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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59)  시도오 유즈미 (20)  미즈키 마토 (11)  후지키 사쿠야 (16)  츠지 키리나 (12) 
BabyAlone
유우히 & 아츠시 시리즈 2. 펜스 저편에 (5)

[번역/시리즈]



                           펜스 저편에

                    - 夕日&篤志 시리즈 : 2 -


                                              
                                        원작 : 츠지 키리나
                                               junko@penpen.ne.jp
                                                
                                        번역 : BabyAlone
                                               babyalone@orgio.net
                                               babyalone@freechal.com




이 소설과 그에 이어지는 부수자료의 권리는
원작자인 츠지 키리나 상과 번역자인 BabyAlone에게 있습니다.

원작자와 번역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펌은
절대 허락할 수 없음을 먼저 밝혀 둡니다.










5. 우리가 울었던 밤                       


 
월요일 아침,내가 학교에 도착하자 학생 현관에서
마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사토루가 나와 있었고
그대로 복도 끝으로 데려갔다.
사토루는 목소리를 낮추고,조심조심 내게 물었다.

" 저, 그 녀석,뭐라고 말했어? 역시,화냈지? "

" 누가,말야? "

내가 의아하게 되묻자,그는 초조한 듯 대답했다.

" 그 자식 말야.저…… 바이크 레이서.모리카와였던가? "

" 아아……. "

나는 바로 납득하고,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 ……그 때부터 안 만나고 있어. "

" 에? 하지만 니들, 매일 아침 전차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

나는 입술을 꾹 문 채,침묵의 대답을 돌려줬다.
보통이 아닌 분위기를 알아차린 듯,
사토루도 이을 말을 잃어버리고 침묵한 채 서 있다.
나는 오늘 아침,고의로 전차 시간을 한 타임 느리게 탔다.
이유 따위 말할 필요도 없다.아츠시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그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가 화내고 있든,무슨 말을 듣든,그런 걸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자신 속에서 답을 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를 만나고,그에게 말해 버릴지도 모르는 그 한마디가,
그저 두려울 따름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단지 막연히 마음 속에 걸려 있는 망설임이지만,
언젠가 그것이 어떤 계기로 확실한 형태가 되어
자기 자신에게 점화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두려웠다.
나는 아츠시를 좋아한다.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그것을 관철시킬 만큼의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 자신없음이 더욱 나를 작게 봉쇄하고
망설임을 품도록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내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
사토루가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 ……미안.내가 그런 말을 해서……. "

문득 그를 보자,왠지 나보다도 훨씬 침울한 얼굴을 하고,
당장이라도 울기 시작할 듯 한심한 표정을 하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그로서는 그저께 그런 식으로 멋대로 참견하고 만 걸
줄곧 마음에 걸려하고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나를 생각해 주었다곤 해도,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와 아츠시 사이에
뚜렷한 홈을 새긴 벽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그를 비난할 수 없다.책망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왜냐면 그 때 사토루의 말은 틀림없는 내 본심이기 때문에.
나는 무리해서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고 그 어깨에 살짝 손을 댔다.

" 별로 사토루 탓이 아니야.신경쓰지 마. "

" 하지만……. "

" 언젠가는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었으니까.
   사토루도 그랬잖아? 삼각 관계따위 좋지 않다,부자연스럽다고. "

사토루는 그래도 불안 가득한 얼굴로 날 응시했다.
마치 그 삼각관계로부터 빠져나온 사람이 나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는 아래를 보고,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 확실히 답을…… 내지 않으면. "

그것은 정말로,자신에 대한 말이었다.







다음날,나는 언제나의 전차에 탔다.
그리고 언제나의 특등석으로 향한다.
앞에서 세번째 차량의,앞쪽 도어 옆,
낯익은 얼굴이 기다리는 그 장소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아츠시가 있었고,
내가 탄 걸 보고 잠시 안심한 듯한 표정을 떠올려 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번엔 조금 기분이 상한 듯 입술 끝이 불쾌하게 일그러진다.
하지만 입밖에 내어 책망하는 표정은 하지 하지 않았다.

" 안녕. "

내가 그렇게 말을 걸자,아츠시는 잠깐 사이를 두고 나서 낮게 답했다.

" 안녕. "

그것 뿐 잠시동안 서로 입을 다문다.
우리 사이에 묘한 망설임이랄까,어색함이 감돌고 있다.
각기 가슴에 숨기고 있는 것이 뭔가 있어서,
확실히 나와 그 사이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가로놓인 느낌이었다.
나는 잠시 말없이 생각하고 있지만 이윽고 마음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 저,오늘 만날 수……. "

" 오늘 안되니까, "

그것은 두사람이 동시에 입밖에 낸 말이었다.
뜻이 맞은 것처럼 함께,그렇지만 정반대의 말을 한 우리들은
잠시 의표를 찔린 덕택에 놀라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잠시동안 우리들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서로,어떤 말을 돌려줘야 할지 몰라서 곤혹스레 응시한다.
먼저 입을 연 쪽이 보다 깊이 상처를 벌릴 듯한 기분이 들어
우리들은 머뭇거림과 망설임 한가운데서
침묵한 채 서로를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중 아츠시가 승부에 진 것처럼 눈을 돌리고 더듬거리면서 변명했다.

" 아까…… 리카에게 쇼핑에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

내 가슴이 두근, 하고 세게 요동친다.
한순간 참을 여유조차 없이 얼굴이 굳어지고,
하지만 그것을 감추듯 나는 고개를 숙이고 대꾸했다.

" ……그래.알았어……. "

그것 뿐, 할 말을 잃었다.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아츠시는 잠시 난처한 듯 날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런 중에도 머뭇머뭇 중얼거렸다.

" ……아니, 됐어.저쪽은 어떻게든 될 테니까. "

생각없는 한마디에,난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다.
아츠시는 엄청난 힘을 실어,누르듯 말했다.

" 만나자,오늘.너,그러고 싶지? 유우히? "

나는 왠지 열받아서,뚫어지게 아츠시를 응시했다.
그러고 싶냐고,그야 확실히 나도 아츠시와 만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만으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대개 그렇게 간단히 치워버릴 약속이라면,
어째서 처음부터 거절하지 않은 걸까?
어떻게든 될 테니까, 라니…….
아무래도 거절할 수 없는 거니까 나와의 데이트를 미룬 게 아니었어?
아츠시에게 있어선,나도 리카 상도그렇게 간단하게 왔다갔다 할 정도의
가벼운 존재였던 거야?
난 너한테 있어 대체 뭐냐구!
그 때까지 가슴에 쌓여 있던 답답함이나 분노가 치밀어 와,
난 무심코 폭발할 것 같아지는 것을 참으려고 시선을 비켜 내렸다.
그리고 발밑을 매섭게 쏘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 됐어.아츠시,예정대로 리카 상을 만나.난 별로…… 괜찮아. "

" 하지만, "

" 됐댔잖아.어차피 특별히 볼 일도 없으니까.
   별로 만나도 할 일도 없고……. "

그렇게 입밖에 내고 그 말이 갖는 의미의 잔혹함을 인식하면서,
나는 핫 하고 놀라 침묵에 잠겼다.
우리 사이의 공기가 차디차게 얼어붙은 것을 느꼈다.
조심조심 시선을 들자,아츠시가 망연한 얼굴을 한 채 날 응시하고 있다.
우리가 두사람끼리 만나는 것의 의미를 내 자신의 입으로 부정하자,
눈동자가 분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꽉 강하게 다문 입술이 이윽고 비스듬히 열리고,툭 하니 중얼거렸다.

" 그런가. "

그것 뿐 뒤를 보고 입을 다문다.
부자연스레 돌려진 옆얼굴이 그의 분노를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서 있었다.
그를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나의 부주의한 한마디가,
우리가 지금껏 만들어 온 두사람만의 시간을
가치없는 것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그가 화내는 건 당연하다.나는 해선 안될 말을 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하면 좋은가?
아츠시의 변덕에 휘둘려,
즐거워 하고 슬퍼하고,침울하고 들뜨는, 그런 잔혹함을 참으라는 거야?
내게는 고집을 부리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거야?
난 언제나 비참한 기분으로 널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응, 아츠시……?
콧속이 웅 하고 저렸다.재미없다,울어버릴 것 같아.
하지만 설마 이런 아침 러시의 전철 한가운데서,
고교생 남자가 방울방울 눈물을 흘릴 수도 없다.
나는 입술을 문 채,필사적으로 참았다.
귓전에 문득 낮은 소리가 들린다.

" 어이,지나갈 생각이야? "

핫 하고 고개를 들자,그곳은 벌써 내가 내릴 역이었다.
나는 허둥대며 열린 문을 향해 혼잡한 곳을 헤쳐 나아가,
어떻게 문이 닫히기 직전에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바로 뒤에서 문이 닫힌다.
돌아봤을 때에는 이미 전차는 출발해 홈에서 나가려는 참이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내 얼굴을 난폭하게 치고 간다.
달려가는 전차를 응시하는 나의 눈동자로부터
아까부터 참고 있던 투명한 물방울이 툭 하고 한방울 흘러 떨어졌다.







그 밤,난 오랫만에 일찍 귀가한 화요일 밤을 주체하지 못하고
빈둥거리며 보내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시간 때우기로 지루한 텔레비젼을 보고,
그것도 싫증나 자기 방으로 돌아와 내일 예습이라도 하자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차임벨이 울려 늦은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나는 나가려던 어머니를 만류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기엔 일러서,
대체 이런 시간에 누굴까 하고 투덜거리며 현관 문을 연다.
그리고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거기엔 아츠시가 서 있었다.
언제나의 가죽점퍼에 헬멧을 겨드랑이에 끼고,
뚱하니 무뚝뚝한 얼굴로 서 있다.
내가 나온 걸 보고서야 조금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작게 말했다.

" 여어. "

너무나 갑작스런 방문에 대꾸할 말도 잃고 보고 있으려니,
그는 낮게 목소리를 깔면서 중얼거렸다.

" 나갈 수 없을까? "

난 한순간 망설였지만,그래도 중얼거리며 답했다.
일단 안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그럭저럭 변명을 늘어놓고,
점퍼와 지갑만 갖고 집을 나섰다.
밖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 바이크가 세워져 있었고,
그는 당연한 듯 내 뒤에 타라고 지시하고 자신도 머신에 올라탔다.
익숙해진 동작으로 내가 뒤쪽 좌석에 올라 그의 허리에 손을 돌리자,
아츠시는 주저없이 발진시켰다.
찬 밤바람 속을 우리는 달려나갔다.벌써 몇번 이렇게 달렸던 걸까.
미처 아츠시의 이름도 몰랐던 저 무렵부터,
난 그의 등에서 휘잉휘잉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헬멧 한가운데에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때론 차갑게 마음을 조각하는 나이프의 음이었고,
때로는 한정된 행복의 세계로 데려가 주는 노래였고,
다양하게 의미를 바꾸어 내 귀에 울려 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언제나 딱 몸을 붙인 아츠시의 등에서 전해져 오는
그의 고동소리와 함께 있었다.

( 아츠시……. )

난 허리에 돌린 손에 힘을 실었다.
누구보다도,누구보다도 사랑스런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도, 누구보다도 먼 사람.
언제까지고 잘 줄어들지 않는 우리의 거리.
바이크는 혼잡한 도로를 슬슬 빠져나와 언제나의 맨션에 도착했다.
결국 우리에게 용납되는 건 이 방 뿐이라고 생각하자,
조금 슬픈 듯한 기분이 된다.
우리는 육체만으로 사귀었던 저 무렵부터,
정말은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방에 들어가자,아츠시는 키와 가죽점퍼를 소파에 던지고,
깊이 한숨을 쉬었다.
우뚝 선 채,힐끗 내 쪽을 본다.
나도 역시 방구석에 선 채,그를 응시했다.

" 벌써 쇼핑 끝났어? "

내가 묻자,아츠시는 상당히 사이를 두고 나서 냉정하게 답했다.

" 아아. "

붙임성없는 대답.조금 화내는 듯한,뿌리치는 것 같은 말투.
왠지 처음 만났던 무렵의 그 같다.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하고 헤매이고 있던 저 무렵,
나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마지막을 생각하고 여기 왔다.
육체만인 사귐의 허무함을 견디기 어려워,난 그에게 안녕을 말했다.
그리고 나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그로부터 「좋아해」라는 말을 듣고,
의기양양해져 날아올랐다.
그에게 사랑받는다면 그것만으로 좋다,
달리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거,아무래도 탐욕스런 것일테지.
그 사람을 자신만의 것에 만들고 싶고,
다른 누구에게도 건네주고 싶지 않은.
자신만을 가장 사랑해 달라고 생각하게 돼버린다.
그것이 얼마나 제멋대로고 불손한 생각인지 알고는 있지만,
마음이 그것을 바라게 되버린다.그리고 현실과의 틈새에서 괴로워한다.
아츠시는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그의 세계가 있고,거기엔 많은 다른 사람이 있고,
각자 깊이 관련되어 있다.나만 그에게 특별할 수는 없다.
아츠시가 날 사랑해 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독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야말로,
제멋대로인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괴롭고,고통스럽다.
부조리한 질투나 선망으로
자신이 점점 싫은 녀석이 되어가는 걸 알 수 있다.
안타깝고 슬프다.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를 알면 알게 될수록,
나 따위보다 더 적합한 상대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더욱 더 자신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나는 점점 비참해지고,
그와 있는 의미를 놓쳐버릴 것처럼 되는 것이다.
그를 사랑하고 있다.누구보다도 아츠시를 좋아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난 아츠시와 함께 있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헤어지는 쪽이 나을까.
그 쪽이,
아츠시도 내게 신경써 줄 일 없이 지금까지처럼 해 나갈 수 있고,
리카 상과도 지금까지처럼 사귀어 갈 수 있다.
게다가 나도…… 이 이상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치 보기 흉한 자신에게
한숨을 쉬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 결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아팠다.
난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아,바닥을 응시한 채 툭 하니 중얼거렸다.

" 나,아주 오랜 못 있어.벌써 시간도 늦었고. "

틀림없이 그 때의 난 도망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빨리 그의 앞에서 도망쳐서,
언제까지고 진짜 안녕을 고할 시간을 늦추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역시 아직도 그를 좋아하고,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최후의 피리오드를 찍기엔 그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망설임은 상상도 못한 한마디에 산산조각나 버렸다.
아츠시가 힐끗 나를 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 ……나,리카완 헤어졌으니까. "

" ……에? "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든 날 향해,아츠시는 딱 잘라 말했다.

" 확실히 녀석에게 말했으니까.따로 좋아한 사람이 있다고. "

한순간,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리카 상하고…… 헤어졌다? 어째서?
오늘 아침 만났을 때까진 그런 것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척조차 하지 않았다.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아츠시는 날 남겨두고 리카 상과 데이트했던 게 아니었던가?

" ……왜? 왜 그런 말을 했어? "

난 망연하게 물었다.갑작스런 전개에 생각이 따라오질 않는다.
아츠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츠시는 멍하게 답했다.

" 뭐라니…… 사실인 걸? "

" 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

" 하지만 너…… 싫잖아? 리카가 따라오는 거.
   그렇다면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녀석은 모를 거고,
   언제까지고 속이는 것보다 빨리 단념시키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서.
   너도 그 쪽이 편하잖아? "

아츠시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마치 그것이 나 때문인 것처럼.날 생각해 주는 것처럼.
……아니, 실제 그랬을 것이다.
그는 날 신경써서 그렇게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난,어쩔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너무나 무신경한 행위.그것은 리카 상에 대해서도,나에 대해서도다.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별통고를 받은 리카 상의 기분도,
그토록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며 고민하던 나의 근심도,
거기엔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
아츠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대체 내가 어떤 생각으로 두사람을 보고 있었던지,
어떻게 갈등하며 이별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 녀석은!
나는 떨리는 손을 꼭 움켜쥐고,쉰 목소리로 신음하듯 말했다.

" 누가…… 누가 언제 그런 부탁을 했지? 헤어지라고……. "

난 아래에서 노려보듯 그를 응시했다.

" ……난 한마디도 안 했어…….너와 리카 상에게 헤어져 달란 따위.
   그런 말,언제 했어? 멋대로 뭐든지 결정하고,
   그게 전부 날 위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다니! "

" 유우히……. "

아츠시가 깜짝 놀란 것처럼 나를 본다.당연하다.
그에게 조금도 죄의식 같은 건 없다.
내가 뭣 때문에 화내고 있는지,틀림없이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난 그런 아츠시를 보면서,방금까지 도저히 할 수 없던 한마디를 했다.

" 난……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건 우리 쪽이라고 생각했어.
   안녕을 말할 생각으로 널 따라왔는데……. "

아츠시의 얼굴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이런 계기라도 아니었다면 훨씬 연기되었을 결말일지도 몰랐다.
입밖에 낼 용기를 갖지 못한 채,언제까지고 우리들은
질질 중도중단적인 관계를 계속하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난 자신 한가운데에서 확실하게 그 대답을 찾아 버렸다.
이대로 계속하는 것의 허무함,삼각관계의 부자연스러움,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가장 불필요하고 어울리지 않는 존재란 사실.
나 따위 아츠시의 세계엔 어울리지 않는단 걸 깨달아 버렸다. 
잠시 망연하게 서 있던 아츠시였지만,
이윽고 화난 것처럼 눈썹을 찌푸리고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 뭐야, 그건? "

날카로운 눈길이 파고드는 것처럼 날 응시한다.
난 떨면서 그 눈동자를 다시 보고 쉰 소리로 답했다.

" 말…… 그대로야. "

아츠시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말에,
어떤 식으로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는 모습이다.
그로서는 리카 상과 헤어지면 그걸로 모든 게 정리된다,
내가 기뻐하리라 믿고 나를 만나러 왔을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갑자기 헤어지잔 얘길 듣다니,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됐을지 상상도 안 가는 참일 것.
그렇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끊어질 듯한 계속 이으려는 듯
내 말을 부정했다.

" 어째서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이유 모를 소리 하지 마. "

" 이유는 분명히 있어. "

" 뭔데? "

" 이제 널 쫓아갈 수 없으니까! "

난 비명처럼 외쳤다.한순간 아츠시가 비틀하고 흔들린 걸 알았다.
잔혹하게 내리치진 말의 나이프에 아연해진 그는 내내 서 있었다.
한참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천천히 눈썹을 찌푸리고 일그러진 입술을 열었다.

" ……어째서? "

날 응시한 눈동자가 분노로 흔들리고 있다.
이내 그것은 성난 목소리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구! "

아츠시는 큰 소리로 외치더니,
벽 옆에 서 있던 날 몰아넣듯 내 양옆 벽을 격하게 가로막았다.
귓전에 펑 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 유우히! "

그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난 그의 분노로 두려워하면서도 지지 않는 정도의 소리로 마주 외쳤다.

" 어차피 모를 거야,아츠시는!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몰라!
 항상, 항상 멀리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내 고통따위 알 리 없잖아!
   너와 리카 상을 눈앞에 두고,
   내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따위 알아차리지도 못한 주제에! "

그것은 내 마음의 비명이었다.
줄곧 오랫동안 가슴에 모아뒀던 고통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아츠시는 어째서 라고 말하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난…… 널 좋아하다고 말했을 텐데.
   너만이 내게 있어서 특별하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

" 그런 거…… 틀려.너한테 있어서 특별한 건 나 뿐이 아냐.
   그것은 네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야.
   너한테 있어선 나도 리카 상도 마찬가지야,아츠시. "

갑자기 아츠시의 손이 뻗어와 내 멱살을 잡더니 격하게 벽에 밀어부쳤다.
쿵, 하고 큰 소리가 나고,등에 강한 통증이 달린다.
아츠시는 그대로 내 목덜미를 조르고,낮게 떨리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

목 안에서 짜낸 듯한 소리가 괴로운 듯 허덕이고 있었다.

"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얼마만큼 널……. "

끊어지고 끊어지며 겨우 이어지려던 말이 마지막까지 나오지 못하고
끊어졌다.
잠시 침묵한 채 응시하고 있는가 생각하자,
뜻밖에 아츠시는 나를 끌어당기고 사납게 입맞춤했다.

" 응……! "

난폭한 키스였다.
온화함은 한조각도 없고 단지 강탈하듯 격하게 입술을 누르고,
무리하게 이를 갈라 혀를 넣어온다.
너무나도 격해서,그 이가 내 입술에 강하게 부딪쳐 상처를 입혔다.
나는 날카로운 통증에 무심코 벗어나려 얼굴을 당기고,
양손으로 그 몸을 되밀쳤다.
그러나 역으로 그것을 거부하듯,
아츠시는 더욱 심하게 날 안고 거칠게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고
도망치려는 내 머리를 단단히 눌러버렸다.
난 막혀 있던 입으로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 응……,응응……! "

밀어도 밀어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 그의 가슴 한가운데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그러던 중 들어올린 손이 아츠시의 뺨을 직격하고,
짜악, 격한 소리를 냈다.
한순간 아츠시의 손으로부터 힘이 빠진다.
그 틈에 난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거기서 벗어났다.
심장이 두근두근 북처럼 울리고 있다.
떨면서 아츠시를 보자,
그 얼굴은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고, 또한 불길처럼 뜨겁게 타고 있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날 삼킬듯 응시하고
꾹 다문 입술 가장자리가 약간 비뚤어져,
그가 감춘 분노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순간 후 아츠시가 갑자기 덤벼들어 왔다고 생각하자,
난 양어깨를 잡혀 쓰러지고 순식간에 차가운 바닥에 굴렀다.
그리고 그 위로 그가 가타부타를 말하지 못하도록 눌러온다.
나는 얼굴을 경직시키며 외쳤다.

" 싫……싫어! "

허둥대며 도망치려고 그 몸을 밀었다.
하지만 작은 내 힘은 레이스에서 단련된 아츠시에 비할 바가 아니고,
한심하게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양손을 쳐들곤 되는 대로
아츠시의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츠시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한순간 누르고 있는 힘이 느슨해졌다.
나는 재빨리 강하게 그를 냅다 밀치고,
그 가슴 아래에서 기듯이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아츠시는 용서하지 않았다.
한심하게 기는 내 발목을 잡더니,휙 힘을 주어 당기고는
바닥 위에 엎드리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허리 위에 올라타고 체중을 실어 누르더니,
반쯤 벗겨진 점퍼를 탈취하고 난폭하게 셔츠를 끌어올려 벗기려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어떻게든 그에 저항했다.
그가 날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응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난폭한 섹스 따위 죽어도 싫다.
아무리 상대가 아츠시라도,이 상태론 강간과 다르지 않다.
이런 건 사랑이 아니다! 
마음도 몸도 무시한 힘의 관계 따위,그런 거 난 알고 싶지 않아!

" 싫어! 그만해! 아츠시! "

" 시끄러워! "

크게 한마디 분노의 음성이 울리고, 동시에 격한 충격을 안면에 느꼈다.
왼뺨이 지잉 저리고,머리가 어질어질 흔들렸다.
아츠시 큰 손이 내 얼굴을 있는 힘을 다해 후려쳤던 것이다.
난 한순간 너무나 큰 쇼크로 모든 저항을 잊었다.
특별히 응석을 부리며 자란 건 아니지만,
나는 양친에게조차 맞은 기억이 없다.
폭력과는 무관한 세계에서 살아 와
태어나 처음으로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맞자,
그 충격으로 마음도 몸도 겁을 먹고 쫄아들었다. 
그 때 진심으로 그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힘이 빠진 내 몸에서 그가 옷을 난폭하게 벗겨간다.
셔츠를 벗기고 청바지를 끌어내려,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공포에 겁먹은 채로 질질 바닥을 기었다.
무릎 밑으로 내려간 청바지를 끌어올리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것은 허무한 저항이었다.
아츠시의 몸이 위에서 치워졌나 생각하자,
간단하게 뒤집어지고 위를 보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숨 쉴 틈도 없이 오른다리가 높이 들어 올려지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아츠시가 들고 왔나 생각하자,
잠시의 틈도 없이 내 안을 압박해 들어왔다.

" 싫어…… 싫어! 싫어! "

난 필사적으로 사지를 버둥거리며 저항했다.
한 순간 무릎을 안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속박의 힘이 느슨해진다.
그렇지만 그 직후에 난 다시 한번 타격을 입었다.
아까 것만큼 강렬하진 않았지만,
그것은 겁먹은 날 조용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공포로 헉, 하고 숨이 막힌다.
긴장으로 경직된 내 몸을 아츠시는 다시 한번 누르고 강인하게 강탈했다.
그의 물건이 나이프처럼 내 몸을 뚫고 들어왔다.

" 아아아앗! "

장렬한 비명이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설명할 수도 없는 고통이 전신을 달린다.
아무 준비도 되고 있지 않은,아직 어떤 애무조차 받지 못한 거기에,
힘을 실어 침입해 온 아츠시의 물건.
게다가,거기엔 어떤 온화함도 배려도 없었다.애정조차 없었다.
있는 것은 단지,분노와 초조함,그리고 정복하려는 거친 욕구 뿐.
가타부타를 말하지 못하게 나를 복종시키려는 난폭한 욕망 뿐.
아츠시는 너무나 큰 고통으로 몸을 경직시킨 날 거들떠보지도 않고,
용서없이 깊이 깊이 침입해 와서는 격하게 안았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오로지 강하게 찔러올린다.
난 숨도 쉴 수 없는 통증 속에서,끊겼던 비명을 계속 올렸다.

" 아아아, 아앗,으아아앗! "

쾌락 따위 추호도 없었다.그저 너무나 아프고,무섭고,그리고 슬펐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감정이 게재되지 않은 섹스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그러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영원처럼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악몽처럼 짧았던 듯한 기분도 든다.
짧은 아츠시의 신음 소리와 동시에,
몸 안에 뜨거운 것이 퍼지는 걸 느꼈다.
난 공포 속에서,그저 조금 안도했다.
이걸로 겨우 해방되는구나,그렇게 생각하고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이없는 환상이었다.
잠시 아츠시의 움직임이 멈추었나 생각하자,
이번에는 홱 반전시켜 엎어졌다.
아츠시의 물건은 아직 내 안에 있었고 내가 당황과 불안으로 떨고 있자,
그 손이 내 물건으로 뻗어 와 그것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난 쉰 음성으로 거부했다.

" 싫……싫어,그만해.아츠시,싫어……. "

단지 육체를 빼앗기는 것만이 아니고 내 의지조차 능욕당한 기분이 들어,
난 그 행위가 두려웠다.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혐오했다.

" 싫어…… 부탁,이제…… 도와 줘.용서해 줘…… 아츠시. "

그러나 그 손은 멈추지 않고 내 물건 위를 문지른다.
괴롭고 슬퍼도 내 몸은 그 애무에 반응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손 안에서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부풀어 오르는 음란한 욕망.
즉시 쾌감이라는 마물에 지배된 자신이 구역질 날 만치 더럽고
울고 싶어질 만큼 한심했다.

" 응앗,아앗,아, 싫어…… 싫어,이제 싫어…… 아아앗! "

몸 안에서 다시 한번  
아츠시의 물건이 단단하게 굳어져 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참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제 내게도 자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쾌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 아앗! 싫,아앗, 우아앗, 하앗! "

아무리 마음이 거절해도,몸은 그것을 허용치 않았다.
몸 안이 불길에 둘러싸인 것처럼 뜨거워지고,
눈 앞이 따끔따끔할 정도의 쾌락이 끓어오른다.
나는 흐느껴 울면서,흐트러지고,미쳐갔다.
방울방울 눈물이 흐르고,끊임없이 교성을 올리며,짐승처럼 포효했다.
하지만 추잡하게도 계속 흐트러지면서
마음만은 어쩔 수 없을 만큼 차게 얼어붙어 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내 안의 아츠시가 더욱 격하게 움직인다.
그와 함께 손도 강하게 더욱 거칠어져, 나를 무리하게 절정으로 끌고갔다.
머릿속에 새하얀 섬광이 달렸다.

" 아, 싫어! 싫어엇! "

절규와 동시에 나는 발했다.
아츠시의 손 안에,자신의 뜨거움을 죄다 털어놓고.
이 얼마나 허무한 엑스타시.이 얼마나 비참한 순간인가…….
완전히 탈진한 내 몸에 아츠시가 두번째로 발하고 끝이 났다.
작은 신음 소리와 동시에,거친 숨결이 등줄기에 울린다.
여느 때라면 행복한 기분으로 들었던 그것도,
지금은 그저 하나의 욕망이 채워졌음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동안 지친 몸을 내게 기대고 있었던 아츠시였지만,
이윽고 천천히 일어나더니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의 물건이 스륵, 하고 내 안에서 빠져나간다.
그에 맞춰,뜨거운 액체가 내 몸에서 넘쳐흘렀다.
그 추한 감각에 난 겨우 해방된 걸 알고 그저 약간만 긴장을 풀었다.
아츠시는 내 옆에 앉은 채,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 역시,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난 한심하게 축 바닥에 늘어진 채,멍하니 어딘가 멀리를 보고 있었다.
머리가 새하얗고,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감지하는 마음이 어딘가 가버린 것 같다.
망가져서 버려진 인형처럼,몸 하나 까닥 않고 가로놓여 있었다.
방 어딘가에서 딸깍,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쌓아올린 컵 같은 것 무너져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에 반응해 희미하게 몸을 꿈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한순간 그곳에 강렬한 통증이 달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젖혔다.
지잉, 하고 전기가 달리는 것 같은 고통이 따라온다.
그것은 난폭하게 폭행당했던 사실을
잔혹하리만치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 아……. )

마비되어 있던 감정이 단숨에 되살아나고,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참을 수 없는 슬픔이 솟아 올랐다.
눈물이 방울방울 흐르고,뺨을 타고 내려갔다.
그것은 이제까지 흘렸던 어떤 눈물보다도 슬프고 차가웠다.
나는 바닥에 푹 엎드린 채 소리내서 흐느껴 울었다.

" 아, 이아,……으읏,우아아,흐윽, ……아아아ㅡ "

참을 수가 없었다.괴롭고 슬프고,몸 안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꼴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우리는 사랑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이런…… 이런 잔혹한 관계를 갖지 않으면 안될 만큼,
우리의 관계는 불확실한 것이었던가?
우리는 대체 어디서 얼크러져 버린 걸까……?

" 유우히……. "

아츠시가 당혹한 듯 내 이름을 중얼거리고,살짝 내 등에 손을 댔다.
그 손이 닿은 순간 꿈틀, 크게 전신이 경련해,
난 필사적으로 그 손에서 벗어나려고 기어 나갔다.
아츠시가 곤혹스런 듯 날 응시한다.
나는 겁먹은 눈동자로 그걸 마주보고,떨리는 목소리로 탄원했다.

" 싫어…… 이제,용서해…… 부탁이야ㅡ "

그가 두려웠다.다시 한번 당한다고 생각하자 무서웠다.
차디차게 말랐던 입술이 부들부들 떨린다.
우는 것조차 할 수 없어,작은 어린아이처럼 빌었다.
아츠시는 망연해서 날 응시했다.
자신이 저질러버린 죄의 크기와 내게 낸 상처의 깊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말없이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괴로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꺼져들어갈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 유우히……. "

슬그머니 손을 뻗어,다시 한번 나를 만졌다.
꿈틀 몸을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는 나의 몸을,
아츠시는 상냥하게 붙들고,살짝 그 팔로 안아 가슴 속에 감쌌다.
땀에 젖은 그의 몸에서 뜨거운 체온과 규칙적인 고동소리가 전해져 왔다.
나는 흐느껴 울면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언제나 언제나 듣고 있던,따뜻한 소리였다.
행복하게 안긴 후에 들려오는 아츠시의 생명의 고동.온화한 자장가.
사랑하고 있다고 속삭이는 듯한,아츠시의 상냥한 마음의 소리…….
긴장으로 단단히 굳어져 있던 몸이 천천히 해방되어,
느슨해져 가는 걸 느꼈다.
귓가에 작게 소리가 들렸다.

" 미안……,미안,유우히……. "

울고……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슬픈 음성이었다.
내 눈동자에서 다시금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 넘친다.
그 밤,우리들은 둘이서 울었다.
하지만 정적의 방에 울리고 있는 건 내가 흐느끼는 소리 뿐,
난 그의 가슴에 안겨서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계속.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0 23:41)

월하 2007/03/29

나쁜놈 아츠시.

히로키 2007/05/27

넘 불쌍해요 유우히 ㅠㅠ

과세표준 2007/05/29

아...이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습니다. 한글 파일로 떠도는 것까지만 보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죽을 뻔했는데, 작정하고 찾으니까 찾아지네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뒤의 내용도 이렇게 읽게 되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커플입니다. 저도 막상 중요한 얘기는 못하는 편이라 아츠시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우히도 불쌍하고...

나쁜놈 2007/05/29

아 이런 공 진자 패버리고 싶어. 공이 두명 있는 건 봐도 수두명은 봐 줄수가 없단 말이다 !!!!!

유우히 2007/07/12

둘의 사랑이 너무 힘겹고 슬프네요...ㅜㅜㅜㅜ

아츠시를 미워하는 수많은???ㄲㄲ 댓글중에 뜬금없는
한마디^^

벗지마 2007/07/20

저런 몹쓸 놈 같으니!!...하고 욕해주고야 싶지만 천성이 저런 듯 싶은데 백날 말해봐야 뭣하겠어요. 반한 놈이 죄죠. 쯧쯧..유우히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어떡하나 2007/10/01

이런,,,내가 네이버를 뒤져서까지 이걸 찾아읽고 있다니...씁씁하면서도...자꾸 끌리는건....점점 bl에 빠져드는것 같아...어떡해야하나요...그래도 아츠시랑 유우이...넘 이뻐요

흠흠. 2007/10/09

뭐.. 저러다가도 잘되겠죠.. 라나..ㅋ
근데 유우히는 왜저렇게 용서를 못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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