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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59)  시도오 유즈미 (20)  미즈키 마토 (11)  후지키 사쿠야 (16)  츠지 키리나 (12) 
BabyAlone
유우히 & 아츠시 시리즈 2. 펜스 저편에 (6)

[번역/시리즈]



                           펜스 저편에

                    - 夕日&篤志 시리즈 : 2 -


                                              
                                        원작 : 츠지 키리나
                                               junko@penpen.ne.jp
                                                
                                        번역 : BabyAlone
                                               babyalone@orgio.net
                                               babyalone@freechal.com




이 소설과 그에 이어지는 부수자료의 권리는
원작자인 츠지 키리나 상과 번역자인 BabyAlone에게 있습니다.

원작자와 번역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펌은
절대 허락할 수 없음을 먼저 밝혀 둡니다.









6. 약속                       


 
테이블에 놓인 커피 컵에서 새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그 뜨거운 액체를 후루룩 마셨다.
씁쓸하고, 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입 안에 퍼져간다.
막 탄 커피는 몹시 뜨거워서,혀 끝을 조금 데었다.
내가 천천히 천천히 그것을 음미하고 있으려니,
아츠시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좀 진정됐어? "

나는 힐끔 그에게 시선을 던지고,침묵한 채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정말은 아직 가슴 속이 잔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긴장해 있는 걸 알 수 있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이내 방금 전의 광경이 머릿속에 되살아나,
그 고통에 신음을 토하며 몸부림쳐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버텨서 진정한 척을 하고 있었다.
왜냐면,아츠시의 고통도 아플 만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 있는 나의 눈앞 바닥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몸을 내린 채,
아츠시는 꼼짝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후회하고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저토록 난폭하게 날 상처입히고 말았을까,
슬픈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
나올 리 없는 답을,허무한 변명을,자신 속에서 찾고 있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알면서.
긴 시간이 흘렀다.
겨우 조금 마음이 진정된 내가 한번 크게 한숨을 쉬자,
그가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 정말로 이젠…… 안되는 거야? "

그것은 기대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나는 끄덕일 수도 고개를 흔들 수도 없어,
말없이 컵을 쥔 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끄덕여서 이대로 끝내버리기엔,너무도 고통스런 최후의 밤이었다.
이런 형태로 종지부를 찍는 건 너무 슬프다.
이렇게 헤어져 버리면,난 영원히 쓰디쓴 추억으로밖에
그를 생각해 낼 수 없게 되버릴 것이다.
그런 건 너무도 안타까운 게 아닌가.
우리가 만들어 온 시간이 모두 부정되어 버리는 따위,
그런 거…… 잔혹하다.
이렇게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데도.이렇게 그를 좋아하는데도…….

" 이젠…… 나와 있는 게 싫어? "

아츠시가 툭 하니 중얼거렸다.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무뚝뚝한 얼굴에 괴로운 듯한 표정이 감춰져 있다.
슬픈 듯이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 ……이젠,내가, 싫어……? "

나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대답했다.

" 으응,싫지 않아…….싫어지지 않아. 절대로. "

" 그럼 어째서? "

그는 격해질 것 같은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것처럼,
노력하며 조용한 어조로 물어왔다.
하지만 파고드는 것처럼 날 응시하는 눈길이
너무도 슬픈듯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꼼짝않고 그 눈동자를 마주보며 말했다.

" 나는 단지…… 힘든 거야.널 보는 것이. "

" 어째서? 뭐가 힘들어? 내가…… 리카와 있는 게 싫은 거야?
   하지만 그건,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냐.
   난 정말로, 그 녀석은 여동생 정도로밖에 느끼고 있지 않아.
   너랑은 전혀 틀려.나는 너밖에ㅡ "

" 그런 게 아니라……! "

나는 비명처럼 외치고 그 말을 가로막았다.

" 아냐…… 리카 상의 일 뿐만이 아니라……. "

어떤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그에게 전하면 좋을지 몰랐다.
아니…… 자기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줄곧 희고 흐릿하게 보이는 안개처럼 내 가슴 속에 있던 것.
항상,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던 때조차,
흐릿하게 내 상념을 감싸고 있었다.
그와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자신.그런 스스로를 꾸짖는 자신.
한심하고,믿음직스럽지 못하고,차라리 전부를 잃어버리는 쪽이
얼마나 편할까, 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고,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음직스럽지 못한 자신이 불안하고 그를 잃는 것이 무서웠다.
그런 감정을 품어버린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싫었다.
상념은 항상 자신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 나…… 모르겠어,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은 건지,모르겠어……. "

입술에서 새어나온 내 목소리는 꺼져버릴 것처럼 힘없이 스러져 있었다.

" 나,아츠시를 좋아해.누구보다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자신이 없어.
   나에겐 뭐든 날려 버리고 너와 사귈 자신이 없어.
   나는 항상 널 둘러싼 것들의 밖에서밖에 널 볼 수가 없어.
   네가 달리는 코스를 펜스 밖에서뿐이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너와 같은 세계에 서지 못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자신이 어쩔 수 없을 만큼 비참해.
   치졸하고,한심하게 생각돼.
   그렇지만…… 언젠가…… 그런 시시한 나한테 언젠가 네가 질려서,
   네게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게…… 너무 두려운 거야.
   난 항상 계속 네 옆에 있을 자신이 없는 거야. "

마지막 말은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 이런저런 아츠시를 보고, 이런저런 아츠시를 알고,
   나,네가 점점 좋아졌어.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될수록 그런 생각도 더 강해져 가는 거야.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곁에 있는 게 두려워.
   고통만 커져가……. "

나는 말을 끝내고
입술을 깨물고 울 것 같아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아츠시는 말없이 내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한동안 눈썹을 찌푸린 복잡한 얼굴로 꼼짝않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우두커니 입을 열었다.

" ……모르겠어.네 마음은. "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봤다.
그는 무릎 위에 깍지 낀 자신의 손을 꼼짝않고 응시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했다.

" 나는…… 널 사랑해 왔어.
   내가 가능한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네게 그걸 드러내려고 노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넌,내가 널 버릴지도 모르다고 의심하고 있어.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넌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고 물러서 버리지.
   그렇다면……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어떻게 하면 널 안심시켜 줄 수 있지?
   넌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거야, 유우히? "

호소하는 듯한 그의 말이 내 가슴 깊숙히 꽂힌다.
난 눈을 가늘게 하고 고개를 저었다.

" 그 답을, 모르겠어,나도……. "

아츠시가 날 본다.우리들은 정면에서 서로를 마주 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사귀고 있던 그 때와는 달리,
전부 털어놓은 다음의 두사람의 먼 거리가 거기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펜스(울타리)처럼.
나는 슬픈 기분으로 그를 응시하고,입가에 희미하게 웃음을 떠올렸다.
포기하는 것을 자신에게 납득시키려는 듯한,비참한 미소였다.

" 바로 정면에서 마주보면서 그런데도 마음이 어긋난다면, 이제……
   헤어질 수밖에 없잖아, 우리? "

하지만 아츠시는 결코 납득하지 않고,꾹 입술을 다문 채 중얼거렸다.

" 난 싫어……. "

날카로운 눈을 한 채 날 매섭게 쏘아보고는,
움켜 쥔 주먹으로 쿵, 하고 크게 바닥을 치고 외쳤다.

" 싫단 말이다,너랑 헤어지는 건! "

나는 그런 그를 꼼짝않고 응시했다.

( 아츠시…… )

그의 마음은 지금의 내게는 고통스러울 따름이었다.
알았다……고 깨끗이 납득해 주는 쪽이 얼마나 편했을까.
예를 들어,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고 울게 되던지간에.
우리는 잠시동안 둘 다 침묵한 채 앉아 있었다.
정적의 방에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다.
나는 크게 한번 한숨을 쉬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 ……돌아갈게, 나. "

언제까지고 나지 않는 결론을 앞에 두고 여기 있을 수는 없었다.
아츠시도 지금은 이렇게 있어봐야 소용없다고 느꼈는지,
만류하지도 않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바래다 줄테니까. "

나는 한순간 됐다고 거절하려했지만,그 말을 목구멍에서 삼켰다.
왜냐하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준비하고 방을 나가려 할 때,
아츠시의 가죽점퍼의 앞주머니에 날카로운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잠시 두근거렸다.
만약 또 전처럼 리카 상으로부터의 전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여기 있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아츠시도 마찬가지로 느낀 건지 조금 당혹스런 표정을 떠올리고,
그렇지만 할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 ……네? "

불쾌한 듯 대답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은 리카 상에게서 온 것은 아닌 듯,
이내 표정이 안도의 색으로 변했다.

" 아,점장님……,에에,예, 알았습니다.6시죠.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

아무래도 오토 숍 점장님으로부터인 것 같았다.
그는 전화를 끊더니 잠시 침묵한 채 우뚝 서 있었지만,
이윽고 내게 얼굴을 돌리고 천천히 말했다.

" 유우히,나,다담주 S서킷에서 레이스가 있어.
   그래서 여러가지로 바빠서 한동안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아침에도 빼먹지 않고 늘 전차에 탈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어.
   여기서 잘 지도 모르겠고……. "

나는 침묵했다.
헤어지자고 얘기하고,그래도 인정하려들지 않고 만날 수 없다는 변명을
내게 말하는 그가 어쩔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팠다.
이제 됐어,아츠시.어차피 이젠 마지막이니까…….
그런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그렇지만 역시 입밖에 내는 건 불가능했다.
필사적으로 날 붙들려는 그를 어쩔 수 없이 상처입혀 버릴 것 같아서.
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들은 침묵한 채 맨션을 나가,
그의 바이크에 타고 귀로에 올랐다.
집에 도착해 내가 바이크에서 내려 안녕을 고하려 했을 때,
그 때까지 외면하고 있던 아츠시가 뜻밖에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 이번 레이스 말인데……. "

꼼짝않고 응시한 채,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전국 일본 로드 레이스 제9전으로 ……라고 해도,넌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큰 레이스야.
   일본의 빠른 레이서가 전부 모이는,굉장한 레이스라구.
   거기에 나,스포트 출전해.
   지금까지 결과를 인정받아서 출전권을 손에 넣은 거야.다음 시합만. "

그는 뭔가를 호소하듯,뜨거운 눈을 하여 얘기했다.

" 최고의 레이스고, 나 따위보다 훨씬 빠르고 잘하는 선수들만 출전하는
   시합이지만,그래도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냐.
   난 자신의 힘을 믿고 있어.
   운만 나쁘지 않으면,우승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
   그리고 그 정도 자신이 없다면 레이스 따윈 할 수도 없고. "

아츠시의 손이 헬멧을 내밀고 있던 내 손을 꽉 잡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허둥댄 난 엉겁결에 헬멧을 떨어뜨려 버렸고,
그것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 위로 굴렀다.
망연해 있는 나를 향해 아츠시는 불타 오르는 눈동자를 하고 말했다.

" 만약,만약 네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괴롭다면,
   내가 그 자신을 주겠어.난 널 위해 우승하겠어.
   이번 레이스,널 위해서만 달리겠어! "

나는 놀라서 그를 응시했다.
그런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대사를 갑자기 들이대자,
한순간 돌려 줄 말을 잃어버렸다.
하물며 이 무뚝뚝하고 쿨한 그가 그런 말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아서,
난 뚫어지게 그를 응시했다.
아츠시는 쥐고 있는 손에 꾹 힘을 실어, 낮게 위협하듯 말했다.

" 그러니까…… 내가 이기면,헤어지잔 말을 철회해. "

눈동자가 진지했다.
날카로운 대사는 결코 겉멋 뿐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본심,진심인 것이다.
아츠시는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날 위해
자신의 소중한 레이스를 걸 생각인 것이다.

( 아츠시…… )

난 바이크 레이스가 아츠시에게
얼마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세계인지 알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거기에 나란 존재를 개입시켜 날 위해 달린다고
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도 잘 안다.
정말이라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의 싸움이다.
그가 그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인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을,그는 내게 맡겨 준 것이다.
나의 사랑을 계속 붙들기 위해.
나는 잠시 그를 보고,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좋아. "

그의 정열에 응하듯, 나도 마찬가지로 정열적으로 말했다.
그것은 내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를 사랑한단 사실에 대한 최후의 희망을 건 내기와 같은 것이었다.

" 날 위해 달려 줘.날 위해 우승해 줘.그러면 난 널 믿겠어.
   널 우승시킨 내 힘을 믿겠어.널 단념하거나 하지 않겠어! "

아츠시는 뜨거운 눈동자를 반짝이며 힘차게 말했다.

" 약속이야,유우히. "
 






그 날은 아침부터 좀 구름이 많이 끼고 공기가 무겁도록 축축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울기 시작할 듯한 날씨다.
실제 몇번이나 투둑, 하고 찬 물질이 떨어져 뺨을 적시고,그래도
이내 개었다 또 간혹 내리는,너무도 애매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레이스를 하기에는 최악의 날씨라고 사토루는 말했다.
개이든지 내리든지,어느 쪽인지 추측할 수 없는 중도중단의 상태는
번거롭다고 한다.
레이스에 이기려는 타이어도 중요한 요소이고,
특히 화창하게 개인 날의 노면과 비에 젖은 노면에선
전혀 성능이 틀린 걸 사용한다고 하니,
그 선택에 따라 타임에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모두가 동일조건에서 시작하고 그걸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어느 쪽을 선택할지 팀마다 판단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날씨는,
팀 크루를 울릴 만한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토루는 설명해 주었다.
그렇지만 그런 어두운 날씨 상태와는 정반대로,
서킷은 전체가 이상한 열기와 흥분에 둘러싸여 있었다.
전국 일본 로드 레이스 제9전이라는 오늘 레이스는
이전 내가 봤던 작은 놀이 레이스와는 규모도 분위기도 전혀 다르고,
발을 안에 디딜 때부터 그 굉장함에 압도당했다.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이 보러 와 있고,
게다가 관전하는 측에까지 이상한 긴장감이 떠돌고 있었다.
축제는 축제지만, 승리란 걸 강렬히 의식하고 있다.
그것은 출전한 것만으로 즐거웠던,관전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이전 레이스와는 달라서,출전하는 쪽도 그것을 지켜보는 쪽도,
우승을 위한 강한 기대와 각오를 갖고 있단 느낌이었다.
물론 나와 있는 팀도 놀러 왔다는 구석은 한군데도 없었다.
출전하고 있는 건「프라이빗」이라는 개인 또는 숍이 운영하는 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 아츠시가 있는 『팀·라이트닝』도
이 프라이빗 팀이다 - 그 중엔「워크스」라고 불리는 강력한 팀도
몇개나 참가하고 있다.
워크스란 메이커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팀을 가리키는 것으로,
당연히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거기엔 메이커의 최고 기술이 언제나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돈도 시간도 많이 투입되어 강한 것이 당연한 팀이다.
그런 속에 아츠시가 있는 팀·라이트닝은 자그마한 팀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한수 아래인 지역 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전 일본에서 통할 리는 없다.
확실히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까진 말할 수 없겠지만,
팀 상황으로서는 그에 가까웠다.
메이커로부터의 서포트도 받을 수 없고
시판용인 키트판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프라이빗 팀에선,
예를 들어 아무리 능력있는 크루가 있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도 머신 자체에도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난 아츠시와 그런 약속을 해 버린 걸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날 위해 우승한다고 했고,나도 그걸 바랬다.
만약 네가 이긴다면,다시 한번 재시도해 보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난 너무도 무지했었다.
나는 그가 달리는 이 레이스가 그렇게까지 그에게 있어 힘든 상황인 걸
모르고 있었다.그런 까닭에 그런 엉뚱한 약속을 해 버렸던 것이다.
아츠시는 틀림없이 빠를 지도 모른다.
분명 장래를 촉망되는,능력있는 레이서일 것이다.
하지만 전일본에 매년 출전하고 있는 레이서들에 비하면,
아직은 갓 시작한 풋내기다.
우승 같은 건 너무나 어렵고,
정말로 최고로 운이 좋거나 기적을 긁어 모으지 않는다면,
거의 손에 넣는 게 불가능하단 사실을 나는 뒤늦게 알고 깊이 후회했다.
그에게 그런 터무니없는 목표를 갖게 하고 말았던 것을.
물론 레이스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일로,
뚜껑을 열어 보지 않으면 어디가 우승할지 누구도 모른다.
생각도 하지 못한 팀이 승리를 거머쥐는 일도 드물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확률면에서 생각하면 아무래도 강하다고 평가받는 팀이 강한 게 당연하고,
그렇지 않는 팀은 열등한 것이 현재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확률로 말하면,
단 한 시합만 참가가 허용된 아츠시 같은 팀은
승리의 찬스가 꽤 낮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정면 스탠드의 약간 왼쪽에 앉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타트 부근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번의 놀이 레이스완 달라서 오늘 레이스는 착실히 정비원으로 등록된
관계자 외에는 피트에 출입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난 사토루와 함께 일반 관전자들에 섞여 스탠드에서 보고 있었다.
코스 위 스타트 지점엔 이미 출전한 레이서들과 그 머신이 대기해 있었고,
그들을 둘러싼 크루가 최후 점검 등을 하고 있는 참이었다.
내가 눈을 두리번거리며 그 모습을 엿보고 있으려니,
사토루가 준비성 있게 작은 쌍안경을 내게 빌려주었다.
나는 감사히 받아서 많은 레이서들 속에서 아츠시를 찾았다.
검은 차체에 노란 선이 그려진 차체.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모양을 한 라이더 수트에 몸을 감싸고 있는 그.
아츠시는 맨 앞열에서 2번째 끄트머리에 있었다.
스타팅 그릿으로 말하면 5번째 위치.
오늘 시합은 스타트의 순위를 정하기 위해 전날 예선주행이 있었고,
타임을 계측해서 빠른 순번부터 앞에서 늘어서 있는 거라고,
사토루에게 물으니 그것은 꽤 만족스런 포지션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물론 앞에 있으면 있을수록 유리한 건 틀림없으나,
스포트 참가로 출전하고 있는 선수로서는,
예선에서 다섯번째란 건 대단한 듯 싶다.
스타트 경우에 따라선 충분히 앞으로 나갈 걸 노릴 수 있는 장소라 한다.
먼데서 보는 아츠시는 외관이야 변함없는 무표정이었지만,
왠지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니,그 뿐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고,
주위에 있는 다른 팀 선수나 스탭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스타트를 코 앞에 두고,매우 긴장해 있었다.
그것은 즉,그 만큼 이 시합이 힘겨운 것이란 걸 말해주는 것일 것이다.
아츠시는 뭔가 말하고 있는 팀장에게 한마디 두마디 짧게 답하고,
그리고 다시 꾹 입을 다문 채 지긋이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달릴 코스를 머릿속으로 정복하려는 것 같았다.
그의 옆에는 리카 상의 모습은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이 장소에 와 있지 않기 때문인지,
그러잖으면 피트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아나운서가 시합 전의 팀 소개나 예선 결과 등을 경쾌하게 설명해서,
서킷 안은 너무도 흥분이 커져 있었다.
음악이 울린다던지 잠깐 율동이 있다던지 하여,
보는 쪽 열기도 점점 부풀어 올라간다.
그것은 크루들이 모두 피트에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코스에 남아 있던 라이더들이 워밍업 런이라는,
스타트 전 일주 주행을 시작한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와아아, 하고 술렁대며 환성이 오르고,
모두들 달려 나간 운전자들을 전송했다.
드디어 축제 시작이다.
스탠드 앞쪽 스크린에 큼직하게 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눈앞에서
스탠드 반대쪽으로 싸우러 가는 전사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비쳐준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구부러진 코스를 경쾌하게,
그렇지만 날카로운 나이프처럼 모서리를 돌아 달려가는 라이더들은,
누구나 터무니 없을 만큼 빨라 보였다.
타이어를 덥히면서 코스를 확인하듯 차분히 달리고 있던 그들이,
앞쪽에서부터 한사람 또 한사람,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온다.
앞줄 4명에게 따라붙듯이 아츠시도 돌아왔다.
멈춰 있는 머신의 엔진 음이 부릉부릉,
몸이 울릴 듯한 중저음을 연주하고 있다.
이윽고 그것은 수를 늘리고,
모든 라이더들이 모여 스타트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는,
마치 앞으로 시작될 이벤트의 장대한 서곡처럼 생각되었다.
세로로 길게 나란히 늘어선 램프에 빨간 불이 켜진다.드디어 스타트다.
서킷 전체가 조용해지고,라이더도,피트에 있는 크루들도,
그리고 모든 관객까지도 숨을 죽인 채 그 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레드 램프가 그린으로 변한다.
그와 동시에 굉장한 정도의 폭음이 서킷을 감싸고,
늘어선 머신이 일제히 스타트했다.
굉장한 소리였다.
머신 1대 1대는 그다지 크지 않고,
배기량도 125cc라는 가장 가벼운 클래스의 레이스인데도,
과연 레이스란 보통의 엔진 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큰 환성이 관객석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그것은 레이스가 시작된 즐거움과 그리고 훌륭한 스타트 퍼포먼스를
보여 준 몇 대의 머신을 향해 나온 것이었다.
그 중 1대ㅡ 그것은 아츠시였다.
아츠시는 지난번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로켓 스타트를 끊어 과감히 톱에 육박했다.
앞줄에 있는 4대와 뒤에서 달려온던 몇 대의 머신을 상대로,
지지 않으려는 듯 앞으로 나간다.
하지만 과연 백전연마의 병사들은 간단하게 처져주지 않고,
스탠드 앞의 직선에서 잠시동안 경합을 벌였다.
앞으로 나가려는 자,가게 하지 않으려는 자가 주고받는 장렬한 공격,
바로 그것은 첫 코너에서 정점에 달했다.
제1코너의 비교적 느긋한 커브에서,
많은 머신이 브레이킹과 코너링의 테크닉을 다투고,
숨이 꽉 막힐 것 같은 배틀을 보여줬다.
아슬아슬하게 쓰러지는 차체.
라이더 수트의 무릎에 붙여진 니 센서(knee sensor)가
아스팔트에 닿아 불꽃을 흩뜨린다.
몇십대나 되는 머신이 한무더기가 되어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 같을 정도로 만나 코너를 누벼가는 모습은
굉장한 박력과 흥분을 낳는 동시에
등골이 흔들릴 듯한 긴장감을 내게 부여했다.
머신과 머신으로 둘러싸여서도 조금도 기가 죽는 일 없이,
아니, 역으로 무모하게까지 생각될 정도의 강인함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아츠시의 모습을 보고, 전신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또한,황홀할 정도의 쾌감도 느꼈다.
위험과 인접한 박력과 흥분.그것이야말로 마법과 같은 레이스의 매력이다.
그런 것에 끌려서,모두가 레이스를 사랑하는 것이다.
난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삼킬듯이 아츠시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는 라이더들을 눈으로 쫓고 또 쫓고,
코너에서 배틀을 벌일 때마다,꽉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신을 차리자,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쥔다는 건 이런 거다.
이윽고 첫 한바퀴를 마치고 그들이 스탠드 앞으로 돌아왔다.
홈 스트레치를 훨씬 가속해 가는 머신들은
굉장한 폭음에 위이잉 바람 가르는 소리를 섞으면서,
환성을 올리는 우리 앞을 상쾌하게 누벼갔다.
아츠시는 하나 순위를 올려,4위로 달리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한바퀴를 끝낸 라이더들의 순위를 소개한다.
각각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그 선수를 응원하는 관객들 속에서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츠시의 이름도 불리고 환성이 터져 나왔다.그것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자신이 잘 아는 자를 응원하며 너무나 좋은 기분이 되었고,
그리고 은밀한 우월감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전혀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를 보고 있는 듯한
불안과 쓸쓸함도 느꼈다.
그는 나만의 아츠시가 아니라고,이런 곳에서도 사무치게 실감해 버린다.
이럴 때 리카 상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기분을 납득시키고 있었을까.
그러잖으면 그런 식으로 느끼는 적 따위 없었을까.
이건 나만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시시한 나만이 느끼는 기분일까.
그런 내 생각은 제쳐둔 채 레이스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츠시는 상위 집단에 쳐지는 일 없어 바싹 톱 그룹에 덤벼들고 있었지만,
전처럼 간단하게 선두에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꽤나 무리해서 달리고 있는 게 초보자인 내 눈에도 역력했다.
코너를 맞이할 때마다 무모하게 생각될 정도의 브레이킹으로
추월을 시도해 때로는 순위를 올리곤 했지만,
직선으로 오는 머신이 가속하면 갑작스레 쳐져서
추월당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것은 머신 성능의 차이라고 사토루가 가르쳐 주었다.
프라이빗 팀인 팀·라이트닝은 아무래도 다른 워크스에 비하면,
엔진의 마력 등에서 뒤떨어진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지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달리는 아츠시의 모습은
그런 우열을 날려버릴 것 같은 뜨거운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따금 타이어가 부들부들 떨리고 차체가 흔들리면,
넘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오싹, 등골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잘 버텨서 금새 톱을 뒤따라가는 모습은
나뿐 아니라 다른 관객들까지도 흥분시킨 듯,
그런 광경이 보일 때마다,와아와아 큰 환성이 올랐다.
아츠시의 주행에는 뭔가 굉장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하는,
불타는 혼이 느껴졌다.
그런 식으로 7·8 바퀴 정도 달렸을까.
선두집단은 아츠시를 포함한 5대 정도로 압축되고,
그 5대가 추월하고 추월당하는 배틀을 보여주는 참이었다.
문득 뺨에 차가운 물방울을 느꼈다고 생각하자,
순식간에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금세 비가 되어 떨어져 왔다.
처음엔 가벼운 여우비였지만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소리를 내며 내리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웅성거렸고,
스탠드 앞의 피트에서 더욱 분주함을 증대시키고 있었다.
모두가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얼굴을 모으고 서로 얘기를 나누고,
안으로 입구로 나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속에서 비는 일단 조금 사그러져,
그치는가 생각하고 누구나 한순간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멋지게 배신당해,
이번엔 도리어 더욱 격하게 좍좍 떨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때가 오자,
팀에서는 우용(雨用) 타이어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크루가 사인 보드라 부르는, 라이더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한
작은 흑판 같은 걸로 피트 인 하도록 사인을 보내는 광경이 비쳤다.
물론 그 타이밍도 중요한 포인트다.타이어 교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여분의 횟수를 더하는 따위는 승리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환을 할까 하지 말까,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최적일까,
그것을 결정하는 건 오직 팀 크루의 능력과 육감이다.
어쩌면 다시 비는 그칠지도 모르고,역으로 빗발이 거세질 지도 모른다.
전자라면 지금 그대로 잘 따라붙어 있으면,
그대로 주행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또 후자라면 어느 단계에서 교체하기로 결정하면 가장 효율이 좋고,
또한 최고의 스피드로 달릴 수 있을까 그 판단은 중요해진다.
또 빗속을 보통의 타이어로 달리는데는 엄청난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달리는 운전자들을 위해서도
그 타이밍을 잘못 보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톱으로 달리는 팀은 서로의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이 더욱 곤란해진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마지막까지는 보통의 타이어로 참고 달리는 걸
계속하고 있었지만,과연 그것도 힘들어지자
1대,또 1대씩 피트 인 하기 시작했다.
보고 있자니,아츠시의 팀 역시
피트 인 지시를 쓴 보드를 든 팀 크루의 모습이 보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무리해서 달리고 있는 아츠시의 타이어는,
비로 젖어 그립을 잃어버린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ㅡ 피트로 가는 좁은 입구 앞에 서서도,
아츠시의 머신은 거기 들어가는 걸 거부하고 주행을 계속했다.
처음엔 누구나가 그걸 보지 못했다.
의아하게 생각한 건 팀 크루들 뿐인 것 같았다.
그들로서도 그 때는 사인을 놓친 거라고
그 정도로 깊이 생각한 건 아닐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음 바퀴,그리고 또 다음 바퀴에도 피트 인 할 기미가 없이
지나치는 아츠시의 머신을,이윽고 누구나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츠시는 명백하게 지시를 무시하고,자신의 의지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경악하며 그의 행동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비는 꽤나 강하게 내리고 있었고,
코스 위엔 여기저기 방수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상당부분은 아직도 노면이 드러나 있어,
보통의 타이어라도 충분히 주행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다면 레인 타이어보다 보통 타이어로 달리는 쪽이,
타임은 절대로 좋을 것이었다.
아츠시는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타이어 교환을 하지 않고 주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모두 레인 타이어를 갖고 타임을 떨어뜨리는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그러나 그 행위는 당연하지만 높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빗속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츠시 팀 사람들은 그런 그의 무모한 주행을 결코 칭찬하지 않고
분노와 걱정을 담은 채 몇번이고 사인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츠시는 마치 한계에 도전하듯 사인을 무시하고 주행을 계속했다.
빗속에서 이따금 비틀비틀 머신을 흔들거리면서,
그래도 필사적으로 달리는 그 모습은 왠지 소름이 끼치는 구석이 있었다.
그대로 몇바퀴나 달렸을까?
겨우 아츠시는 피트 로드에 들어갔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모두 교체를 마쳤고,그가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를 마중나간 동료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아츠시 역시 오직 앞만 응시한 채 꼼짝않고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점장님도 다른 크루 사람들도
지시를 무시한 그의 행위에 화를 내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레이스 한가운데에서 쓸데없는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꾸짖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금세 작업이 끝나,아츠시는 기다렸다는 듯 금방 코스에 돌아갔다.
코스 위엔 이미 교체를 끝낸 다른 선수들이 지연을 만회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 속에 아츠시의 머신이 들어간다.
꽤나 무리해서 시간을 벌어들였기 때문에,
코스에 돌아왔을 때도 순위를 떨어뜨리지 않고,
톱을 겨루는 두대의 머신 바로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관객석으로부터 와아와아 크게 환성이 오른다.
타이어 교환을 마치고 모두가 동일조건이 된 지금,
아츠시는 말할 것도 없이 톱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강한 선수들을 제치고,당당한 일위.
덧붙여 스포트 출전으로 참가한 라이더가.
그것은 보고 있는 모두에게 있어서도 가슴뛰는 일인 듯,
누구나가 그 퍼포먼스를 칭찬하고,용기를 북돋고,뜨겁게 응원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절대 쉽게 건네줄 수 없는 것이
정점의 자리다.
곧 뒤에 있든 두대가 맹렬히 스피드를 올려,아츠시를 추월하려 했다.
코너에서 틈을 노리듯 안쪽에서부터 육박해 간다.
아츠시는 그 진로를 막듯이 차체를 쓰러뜨리고 인(in)으로 모았다.
머신과 머신이 스쳐 부딪칠 것처럼 좁아진 거리.
그리고 막았다고 생각하자, 금세 다음 코너에서
다시금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장렬한 배틀이 펼쳐졌다.
흥분과 걱정으로 심장이 크게 고동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굉장한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가슴을 단단히 조이는 위기감이 있었다.
위험과 나란히 있는 정도가 아니다.
위험이란 걸 알면서 스스로 거기 뛰어드는 듯한,
이상할 정도의 집념이 느껴진다.
나는 무심결에 옆에 있던 사토루의 팔을 꽉 잡았다.
사토루가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강하게 쥐어왔다.
내가 불안한 듯 고개를 들자,그도 다시 긴장한 얼굴로 나를 봤다.

" ……저 자식,어떻게 된 거야? 저거,보통이 아니잖아. "

그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굉장한 근성이지만, 곤란해 저건.지나치게 공격적이야. "

" 어,어째서……? "

" 저 자식, 타이어를 갈고 바로잖아.새 타이어는 미끄럽다구.
   그래서 교환 후 몇바퀴는 무리하지 않는게 기본인데.
   하물며 폭우 속에서. "

그 말을 듣고,나는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 아츠시,됐어.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우승 따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츠시. )

이지만 지금 와서 그건 너무도 늦은 바램이었다.
아츠시와 2대의 머신이 변함없이 쫓고 쫓기는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다.
헤어핀에서 스푼 커브를 누비며 백스트레치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그 사건은 일어났다.
커브를 지나 막 가속을 붙인 아츠시 머신의 리어 타이어가,
갑자기 크게 옆으로 슬라이딩했다.
서서히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 방수막에 발이 걸려 슬립한 것이다.
그것은 순식간에 머신을 쓰러뜨렸고,
타고 있는 아츠시조차 굉장한 기세로 코스 위를 미끄러져 버렸다.
코스 한가운데, 최고속으로 달린다는 그 긴 직선.
최고로 스피드를 올린 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머신은 넘어지고 나서도 스피드를 완화시키지 못한 채,
그대로 아스팔트 위를 활주해서 타이어 배리어에 격돌했다.

" 아츠시! "

배리어에 격돌한 순간,머신은 크게 솟구쳐 1번 뒤집혀 지면에 굴렀다.
아츠시의 몸은 난폭한 말에서 떨어지듯,
머신에서 튕겨 데굴데굴 땅 위를 굉장한 기세로 회전했다.
그리고 몇번 돈 자리에서 겨우 멈췄고,그대로 빙글 대지 위로 굴렀다.

『 모리카와, 전복했습니다! 백스트레치에서 전복!
   타이어 배리어에 격돌했습니다! 』

아나운서가 비명처럼 절규한다.서킷이 소란스럽게 술렁거렸다.
스크린에 크게 그 광경이 투영된다.
굴러서 지면에 엎어진 상태인 아츠시에게,
담당자들이 허둥대며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 아……. "

나는 아연해서 크게 입을 벌린 채,몸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경직됐다.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이 마치 악몽인 것 같았다.
인간이란 정말로 부딪치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만났을 때엔,
바로 그것을 받아들여 믿는 일이 불가능하다.그
그 때의 나도 눈 앞의 스크린을 삼킬듯이 응시한 채,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을 정도로 지켜보면서,
어딘가 그것이 먼 세계의 상상화처럼 생각되어,
머릿속에 멍하니 안개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스크린에서는 쓰러진 아츠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를 들여다 보는 광경이 비쳤다.
큰 화면 한가운데 힘없이 가로놓여 있는 아츠시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헬멧을 쓴 채,차갑게 젖은 풀 위에 엎어져 구른 채였다.
헬멧 아래 입술에서는 신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아츠……시……. )

한순간 후우, 하고 눈앞이 어두워진다.
시끄러운 주위 소리가 희미해지고,세계가 무로 돌아갔다.

" 유우히! "

사토루의 음성에 나는 자신에게 돌아갔다.
정신이 들자 그 팔이 내 몸을 단단히 안은 채 지지하고 있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그를 응시하고, 중얼거렸다.

" ……아츠시는? "

사토루가 곤혹스런 듯 스크린에 시선을 옮긴다.
나 역시,다시 한번 그 자리를 응시했다.
변함없이 아츠시는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로놓인 채였고,
거기에 들 것이 운반되어 와서
많은 담당자들의 손으로 옮겨지고 운반되어 가는 중이었다.
코스 위에서는 그대로 레이스가 속행되고 있었고,
영상은 이내 달리는 머신의 모습으로 전환되어,
아나운서의 중계도 레이스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연해서 그 장소에 얼어붙고 있었다.
땅에 구른 아츠시의 모습이 눈에 박힌 채 떠나질 않는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떡해야 좋을 지 몰라,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 때 사토루의 손이 내 손목을 붙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 가자,유우히. "

그대로 나를 끌어당기고 관객석에서 떠나 어딘가로 데려갔다.
나는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인형처럼 그를 따랐다.
스탠드에서 내려 와 차량 입구 쪽을 향해 간다.
핫 하고 정신이 들자,아직 먼 자리에 1대의 구급차가 멈춰 있었고,
막 아츠시를 실은 들것이 운반되려 하고 있었다.

" 아츠시……. "

나는 힘없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 광경을 응시했다.
구급차에 아츠시가 탄 후,
점장님과,그리고…… 리카 상이 올라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쾅 하고 뒷문이 닫히고,
구급차는 붉은 램프를 깜박이면서 바로 달려 나갔다.
나는 혼자 남겨진 채 그 자리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 속에 흠뻑 젖은 채,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고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계속.



각주를 달려다 흐름만 방해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달고 있습니다.
소설 안에서 다 의미를 아실 만한 단어가 대부분이고요.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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