "
         " 또 시작이구나 너희들… 참 내… 나이를 이만큼 먹고서도. "
        
         세월의 공백을 느낄 수 없는 만남…
         그리고 그 공백을 가져다 준 아픈 상처도 퇴색되어서
         더 이상 그들을 구속하지 않는 그런 만남.
         동희는 이렇게 다시 한 자리에 마주 앉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미지의 존재에게 마음 속으로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어쩌면 영영 잃어버려야 했을지도 모를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대단한 행운인 것이다.
        
         지난 이년간.
         천이 동희를 찾아 온 이후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기쁜 일이 있다면
         자신들의 얽히고 섥힌 문제들이 꼬인 매듭을 풀고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 매듭지어진 일이었다.
         하나의 시절이 지나가고 또 다른 시절이 찾아 올 때는
         누구나 다 혼란스러워 하고 방황하기 마련인 것이다.
         유이의 말대로 그들은 흘러간 시간을 붙들어 두려는 욕심으로
         서로의 가슴 속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지만
         다가온 새로운 시간들, 새로운 시절 속에서
         다행이도 그 상처를 치유하고 엉켜버린 매듭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2년 전 그 때 소천을 다시 만나서 돌아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온 두사람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몰려
         꽤 오랜 시간 아무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때도 먼저 손을 내밀고 용기를 낸 사람은 소천이었다.
         남들이 하듯,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대부분의 사내들이 그러듯이
         술과 함께 몇일을 지나간 시간 동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 속 깊이 감추어진 불안이나 아픔 따위를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유사장네 식구들과 약속했던 저녁 약속을 지키기 위한 모임에서
         지나치게 술을 마셨던 동희는 소천에게 업히다시피 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그에겐 술집에서 잠든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잠결에 시야를 찔러오는 새벽 여명과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거움에
         힘겹게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선 앞에는 소천의 단정한 얼굴이 놓여 있었고
         마치 그렇게 밤을 새우기라도 한 것처럼 맑은 눈빛으로
         품 안에서 눈을 뜬 동희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게 만일 다른 친구였다면 기겁을 하거나
         아니면 장난스럽게 툭툭 치며 그 품을 벗어났을 테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소천의 눈빛 속에 어린 애절함과 그리움의 빛깔이
         잠에서 깨어난 동희를 그대로 얽어매는 것만 같았었다.
         그렇게 뚫어지게 서로를 쳐다보던 침묵을 깬 사람이 소천이었다.
         단 한마디…
         예전에 동희를 혼란과 경악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그 한마디…
        
         ' 사랑해… 동희야… '
        
         사랑하고 있다는 그 말을 다시 들었을 때
         동희는 더 이상 속으로 묻어두고 있던 감정을 감출 수 없었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던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동희에게 유이가 어린 시절의 그리운 추억과 첫사랑의 아픔이라면
         천은 그에게 오랜 세월 묵묵히 익어 온 포도주와 같이
         그렇게 깊이 뿌리내린 사랑이었다.
         단지, 하나의 감정 아래 숨어 있던 진실을 볼 수 없었고,
         그리고 세상이라는 커다란 벽을 뛰어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그 앞에서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소천의 확신에 찬 태도 역시도
         질투가 섞인 못마땅함으로 동희의 마음을 두껍게 뒤덮어서
         인정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랑…
         누구나 다 알지만 또 확실하게, 분명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가장 오묘한 진리.
         때론 그 말이 모든 혼란과 고통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처럼
         그것은 그 혼란과 고통을 잠식시키고 끝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새벽의 여명 속에서 동희는 천의 품 안에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 행복했던 아뜰리에의 아침 처럼 동희는 그때와 같은 그 아침,
         천의 품 속에서 모든 혼란과 방황, 그리고 고통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고,
         첫사랑에 대한 남은 미련을 정리할 수 있었고,
         끝을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상상해 본적 없는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고통이 수반되었음에도 느낄 수 있던 황홀감 속에서 동희는 아주 많이 울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에 울 수 없었던 만큼, 불안했던 만큼,
         그리고 그에게 미안했던 만큼……
         그 눈물로 모든 죄스러움이 사해지듯이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소천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접을 수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행복, 보편적인 삶이란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유이가 전했던 결자해지의 의미…
         막연한 느낌이 아닌 확신을 가지고 자신들의 꼬인 매듭이 풀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그건 보편적인 눈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그런 인연일지 모르지만
         더 이상 그 보편의 잣대에 자신들의 관계를 끼워 맞추고 납득하려는 바보 짓을
         그만 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행운이 찾아 온 것을 감사할 수 있었다.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생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기쁨과 감사.
         그 때도 동희는 소천의 품 안에서 지쳐 잠들 때까지
         미지의 존재에게 감사드렸었다.
         이런 행운을 허락해 준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귀한 인연을 맺어준 것을…
        
         요란하지 않고 늘 담백하지만… 때론 불같은 격정에 휘말리기도 했던
         2년의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리고 앞으로의 삶 역시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행복할 거라는 예감.
         되찾은 동생과 친구, 그리고 연인.
         문득 생각해 보면 그때 왜 그렇게도 방황하고 괴로워 했는지
         스스로 한심해지기도 하지만 또 그러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은 모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두사람의 관계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굳이 알리려 하지도 않았고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기 마련이고
         그 잣대 아래 자신들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데로,
         또 받아들이는 사람은 받아들이는데로
         중요한 것은 동희와 소천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잣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런 두사람을 쉬이 용납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남지만
         그마저도 더 이상 두사람의 행복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용납하지는 못해도 방해는 하지 않겠다는 동희 부모님의 태도.
         의외의 반응이긴 했지만
         어쩌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맞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이미 장성한 자식을 어찌하겠느냐는 체념일 수도 있었다.
        
         좀 더 나이가 먹고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면
         그 때는 후회를 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 때 그 후회로 괴롭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더 행복해지자고
         그렇게 약속했다.
         사실 하나 뿐인 외아들이 남들처럼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이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부모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그 인생은 오로지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희의 부모님이고 보면
         그분들의 그러한 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는 것이고……
        
        
        
        
        
         지난 시간의 회상에 빠져서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동희를 바라보는
         소천의 얼굴엔 결코 숨길 수없는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런 두사람을 보고 있는 유이의 얼굴에도 역시 감사함과 기쁨이 어려 있었다.
        
         두번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작정했지만 파리에서의 고독한 시간들…
         혼자서 견뎌낸 고통과 방황의 시간 속에서
         유이는 소천에 대한 자신의 감정보다도
         두사람에 대한 우정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게 도와준 사람이 희우였다.
         지금의 남편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첫 인상이란 그야말로 코 막히게 답답한 책상물림.
         오로지 공부 말고는 아는 게 없는 그런 사내라고 생각했지만
         만남이 거듭되고 친분이 깊어질수록
         그에겐 자신이 갖지 못한 냉정한 이성과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깊은 이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딱히 누가 먼저 다가섰다고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가까워짐을 통해서
         세상을, 인생을 보는 유이의 시선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의 결혼을 결심했을 때, 정말 우연처럼 마주친 소천.
         어색함보다도 가슴아픔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 아래 숨겨진 그리움과 애절함을
         누구보다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감정이었지만
         같은 사람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유이는 소천의 가슴 깊숙이 자리잡은 그 아픔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의 마음 속에 아직은 남아 있는
         그에 대한 작은 감정마저 모두 비울 수 있었다.
         그 때 나누었던 말을 전부 기억하진 않지만
         확실하게 유이의 뇌리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대답.
         아직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소천의 그 대답으로
         자신과 소천 사이의 매듭도, 동회와의 매듭도 완전히 풀 수 있었던 것이다.
         남은 두 사람의 매듭은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 였고,
         유이는 그들에게 아니 아직도 혼란과 방황 속에 헤매고 있을 동희에게
         아주 작은 실마리를 던져 줌으로
         그에게 가지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삭힐 수 있었다.
        
         결국 유이의 결혼식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전화를 통해서
         유이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동희의 음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자신처럼 조금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은 홀가분한 목소리.
         그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충만한 목소리로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동희의 음성 속에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오빠의 사랑이 스며 있었다.
         소천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 괴로웠던 그 시간 동안
         그녀는 또 다른 아픔까지 감수해야 했다.
         너무나 소중한,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오빠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역시 소천의 사랑을 얻지 못한 그 아픔과 비등한 크기로
         그녀의 가슴을 조각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몇년만에 직접 통화한 동희의 음성 속에서
         예전 그 오빠의 음성을 들었을 때
         유이는 참을 수 없는 기쁨과 안도감에 눈물을 터뜨려야 했다.
         어린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유이의 곁에서 그녀를 달래던 희우 역시
         그들이 주고 받는 통화 내용을 들으며 함께 눈시울을 붉혔었다.
         잃어버린 소중함을 되찾는 기쁨과 감동은 그것이 나의 일이 아니어도
         눈시울이 붉어지게 마련이고 더욱이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일이라면
         내 일과도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희의 동화집에 삽화를 그려주면서도 두사람은 직접 통화를 하지 않았었다.
         우연히 동기인 정호를 통해서 동희가 동화집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동화집의 내용을 전해 들은 유이는
         정말 충동적으로 그 내용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삽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삽화가 완성된 뒤에도 한동안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서 그 삽화를 동화집에 써달라고 했을 때도 정호를 통해서였다.
         물론 그 때도 동희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동화의 내용… 그것이 유이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흔들어 놓았다고 해야 할까?
         책이 출판되고 동희로부터 간단한 인사말이 적힌 편지와 함께 배달된 동화집을
         보면서 유이는 눈물도 흘릴 수 없었다.
         그 때까지도 유이의 마음 한구석에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소천이 자신을 봐줄 지도 모른다는 그런 덧없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동희의 마음이 결코 소천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부질없는 믿음도…  
         하지만 그 동화집의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년이 들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랑이란 것을,
         소년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녀의 그 기대나 믿음은 그야말로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울 수조차 없는 고통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곁에 있던 희우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묵묵한 태도가 유이의 닫힌 가슴을 열고 뿌리내리기 시작했었다.
         소천을 만났을 때 주저없이 동희에게 가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희우,
         그가 그녀의 곁에 있다는 믿음과 든든함 덕이었다.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소리없이 스며들어 사람을 사로잡는
         짓궂은 것이었다.
         그렇게 소천과의 매듭을 풀고… 동희에 대한 죄스러움을 털어버렸지만
         자신들의 관계가 예전과 같아질거라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었다.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남겼었기에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그저 좋은 기억으로 가끔 생각하고 안부를 물을 수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식 전 미안해 하면서 걸려온 동희의 전화,
         그의 다정하고 따듯한 목소리가 체념하고 있던 바램을 들어준 것이다.
         그 후 빈번히 오고 간 전화 통화 속에서 이미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그렇다고 아주 예전과 같을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은 바랄 것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거리까지 회복된 자신들의 관계에
         얼마나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며 안도 했었던가……
         그리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어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역시도
         얼마나 많이 감사했었던가…
        
         너무나 소중하고 소중해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표정으로 동희를 바라보는
         소천과 그런 소천을 신뢰와 사랑이 충만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희…
         그런 그들은 넉넉하고 풍요로운 미소로 바라보는 유이…
         그들은 하나의 시련을 무사히 건넌 것이다…
         인생이란 여행에 반드시 있게 마련인 폭풍을 이겨낸 것이다.
        
         커다란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폭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많은 흔적과 상처가 남지만 그럼에도
         그 폭풍 속에서 견뎌낸다면 세상에 둘도없는 아름다운 평화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평화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은 폭풍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란 누구나가 다 같이 하나 쯤은 빈 공간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타인의 존재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때로 그 상대가 내가 원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알면서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인연이라고 이름 지워진 누군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폭풍을 뚫고 용기를 내서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안의 빈 자리를 충실하게 채워 온전한 하나의 삶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동희도, 소천도, 유이도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나긴 폭풍을 견뎌냈고 그리고
         자신 안에 빈 공간을 채워줄 사람을 찾아 그를 받아 들이는
         용기를 낸 사람들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상처가 더이상 상처가 아닌 추억이 될 수 있었음은
         정해진 운명이라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끌어 모은 용기 덕일지도 모른다.
         신이 정해주는 것은 단지 인연이라는 연결고리일 뿐이고
         그 고리를 끊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일 것인가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의 몫인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던 우정이던 선택은 사람의 몫이고 책임이다.
        
         겨울의 초입에 선 한적한 오후의 햇살이 다사롭게 스며드는 곳에서
         세 사람은 진심으로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되찾은 소중함을 더욱 귀하게 지켜갈 수 있는 용기 또한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결자해지.
         맺혀진 매듭이 풀리면 폭풍은 가라앉는 것이다.
         마음 가는데로.
         욕심이 아닌 순수한 마음의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내게 인연지워진 사람의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솔직해 지기.
         솔직한 사람만이 참으로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가지를 힘들게 깨닫고 이행한 세 사람의 앞날은…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 친다고 해도 더 이상 홀로 견디지 않아도 되는
         그런 든든한 곁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 내야 하는 것이다.
        
                                                                                
                                       END.
        

    
     <하리님의 COMMENT>
     에효효… 이거 정말 급조하듯이 쓰다 보니… 영 미진하네요.
     쩝… 땅파기 전문가가 별 수 없는 거죠… 호호…
     음… 실은 좀더 다른 플롯… 테마 소설 용으로 쓰려 했던 거였는데…
     동희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는 포스님의 갈굼에 그만…
     이번 이야기는 동희와 유이가 주인공이나 다름 없습니다.
     첫사랑이라는 영원한 명제를 가슴에 품은 두 사람의 이야기죠.
     물론 소천이라는 녀석의 성격이나 기타의 것들…
     제대로 나타난 게 하나도 없죠……
     아마도 그건 테마소설로 씌여질 듯 싶군요.
     천이란 녀석 알고 보면 의외로 엉뚱하고 음흉한 녀석입니다.
     물론 제 생각 속에서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과묵 그 자체지만
     그 속은 그야말로 늑대의 전형이라고 해야하나요? 호호…
     재미없다고 돌만 던지지 말아주세요.
     그렇잖아도 요즘 매일 눈팔매에 시달리고 입팔매에 시달리는 하리,
     여러 식구분들의 돌댕이까지 맞으면
     진짜 터널이 아니라 무덤 파고 들어가 누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넓은 아량으로 재미 없어도… 그러려니 하고…(비굴비굴)
     그…그런데 원 플롯은요…  도… 도저히…
     그건 정말 긴 장편이 되버릴 거 같아서 도저히 손을 댈 수가…
     뭐 언젠가는 나오겠죠?
     축설이라고 쓰긴 했는데… 하하…
     바빌론 새집 이전을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썼습니다.
     집 쥔이신 아기홀로님과 지기님이신 포스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다시 모이신 모든 바빌론 식구분들… 축하합니다.
     이번 새집은 아주 오래오래 지켜져서
     세월의 향기와 추억을 가득 안은 그런 고옥과도 같은 곳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BabyAlone의 COMMENT>
     테마소설로 세사람의 뒷 이야기를 또 볼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쁘군요.
     이런 멋진 소설을 바빌론에 기꺼이 주신 하리님께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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