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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Alone
세이료오 시리즈 : snowfall

[西稜(세이료오) 고교 시리즈]



                              SNOWFALL


                                              
                                        원작 : 시도오 유즈미(志堂冬純)
                                               az23@mx3.tiki.ne.jp

                                        번역 : BabyAlone
                                               babyalone@orgio.net





이 소설과 그에 이어지는 부수자료의 권리는
원작자인 시도오 유즈미상과 번역자인 BabyAlone에게 있습니다.

원작자와 번역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불펌은
절대 허락할 수 없음을 먼저 밝혀 둡니다.









방과 후, 학교 계단 입구에서 난 추위에 떨면서 서 있었다.

어쨌든 장갑은 하고 있지만 엄마가 바겐세일에 사온 싸구려인 탓일까,
솔직히 말해 전혀 따뜻하지 않다.
손가락 끝이 왕 얼어 붙어서 양손에 하아- 하고 숨을 불어 넣었다.

이렇게 추운 걸 알았다면 제대로 머플러를 갖고 나오는 건데.

추위에 약한 난 보통 때라면 추운 날엔 머플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그 정도 춥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집에 두고
나와 버렸지만 말이다.

수업이 끝난 학교에는 벌써 거의 왔다갔다 하는 사람 그림자조차 없다.

언제나 나는 방과후 시간을 학생회 일로 보내고 있다- 라곤 하지만
일이 바쁘다든지 학생회 일에 사명을 불태운다든지 하는 따위 이유가  
아니다.
무릇 학생회라고 해도 난 단순한 잡용계에 지나지 않는 집행위원이라
특별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책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양궁부 주장으로 있는 겐세이(顯聖)와 같이 돌아가기 위해서다.

겐세이의 풀네임은 우에스기 겐세이(上杉顯聖)라고 한다.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 - 일본의 위인 : 역자 주)의 변형이야?
하고 생각될 만한 이름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중국의 전설이라든지
삼국지라든지가 좋아서 顯聖何 라는 신으로부터 이름을 따왔다고
말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 보면 겐세이(顯聖)라고 하는 말에는 <현자와 성인>이라는
의미가 있어 양궁부 주장으로서의 신뢰도 두터운 그에게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겐세이도 옛날에는 이상한 이름이라고 놀림을 받았어 하고 말하고 있지만
난 좋아했다.
겐세이의 이름이라면 예를 들어 <곤베(우리나라로 치면 삼룡이 정도
되는 이름이 아닐까요? : 역자 주)> 라고 하여도 반드시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치아키(千秋)."

기다리던 사람에게 이름이 불려 나는 돌아 보았다.

치아키.
옛날부터 여자같다고 놀림을 받아왔다.

하지만 겐세이가 불러주는 것은 싫지 않다.
겐세이가 불러 주는 <치아키>라는 울림은 좋았다.

겐세이가 좋아해- 라고 말해 줬으니까 -
<치아키>라는 이름도, 이 얼굴도.

내가 여자 같은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얼굴도다.
나 자신은 잘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여자 같다>라든지 <귀여워>라는 말을
들어왔다.
남자로선 역시 어쨌든 기쁘지 않다.
어느 쪽이든 줄곧 컴플렉스였다.

그러니까 겐세이와 이런 관계가 되기까지는 꽤나 거부감이 있었다.
한층 더 여자같은 기분이 되고 마는 것은 정해진 일이다.

하지만 겐세이는 쿨한 외견에 비해 정열가로 어떤 일에도 겁먹지 않는
타입이었다.
기가 약한 난 처음부터 어쩐지 저항을 할 수 없게 돼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겐세이는 이 얼굴이 좋아- 라고 말해 주었다.
컴플렉스의 귀신이었던 날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도 말해 주었다.
가족과 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고 시험하는 듯한 질문을 한 내게
망설임 없이 날 선택한다고 말해 주었다.

지금은 나도 겐세이가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실속도 없는 대화를 하면서 두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문을 나섰다.
한참을 걷다가 이야기가 끊어진 어느 순간, 겐세이는 갑자기 말했다.

" 주고 싶은 게 있어. "

" 에, 뭐? "

겐세이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선물이라고 알 수 있을 빨간 리본이 둘러진 꾸러미를
내게 내밀었다.

" 생일 축하해. "

" 겐세이… "

알고 있었구나….

그래. 오늘은 바로 내 17세 생일이었다.
하지만 겐세이와는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별로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일을 축하받는 것이 싫을 이유가 없다.
다만 기회가 없었다.
정신이 들어보니 오늘이었고, 그러다 보니 결국 말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오늘, 생일이야> 따위 선물을 독촉하는 것 같아서.

누구한테 들었지?

쿨하고 엄격한 양궁부 주장.
하지만 정말은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낯을 가리는 건지, 경계심이 강한 건지, 일상사를 확실히 말하는 것에 비해
잘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변에선 엄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버린 것 같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처음엔 그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귀어 보고 알았다.
겐세이는 남자다운 이름이나 외견과는 표리부동하게
의외로 남을 돌보아 주기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언제나 뭔가 하려는 듯, 내게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다.

" 고마워. "

난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고 꾸러미를 받아 쥐었다.

" 열어 봐도 돼? "

" 아아. "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벗기자, 안으로부터 나온 것은 크림색의 머플러였다.
오늘 아침, 내가 집에 두고 왔던, 장갑과 마찬가지로 엄마의 전리품인
머플러보다 훨씬 고급스런.

" 뭐가 좋을 지 몰라서. "

겐세이는 변명하는 것처럼 말했다.

" 치아키, 언제나 추워 보였거든. "

정말이지, 나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나보다 날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몰라.

" 이거 지금 해도 돼? "

" 치아키에게 줬잖아. 이제 치아키 거야. 나한테 묻지 않아도 돼. "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내 손 안의 머플러를 집었다.

" 해 줄께. "

살짝 머리 위를 미세한 바람이 스쳐가자 내 목에 머플러가 둘러진다.  
겐세이의 손이, 가만히 한쪽 끝을 뒤로 둘러 주었다.

따뜻해….

" 고마워. "

" 아아. "

겐세이는 미소했다.
그다지 싸게는 살 수 없는 겐세이의 웃는 얼굴이 난 너무 좋았다.  
겐세이는 정말로 다정하게 미소짓는다.
그 웃는 얼굴을, 나 이외에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단 사실이 기쁘다.

문득, 눈 앞에 하얀 것이 둥실둥실 떨어져 갔다.

눈이다…
당연히 추울 것이다.

유감이지만, 난 눈에 들뜰 만큼 어린애도 활발한 타입도 아니었다.
보고 있는 것만이라면 좋지만 눈이라고 하는 것은 추위를 수반한 것이다.
추운 것은 내겐 단순하게 말해 기쁘지 않다.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손에 쥔 그대로인 리본과 포장지를 재빨리 배낭에 넣었다.
<가자>고 겐세이를 재촉하고 걷기 시작한다.

" 정말은 장갑 쪽이 좋았지만. "

걷기 시작하면서 겐세이는 스윽하고 내 손을 감싸 왔다.

두근- 한다.

" 손은 내가 따뜻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

그런 말을 듣자 두근두근한다.

그건 기뻐.
그 기분은 기뻐.
손을 잡힌 것도 물론 싫지 않아.

그래도 말야,

" 겐세이…"

남들이 보잖아.

곤란해서 고개를 든 내게 겐세이는 미소지었다.

" 괜찮아. "

그렇게 말하고 잡은 손을 감추듯 자신의 코트의 포켓에 넣었다.

겐세이가 준 머플러도 따뜻하지만 겐세이의 온기에 싸인 오른손 쪽이
더 따뜻해서… 난 더 이상 아무 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계속 이대로 있을 수 있다면 좋겠어….

나는 포켓 안, 겐세이의 손을 마주 쥐었다.



                                                               - 끝 -



              

- 작자 후기 -


이 이야기는 Boys Love Novel에 연재중인 <학생회실>의 한 시리즈입니다.

<학생회실>에는 그들은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만
<세이료오 고교 학생명단>에 그들의 프로필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말해 둡니다.

노골적으로 러브러브해피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쓴
이야기입니다만, 그에 비해 달콤함이 부족했다고… 반성.

자신이 쓰고 이런 말하기도 뭣합니다만, 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이
<곤베>였다면 싫어했을지도… T.T

겐세이는 즉흥적으로 생각난 캐릭터에 즉흥적으로 붙인 이름입니다만
왠지 그의 캐릭터상도 이름도 마음에 들어서 두사람이 친해진 계기라든지
첫 경험 따위를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뭐라 해도 겐세이도 젊군요.
<가족보다 치아키가 먼저다> 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8-20 20:20)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0 20:24)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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