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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루네드
열정 2

2.


  누군가 나를 건드려 나는 선뜩 잠에서 깼다. 눈이 뻑뻑하니 제대로 들어올려지지 않고 몸은 여기저기 삐걱삐걱. 팔을 들어 자신에게 걸치려 하고 손이 어깨와 무릎을 건드리는, 그 시점에서 나는 완전히 잠에서 깼다.

  “무슨 짓이야?”

  그리고 벌떡 일어나다가 쾅, 머리를 부딪쳤다. 별이 빙빙 도는 아픔,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떴더니 쓰리고 너무 눈부셔서 눈물이 핑글 돌았다.

  “이런 곳에서 밤새 잔 건가?”

  턱을 감싸쥐고 교수가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 세웠다. 어젯밤 내가 보았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다. 학교서 보았던 부드러우면서도 지나친 접근을 거절하듯이 예의바른 얼굴이었다.

  “괜찮나?”

  교수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목을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밀쳐내면서 나는 제대로 일어섰다. 욕실에 걸려져 있던 샤워가운을 제멋대로 걸치고 있었지만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온몸이 삐걱거렸다. 아랫도리가 얼얼하니 아려왔다.

  “간밤에 내가 많이 취했던 모양이지. 내 집을 알고 있었나?”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그가 물었다. 나는 멀뚱히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 자식.

  “집을 가르쳐 준 건 교수님이시잖습니까?”

  불퉁하게 튀어나가는 목소리를 듣고도 그는 태연하게,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다.

  “자네한테?”
  
  나는 정통으로 빠악, 교수의 뺨을 후려갈겼다.

  “빌어먹을!”

  방은 또 하필, 미닫이 문이다. 그대로 발로 걷어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타악, 문을 밀어버리고 손에 애써 얼얼하게 아려오는 통증은 무시했다. 내 알바 아니다. 추워서 떨리고 있던 몸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다! 이 빌어먹을 자식은 간 밤의 일을 하나도 기억 못한다!

  “잠깐만, 기다려 봐, 현준군!”
  “손 치워.”

  다급하게 매달리는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나는 가운을 벗어던졌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바지를 주워올려 다리를 꿰려는데, 웬 팔이 허리를 끌어안는다.

  “이 거 치워!”
  “미안하다.”
  
  귓가에 대고 낮게 교수가 속삭였다. 오싹, 전율이 등줄기를 달렸다. 귓불을 스치는 입술, 입술이 불어넣는 따뜻한 김의 감촉, 그 말을 속삭이는 어조와 목소리의 느낌이…… 미안하다고 낮게 사과하는 말이……. 나는 목까지 치받쳐 올라오는 뜨거운 것을 삼키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말은 누누이 들었던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사과를 쉽게 해치우고 나는 쉽게 받아들인다. 미안하다는 말 따위는 수도 없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 순간에, 자신의 감정에 취해, 아무런 보상의 것도 없이 미안하다고 잘만 말한다. 그렇게 숱하게 들어왔던 미안하다를, 나는 왜 이 순간에 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듣는 것인가. 병신같이.
  눈가가 뜨거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걸 어떻게 해석했는지 교수는 말없이 허리에 두른 팔에 더욱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교수는 지금 제법 두터운 감의 가운을 하나 걸치고 있을 뿐이다. 그 안은 나와 마찬가지로 알몸이다. 그걸 문득 의식하고 나는 몸을 틀어 교수의 품안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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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케로님 말씀이 뼛속까지 아파서 하드를 뒤졌습니다T_T
잘못했어요T_T

너무 짧아서 양심이 뜨끔뜨끔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올렸습니다;

BabyAlone   2005/03/27

이게 얼마만의 열정입니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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