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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59)  시도오 유즈미 (20)  미즈키 마토 (11)  후지키 사쿠야 (16)  츠지 키리나 (12) 
BabyAlone
유우히 & 아츠시 시리즈 2. 펜스 저편에 (3)

[번역/시리즈]



                           펜스 저편에

                    - 夕日&篤志 시리즈 : 2 -


                                              
                                        원작 : 츠지 키리나
                                               junko@penpen.ne.jp
                                                
                                        번역 : BabyAlone
                                               babyalone@orgio.net
                                               babyalone@freechal.com




이 소설과 그에 이어지는 부수자료의 권리는
원작자인 츠지 키리나 상과 번역자인 BabyAlone에게 있습니다.

원작자와 번역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펌은
절대 허락할 수 없음을 먼저 밝혀 둡니다.









3. 고백
                      

 
그날 밤,한통의 전화가 왔다.
어머니에게 불려 1층 복도까지 가서 수화기를 귀에 대자,
거기서 들려온 건 생각도 못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 ……유우히? "

낮고 억양없는 그 음성.
아츠시……!
난 깜짝 놀랐다.그에게서 전화를 받는 건 이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했었지만 나도 그의 핸드폰에 전화한 적은 없었고
하물며 요즘 세상에 핸드폰도 없는 우리 집 전화를 그가 걸다니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 어떻게 된 거야,갑자기? "

내가 당혹스러워 하면서 그렇게 묻자,
그는 한순간 우물거리더니 낮은 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 오늘…… 왜 그렇게 행동,한 거지? "

말투가 왠지 화내고 있었다.분명히 불쾌한 듯한 음성이다.
난 놀라움과 불안에 바로는 아무 짐작도 가지 않아 조심스레 되물었다.

" 그렇게……라니? "

" 전철로…… 돌아간다고,혼자 멋대로 말하고…… "

두근, 하고 심장이 흔들렸다.
그 일 말인가.
……그런가,그는 역시 화내고 있다.
그 때 바이크를 출발하기 바로 직전에 내게 향한 날카로운 눈동자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아츠시는 내가 그의 배려를 무시하고 바로 도망쳐 버린 것에 화가 나 있다.
알고는 있지만 일부러 이렇게 전화까지 하여 직접 물으면
불안과 초조로 떨려 버린다.
난 꺼져 들어갈 듯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미안. "

하지만 아츠시는 용서하지 않았다.반대로 더욱 초조한 듯 말했다.

" 어째서 사과하지? 너 대체,누구한테 사과하는 거야? "

" 누구한테라니……. "

" 난 묻고 있어.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네 기분을 묻는 거야.
   사과하라고 말한 게 아냐. "

그로선 드물게 말투가 거칠었다.
목소리는 거칠지 않지만,여느 때보다도 훨씬 격한 말투다.
그것은 소리지르는 것보다도 내 마음에 강하게 울려,
날 완전히 쫄아들게 만들었다.
난 무심결에 대답할 말을 잃고 그대로 침묵했다.
아츠시도 다시금 그걸로 입을 다물었다.
서먹한 침묵이 그 장소를 지배했다.
몸을 꿰뚫을 것 같은 아프고 괴로운 시간이 지나간다.
찌릿찌릿 긴장감이 서로의 침묵 위에 압력을 가한다.
부숴질 듯한 고통이 끊이지 않아,
난 당장 울어버릴 듯한 한심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 미안…… 아츠시. "

사과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어리석은 나.
수화기 저편에서 크게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기가 막혔을 테지.
사과하라고 하는 게 아니란 소릴 하자마자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는 그 이상 책망하지 않고 화난 음성을 억제하려는 듯 매정하게 답했다.

" 이제 됐어. "

그리고 다시금 잠시간 침묵이 찾아왔다.
절대 참을 수 없는 침묵의 대화였다.답답한 정적이 우리를 감쌌다.
난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초조했지만
초조하면 초조할 만치 머리는 공전할 따름이고 조금도 말 따윈 떠오르지 않았다.
하물며 변명도 설명도 가능할 리 없다.
자기 자신조차 어째서 그 때 그녀에게
바이크를 탄 아츠시의 등을 시원스레 양보해 버린 건지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긴 침묵 후,이윽고 그가 단념한 듯 툭 하니 말했다.

" 그럼,내일 보자. "

시원스런 이별인사였다.
그래도 <내일 보자> 란 한마디가 약간의 희망을 남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난 떨면서도 조심스럽고 조그맣게 대답했다.

" ……응.그럼. "

딸깍 하고 작은 소리가 나고 뚜ㅡ뚜ㅡ 하고 이내 차디찬 전자 음이 울렸다.
난 수화기를 돌려 놓고 그대로 잠시 그 자리에 내내 서 있었다.
안타까운 통증이 전신을 감싼다.
극심한 후회가 엄습했다.
난 바보다.
터무니 없는 바보 자식이다!
모처럼 처음 받은 그의 전화를 이런 괴로운 추억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즐거움으로 부풀어 올랐어야 할 텐데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해지다니.
대체 난 뭘 하고 있는 건가?

눈시울이 지잉 뜨거워지고 수화기를 쥐었던 손에 툭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졌다.
난 슥슥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너무 한심해서 우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방울 흘러 떨어진 눈물이 입술을 적신다.그것은 너무나도 쓴 맛이 났다.







다음 날 전철에 아츠시의 모습은 없었다.
내일 보자고 했는데도 그는 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책망할 마음 따위 조금도 없다.책망할 수 있을 리 없다.
모두 내가 잘못했는걸.내가 바보에 겁장이라서 그를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아츠시는 그렇게 날 염려해 주고 있었는데도 최대한의 온화함을 보여 줬는데도
전부 망쳐 버렸다.내 탓이야…….

학교에서 그 날 하루 난 멍하니 보내고 있었다.
방과 후가 되어 사토루의 제안으로 우리는 맥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라곤 해도,기세좋게 와구와구 먹고 있는 건 사토루 뿐이다 .
난 반 정도 마시고 남긴 아이스 커피 컵을 갖고 놀고 있었다.
사토루가 즐거운 듯 웃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 준다.
난 입술에 무리하게 웃음을 떠올리고 단지 맞장구를 칠 따름이었다.
그런 중,문득 사토루는 진지한 얼굴이 되어
그 때까지완 달리 억제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 저 유우히? 물어도 돼? "

" 뭐? 뭐야,갑자기? "

내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되묻자,
그는 바로 정면에서 지긋이 날 보면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 저,너,좋아하는 사람 있지? "

" 에? "

갑작스런 질문에 망연하게 있으려니,그는 말을 계속했다.

" 그 상대,요전에 영화관에서 만났던 애지? 그 때의 커플이지? "

" ……. "

" 아니라면 화내도 좋아.ㅡㅡ네가 좋아하는 사람은,혹시 남자 쪽이냐? "

난 깜짝 놀라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언젠가 그에겐 진실을 얘기하려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이처럼 갑작스레 게다가 저쪽에서 알아차리고 먼저 물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난 잠깐 답할 말을 잃고, 이윽고 천천히 끄덕였다.

" 응. "

" 그런가,역시. "

사토루는 내가 당혹할 만치 바로 납득했다.
싫은 표정을 보이지도 않고 태연히 있다.
역으로 내 쪽이 주눅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사토루,기분…… 나쁘다고,생각하지? "

내가 그렇게 묻자 그는 잠시 난처했던 것처럼 머리를 긁고 잠시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뜻밖에 묘한 걸 되물어 왔다.

" 저기 말야……,너,내 첫사랑 상대가 누군지 알아? "

너무도 급작스런 질문에 난 얌전히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 으응,몰라. "

" 그렇지.너 무딘 걸.……그건,너야,유우히. "

" 엣! "

난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질문의 대답은 그 이상으로 갑작스럽고 생각할 수도 없던 내용이었다.
한순간 농담을 해서 놀리고 있는 걸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날 보는 사토루의 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표정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태연했지만,
눈동자만은 진지한 빛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 역시 모르고 있었군.뭐,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

멍하니 말도 못하는 내게 그는 그런 식으로 말하고
한숨도 웃음도 아닌 숨을 토해냈다.
다 마시고 텅 빈 컵을 갖고 놀면서 그는 이야기했다.

" 아주머니가 입원하셔서 네가 처음 우리 집에 머물러 왔을 때부터야,
   ……그거,일곱살 때였지? 그 무렵부터,우리 계속 사이가 좋았지.
   형제 같단 소릴 듣고, 휴식 때마다 서로의 집에 왔다갔다 하고,
   실제론 매일 얼굴을 맞대는 것도 아닌데,우리 굉장히 가까웠어.
   다른 어떤 친구보다도 좋아했어.너도,그랬지? "

사토루는 일단 말을 멈추고 동의를 구하듯 날 언뜻 들여다 봤다.

" 그렇지만 중학교 때,나,아주 진지하게 널 좋아했어.
   그…… 친구라는 범위를 넘어서…….
   집에 두사람만 있을 때 쓰러뜨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뭐,역시 그렇게까지 할 용기도 없었지만.뭐라 해도 친척 관계잖아? 
   섣부른 행동을 해서 서먹해지면 나중이 큰일이니까.
   어머니의 화난 얼굴을 생각하면 그럴 마음도 없어졌었지. "

사토루는 농담인 척 하고 하하 가벼운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역시 같이 웃을 여유도 없이 멍하게 얼굴을 긴장시키고 있자니,
사토루는 허둥대며 변명하듯 덧붙였다.

" 아, 이젠 벌써 친구란 느낌으로 돌아 왔으니까 이상한 걱정하지 마.
   널 위험한 눈으로 보는 거 아니니까.
   저기,뭐라고 해야 하지? 청춘이 느낄 수 있는 한때 감정이랄까? 
   아니, 진지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그 땐 그 나름대로 진지해서……
   응,그러니까 즉,지금은 그런 것도 전부 포괄해서 네가 소중한 느낌이다.
   친구 이상이고 연인 이상이야.알겠어? "

필사적으로 설명하는 사토루를 난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정말로 사이가 좋았다.
형제는 아니지만 친구란 말로 연결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
언제나 마음이 연결돼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가 아츠시에게 느끼고 있는 뜨겁고 안타까운 상념이 아니라,
좀 별개의 솜사탕 같은 감정이었다.
그래서,갑작스런 그 고백에 난 놀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처음의 곤혹스러움이 가라앉자 여러가지 생각이 솟아 올라왔다.
사토루가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던 것…… 난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틀림없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으리라곤 생각하지만,
그래도 대체 어떤 심정으로 나와 접하고 있던 건지,
내가 지금 아츠시에 대해 갖고 있는 타오를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을,
사토루는 얼마만큼의 온화함과 안타까움으로 견디고 있었을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올 뿐이었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동정은 그에게 있어 어떤 위로도 편안함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난 그가 좋다.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사랑하는 건 아니다.그것은 언제나 동일한 감정이었다.
난 그에 대해 친구 이상의 상념을 품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털어 놨다고 하더라도,분명 그에 응하진 않았을 거다.
사토루도 그건 알고 있을 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특별히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괴롭게 이것저것 생각하며 고민하던 때도,
그것이 시간의 흐름 한가운데서 다정한 감정이 교차했을 때도,
그는 침묵하고 있어 주었다,날 위하여.

그런 그가 어째서 이제 와 일부러 말을 꺼낸 것인지.
그것을 생각하고 머릿 속에서 대답이 나왔을 때,
난 다시 한번 그 온화함을,얼마만큼 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가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 괴로움을 알아차려 주었던 것이다.
동성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보통이라면 품지 않아도 됐을 다양한 근심을,
그리고 그걸 누구한테건 고백할 수 없는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해 주었다.
사토루는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혼자 괴로워하지 마라,괴로우면 언제라도 상담해 주겠다,얘기해 보라고.
난 한동안 침묵한 채 깍지낀 자신의 손을 응시하고 있었지만,이윽고 툭 말했다.

" ……모리카와 아츠시 라고 해,그…… "

사토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를 쳤다.

" 흐응.고교생? "

" 응.케이세이 고교 2학년이래. "

" 케이세이인가.뭐,우리 학교와 비슷한 레벨이군.특히 머린 그저 그런. "

사토루가 가볍게 말한다.난 작게 웃었다.
조금 마음이 풀렸던 것을 헤아리듯,그는 한발 나가 질문을 했다.

" 한데,그 남자랑은 잘 나가고 있어? "

" 지금…… 사귀고 있어…….그렇지만……. "

" 그렇지만? "

똑바로 응시하는 사토루를 힐끗 보면서,난 말했다.

" 그,따로 여자친구가 있어. "

이내 사토루가 화난 듯한 소리로 반문했다.

" 뭐야,양다리 걸치고 있는 거야,그 자식? "

" 그게 아냐.그런 양다리가 아니고,그…… 내,내 쪽이 나중에 끼어든 거고ㅡ "

" 하지만 여자가 있는데 너와 사귀는 거잖아? 그런 게 양다리가 아니고 뭐지? "

망연해진 사토루에게 난 처음부터 설명했다.
역시 육체관계에 관한 건 생략했지만
그와 어떤 식으로 사귀었고 무엇을 괴로워 했는지,
서로의 오해를 풀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한 것,
그가 바이크 레이서란 것,리카 씨와의 관계,최근의 일에 관한 것 등을
숨기지 않고 들려줬다.
내 얘기가 전부 끝났음에도 사토루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 역시 그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나는 생각해. "

사토루는 진지한 말투로 진지하게 생각을 말해 주었다.

" 네가 그 여자아이를 염려하는 기분은 모르는 거 아니고,
   그 남자가 선배나 동료 앞에서 애매한 태도를 하는 상황도 알겠지만……
   그러나 역시,그런 건 이상해.옳지 않아.
   서로 좋아한다면,형태만이라도 해도 삼각관계란 거 기분좋을 리 없잖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

난 침묵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대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대답 속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어떡하면 좋을까?
그리고 난,전부를 누른 채 거기에 남아 있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에 자신이 없었다.
침묵한 채 테이블을 계속 쳐다보는 내게,
사토루는 조그맣게 숨을 쉬고 이내 위로하듯 밝게 말했다.

" 하지만 뭐,우선 너희들 서로 좋아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너무 쓸데없이 많이 생각지 말고 즐겁게 사귀면
   또 상황은 변할 지도 모르지.
   멋대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고민하지 않는 쪽이 좋을 지도 몰라. "

그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낙천적인 위로였지만,
그 때의 날 진심으로 안심시켜 주었다.
난 쟁반을 들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사토루를 보면서,
정말로 그가 친구라서 잘됐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화요일 아침이 왔다.
화요일과 금요일ㅡㅡ 그것은 아츠시와 두사람이서 만날 수 있는 날.
하지만 그 동안의 일도 있고 해서,
난 그 날 그닥 기대하지 않고 전차에 탔다.
어쩌면 아침 한때라도 또 빠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런 내 연약한 의구심은 전혀 필요없는 것이었다.
내가 탄 여느 때 그 시간의 전차엔
여느 때의 장소에 착실히 아츠시가 기다려 주었기 때문에.
무표정하고 무뚝뚝하지만 상냥하고,
역시 어쩔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이.

" ……안녕. "

내가 조그맣게 인사를 중얼거리자,
아츠시는 잠시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대답을 돌려줬다.

" 안녕. "

그리고 나서 잠시동안 침묵이 있었다.
이윽고 전차의 소음을 벗어나는 것처럼,
아츠시가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조용히 말했다.

" 어제,미안.늦잠을 잤어……. "

난 살짝 그를 봤다.
변함없이 쿨하게 저쪽을 보고 있지만,
왠지 내 반응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미소짓고 말을 걸었다.

" 학교,지각 안했어? "

" 1교시는 포기하고 2교시부터 들어갔어. "

내가 기가 막힌 얼굴로 쿡 하고 웃자 아츠시는 걱정스런 듯 나를 보고,
그리고 내가 화내지 않는 걸 알았는지,
그러잖으면 마음이 풀린 걸 보고 안심한 건지,
조금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 사건,그런 전화 후였던 만큼.
나는 나대로 의식적으로 피한 게 아니란 걸 알고
마음으로부터 안도하고 있었다.
늦잠 때문에 깨진 약속이라면 그런 건 어떻게 해서든 되돌릴 수 있다.
그를 변함없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또……> 라고 말하고 그가 그걸 알면서 깬 것이라면,
나는 뭘 믿으면 좋을 지 모르게 돼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또 잠시동안 우리는 침묵에 잠겼다.
이윽고 다시 내가 내릴 역까지 두개 남은 무렵,그가 조근조근 낮게 말했다.

" 나,오늘로 바이트를 바꿨어.……주행 연습 때문에. "

갑작스런 말에 난 놀라 그를 봤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못하고 이내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대꾸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언가가
내게 있을 리 없다.
바이크의 세계가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내 고집으로 그를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자신이
나는 없다.
누군가에게 응석부릴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한 자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거부당해도 반격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의지.
하지만 그 양쪽을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난 무엇이든 이내 단념해 버린다.

( 이럴 때,그 아이라면 응석을 피우며 고집부릴까?
   그런 거 싫어,만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난 더더욱 자기 혐오에 빠졌다.
다른 누군가가 문제가 아니다.
리카 씨과 아츠시와의 관계가가 어떤 것일지라도,
그것은 내가 부러워할 성질은 아니다.
이것은 나와 아츠시의 문제인데…….
난 몰래 한번 심호흡하고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럼 오늘은 만날 수 없겠네…….응,알았어. "

입술에 무리하게 미소를 머금고 웃어 보인다.
아츠시는 왠지 난처한 듯한 눈길로 날 보고 있었지만
조금 주저한 후,뜻밖에 물어 왔다.

" 유우히,너 혼자 맨션에 갈 수 있어? "

" 에? ……그야,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

" 너,가서 기다리고 있어.늦어지겠지만 반드시 갈 테니까. "

갑작스런 그 말에 난 놀라서 말없이 쳐다봤다.이런 요구는 처음이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깔끔하게 상대의 욕구를 받아들여 사귀어 왔다.
만날 수 없는 때에 그 이상 무리하는 짓은 그만두었고
그도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밀어부치는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때의 그는
가타부타를 말하지 못할 만큼의 강인한 뭔가를 느끼게 만들었다.

" 그렇지만……. "

내가 주저하며 중얼거리자, 아츠시는 매서운 눈동자로 쏘아보듯 응시했다.

" 괜찮으니 기다려.자. "

그렇게 말하고 내게 키를 건넨다.그것은 저 맨션의 키였다.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모르는 채 잠자코 받아들자,
아츠시가 조금 만족스런 듯 끄덕이곤 쿡 하고 내 어깨를 찔렀다.

" 자, 이제 도착할 거야. "

그 말대로 어느새 전철은 내가 내려오는 역에 도착하려 해,
난 허둥대며 문으로 향했다.
이내 도착해,덜컹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난 깡충 하며 뛰어내려, 이내 아츠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다른 인파가 차안에서 움직여,그를 내 시야에서 가렸다.
난 손 안에 방금 받아든 키를 꼭 쥐면서 보이지 않는 아츠시의 모습을 쫓아
전철이 다시금 달려 가 버릴 때까지 꼼짝않고 그 장소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방의 시계가 이제 곧 9시가 되려 하고 있다.
나는 그 밤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며 그것을 올려 보고
다시금 TV로 눈길을 보냈다.
뭔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지만,
내용 같은 건 그닥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의 나는 그저 아츠시가 언제 올 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 속이 가득했다.
반강제적으로 키를 건네받고,나는 순순히 그 말에 따라 여기 왔다.
그렇지만 혼자 여기 오고 혼자 그를 기다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고,
왠지 여느 때와 상황이 다르다.
왠지 안정되지 않고 두근두근 조마조마하고,
기쁜지 불안한지 불안하다지 알 수 없는 듯한,그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다시 한번 시계를 본다.
아까부터 도대체 몇번이나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일까.
아츠시가 약속을 어기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돌아 올 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늦을 거라고 그는 말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말한 걸까?
여기 오는 전에 난 일단 집에 전화를 걸었고
사토루에게도 미리 말을 맞춰 놓아 늦어지는 취지는 전해뒀다.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덧붙여 혼자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길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한숨만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TV가 다시금 새로운 프로로 바뀌고, 재미있지도 않은 드라마를 시작했다.
리모콘을 손에 들고 지루함을 주체 못해 채널을 계속 바꾸고 있을 때,
현관에서 딩동하고 큰 벨소리가 들려, 난 깜짝 놀라 뛰어나갔다.
아츠시……인가.
원래 이곳 주인이라던 형은 1년 이전부터 해외에 가 있어,
그쪽과 관련된 사람이 오는 일은 전혀 없다.
세일즈 맨이 오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나는 조금 멈칫거리면서 현관까지 가 도어 너머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 예? "

바로 낮은 음성이 돌아왔다.

" 유우히? 나. "

" 아츠시? 아, 기다려.지금 열게. "

난 허둥대며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거기엔 애타게 기다렸던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아츠시는 옆에 헬멧을 들고 여느때의 가죽 점퍼를 입고 있었다.
라이더용의 긴 부츠를 벗으면서 억양없는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 미안,늦어서. "

퉁명스런 사과의 말.
하지만 그 한마디로 그 때까지의 불안이나 가슴조임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그리고 당황해서 해야 될 말을 돌려 주었다.

" 으응,……저어,……어서 와. "

말하고 묘하게 쑥스러운 걸 깨달았다.화끈하고 뺨이 뜨거워졌다.
아츠시는 나를 보고 미약하게 입가에 웃음을 담아 답했다.

" 다녀왔어. "

왠지 묘한 기분이였다.
계속 기다렸고 빨리 만나고 싶고 견딜 수 없었는데,
막상 눈앞에 보이니 부끄러운 듯 쑥스러운 듯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다.
난 그런 마음을 감추듯, 그에게 말을 걸었다.

" 아츠시…… 저녁은? 아직이야? "

" 아아,난 바이트하는 데서 먹었어.넌? "

" 아, 나도 아까 배가 고파서 주먹밥을 먹었어.
   일단 아츠시 몫도 사 뒀는데……. "

아츠시는 테이블 위에 있는 편의점 봉투를 보고,후 하고 작게 웃었다.

" 그럼,그거 아침식사로 하자. "

" 응. "

내가 끄덕이자,아츠시는 기다릴 수 없단 듯 내 등에 손을 쓰고,
힘껏 몸을 끌어당겼다.
방금 밖을 달려 온 차가운 손가락으로 상냥하게 내 턱을 들어올리고,
그리고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차가워진 입술을 살짝 눌러왔다.
오싹하고 한순간 차가운 감촉이 있었고, 그렇지만 이내 열을 갖고 뜨거워진다.
부드럽고 폭신한 그것은 천천히 침입했고,
그리고 달콤하게 젖은 혀가 눌러왔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등에 손을 대고 그 포옹에 응했다.
녹을 것처럼 긴 키스.
그렇다……
처음 우리들의 관계도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상냥한 키스로 시작됐다.
그것은 내 전부를 녹인다.
불안도 걱정도 가슴 속에 남은 응어리도 모두가 사라져 간다.
손이나 손가락이나,몸이,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몸 안에서 흐물흐물해져 형태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고,
하지만 자신의 심장 소리만이 두근두근 시간을 새기는 것이 들려왔다.
아츠시의 손이 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입술이 뺨에 닿고,
드러난 귀를 천천히 더듬었다.
귓불을 씹듯이 달콤하게 깨물자, 몸이 꿈틀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심장박동은 아까부터 크게 울리고 있었다.
반쯤 벌어진 입술이 지잉하고 저려오고,
감은 눈 뒤가 촉촉히 젖어가는 걸 느낀다.

( 아츠시…… )

내 귓가에, 부드럽게 입술이 닿은 채 소리가 들렸다.

" 샴푸 냄새가 나……. "

쿡 하고 웃는 듯이 속삭이는 소리.난 새빨갛게 되어 허둥대며 변명했다.

" 아, 아까 샤워했어.땀…… 나서. "

설명하면서,왠지 그것은 그런 의미로 그를 기다렸다고 하는 것처럼 들려
난 더욱 빨개졌다.
완전, 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단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아츠시는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한동안 향기를 즐기듯 내 머리에 얼굴을 댔고, 이윽고 툭 하니 말했다.

" 나도 씻고 올게. 저쪽에서 기다려. "

( 저쪽이라니…… 역시,침실, 인가? )

내가 혼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동안,그는 욕실로 걸어갔다.
난 잠시 그 장소에 서서,몇번이나 심호흡을 했다.
왠지 여느 때와 달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말한 대로 침실 침대 위에서 아무래도 조마조마해 하면서 앉아 있으려니,
이내 그가 돌아왔다.
젖은 긴 머리칼을 타월로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온 몸은 나체.
아무래도 샤워를 했으니 당연한 지도 모르지만……. 
내가 무심코 그 긴장된 몸을 주시하고 있자니,그가 이상한 듯 말했다.

" 뭐야? "

난 침묵한 채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귓불까지 뜨거워진다.
아츠시는 그런 내 옆에 앉더니 조금 놀리듯이 말했다.

" 다 벗고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

난 무심코 대꾸했다.

" 하,하지만……! "

붉은 얼굴이 더욱 주홍색으로 물든다.
아츠시는 장난스레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더욱 추궁하듯 말했다.

" 가끔은 네 쪽이 유혹해 줘도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

" 그런……. "

대꾸할 말도 없어 고개를 숙이고,이윽고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 ……미안.담엔…… 그렇게 할게. "

그렇게 말한 순간,푸 하고 아츠시가 소리내더니,
아주 이상한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렇게 웃는 아츠시라니 드물다.
한차례 웃은 끝에,아직도 쿡쿡 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놨다.

" 너는 참,정말 솔직해.바보같을 정도야. "

난 조금 입술을 내밀고 토라져 보였다.

" 어차피…… 바본 걸. "

그 말을 듣고,다시 그는 쿡쿡 웃는다.
그리고 이윽고 내 어깨에 손을 돌리고 한껏 끌어안았다.
그대로 등을 받치고 천천히 침대에 눕히더니,부드럽게 덮쳐왔다.
깊은 키스를 하고,그리고 내 교복 셔츠의 버튼을 차례대로 풀러간다.
이내 내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고,
거기에 그 긴 머리칼로부터 방울진 물방울이 툭 흘러 떨어졌다.
핫 하고 차가운 감촉에 한순간 등이 오싹해진다.
놀라 움츠린 날 응시하면서,
아츠시는 1장 1장 내 몸에서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어 간다.
두사람 사이에 있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들은 알몸이 되어 서로를 안았다.
서로의 등에 손을 돌리고,강하고 강하게,최대한의 마음을 담고 끌어안는다.
아츠시의 손이 흥분된 감정을 억제할 수 없는듯
내 머리카락을 사납게 더듬었다.

" 유우히……. "

그가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그런 일은 무척 드물다.
여느 때라면 미친 것처럼 이름을 부르는 건 내 쪽인데.
난 그에 답하듯 스스로 그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이내 혀가 뜨겁고 격하게 얽힌다.
이미 거칠어진 숨결이 출구를 찾아 가슴 속에서 방황한다.
오늘 밤의 아츠시는 전에 없이 조급하게 나를 구했다.
하아하아 거칠게 호흡하는 내 몸 위를 더듬어 내려가,
전신에 키스의 비를 내린다.
크고 넓은 손이 몸 안을 더듬고,정열적으로 가슴에 뺨을 댔다.
뺨이 유두 위를 몇번이나 비벼댄다.
때때로 부드러운 입술이 애태우듯 닿았다가 바로 떨어진다.
그 때마다 난 전신이 꿈틀꿈틀 경련했다.

" 아……,응읏,아……. "

참을 수 없이 소리가 새어 나왔다.
새삼스레 숨기는 것도 뭣하지만,
역시 자신의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육체가 부끄럽다.
특히 여자아이처럼 가슴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이 괴로웠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배신하고,몸은 분할 만치 순순히 쾌락을 받아들인다.
유두는 바로 딱딱하게 부풀고,더욱 민감해져 새로운 쾌감을 구했다.
아츠시는 입에 머금고 혀끝으로 그것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또 한쪽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쥐고 비비듯 애무한다.
난 크게 몸을 젖혔다.

" 하앗,싫어! "

양쪽 가슴에서 몸 중심을 향해 전기처럼 쾌감이 달려왔다.
전신이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오른다다.
하반신이 저리고,그곳이 딱딱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츠시의 가슴 아래에서 재촉하듯 그의 몸을 밀어 올린다.
당연히 아츠시도 그것은 알고 있을 텐데 그는 그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가슴에 애무를 계속했다.
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들고 필사적으로 탄원했다.

" 아,안돼,아츠시,싫어.거기 싫어…… 그만해ㅡ "

하지만 그는 그 부탁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마치 잔혹하게 가지고 노는 것처럼 끈질기게 가슴에의 공격을 계속한다.
강하게 빨아들이거나 가볍게 물거나 때로는 강하게 깨물자,
찌잉 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 앗,크읏……! "

앙다문 잇속으로 참고 있던 비명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지긋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득 눈물이 넘쳤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엄습해 와,흐느껴 우는 것처럼 나는 허덕였다.

" 우아, 큿,힛…… 아, 싫어…… 으아ㅡ "

평소라면 어느 정도에서 해방시켜 주는 아츠시가 오늘은 달랐다.
내가 안타깝게 흐트러지는 걸 보고 더욱 집요하게 빨아들인다.
양쪽을 교대로, 그리고
비어 있는 쪽에는 쉴 틈도 주지 않는 것처럼 반드시 손가락이 공격한다.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될 만치 느끼고 흐트러져 갔다.

" 앗앗! 싫어! 우아아, 아읏…… 싫어, 그만……둬,아츠시……,
   힛,으흣,힛…… 우,우우ㅡ "

거의 흐느껴 우는 것처럼 난 소리질렀다.
아니, 정말로 울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눈물이 뒤로부터 방울방울 흘러 떨어지고,
뺨을 타고 내려가 머리카락을 적셨다.
만족감으로 호흡조차 불가능할 만치 오열이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올라온다.
그것은 쾌감이라기보다 고통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아무리 거기에 약하고 아무리 느껴도,
가슴을 공격당한 걸로는 결코 가는 일이 없다.
단지 어쩔 도리가 없는 쾌감이 쌓여가는 것 뿐.
이대로 공격을 계속해서 받는다면 정말로 어떻게 돼 버릴 것 같아,
두렵기조차 했다.
지나친 격렬함에 반쯤 힘이 빠져 기가 막힌 듯 울고 있는 나를,
겨우 아츠시가 놓아 주었다.
땀과 눈물에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내 얼굴을,
전에 없이 불타는 눈동자를 하고 파고들듯 응시하고 있다.
뺨에 꽉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올리고,얼굴을 대고,
다시금 강하게 끌어안았다.
귓가에 애절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울렸다.

" 유우히…… 좋아해. "

난 거친 숨결 아래 그 말을 들었다.

" 아츠시……. "

아츠시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나에게 키스하고,
마치 다 먹어 치우려는 것처럼 입술을 탐닉했다.
도망치는 건 용서할 수 없단 듯,양손으로 내 머리를 꽉 붙들고 누르고 있다.
입술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에 격한 애무를 받고,
난 몽롱하게 의식이 부유하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아츠시는 조금 이상하다.여느 때와 다르다.왠지 이상하다.
하지만,아츠시의 전신으로 나는 느낀다.
날 사랑하고 있다고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고, 외치는 것처럼 생각해 버린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아니, 훨씬 더 격하게!

" 아츠시,아츠시……. "

난 녹초가 된 팔을 필사적으로 뻗어 그 몸을 끌어안았다.
그 고백을,이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뜻밖에 팔을 뿌리치고,
아츠시는 내 양다리를 들어올리더니 단숨에 높이 위로 밀어올렸다.
그리고 거의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그는 침입해 들어왔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행위에,난 무의식적으로 전신을 경직시켰다.
뒤에도 무심코 힘이 들어 가,거부하듯 그를 밀친다.
그러나 아츠시는 역으로 화난 것처럼 무리하게 삽입해 왔다.

" 크읏! "

난 무심코 비명을 올렸다.
여느 때라면 반드시 아츠시가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상냥하게 풀어 주었으므로,
최근엔 통증 따위 느끼는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역시 아파,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져 버린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아츠시가 격하게 나를 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얼굴을 찡그리고 입술을 깨문 나를 보고,
아츠시는 한순간 주저하듯 움직임을 멈췄지만,
내가 유혹하듯 그의 두팔을 꽉 붙들자,
다시 한번 깊숙히 안으로 안으로 침입해 왔다.

" 아아앗! "

비명같은 외침이 새어 나온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굉장한 쾌감이 습격해 와,
전신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휘었다.
아츠시는 용서없이 공격해 왔다.
그 자신도 그 쾌락의 노가 되어버린 것처럼,
내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지켜 볼 여유조차 없어,
그저 또 자꾸만 격하게 밀어 올린다.
그 급박함에 난 순식간에 절정으로 끌어 올려져,어이없이 폭발했다.

" 싫……어! "

비명은 소리가 되지 않고,목구멍 안쪽에 달라붙어 호흡을 정지시켰다.
흰 섬광이 머릿 속에 폭발한다.
한순간 확실히 의식이 단절되어,세상 전부가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다시 격한 공격에 의해 되돌려졌다.
막 절정을 지난 참인 내 몸에 아츠시가 개의치 않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도 여운이 강하게 남아 몽롱해져 있는 몸을,
너무도 강한 쾌감이 용서없이 공격해 온다.
그것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기억을 엉망으로 혼란시키고,
다시 한번 그 사이에 머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쇠약해진 물건이 이내 다시 딱딱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무리하게 끌어낸 쾌감이다.
난 끊어질 때에 이른 것처럼 전신을 둘러싼 그 감각이 두려워 비명을 올렸다.

" 안돼,아츠시! 그만해! 이제 싫어! 싫어어어! "

그 소리는 그에게 닿았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아츠시는 그런 외침에는 답하지 않고,격하게 몸을 움직였다.
가슴 아래에서 요동치는 나를 파고드는 것처럼 응시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밀어 올린다.
큰 소리를 올리고 있는 나를 그 눈동자에 담고 있지 않는 것처럼.
한 순간,다시 온다고 느낀 직후,
몸 안에 아츠시의 뜨거운 물건이 발한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나에게도 다시금 절정이 닥쳐 왔다.
그것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나를 이 세계에서 분리시켰다.
아츠시가 강하게 끌어안은 걸 느끼면서 의식이 멀리 사라져 갔다.



                                                                  계속.

* BabyAlon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20 23:39)

불나방   2005/08/23

아츠시가 왜이렇게 얄미운지...

월하 2007/03/29

아하. 그렇군.
그렇죠.
불나방님도 그렇고, 저번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었단 말이죠, 흐흐흐흐
이놈의 아쯔시 놈.
너 이자식, 내가 작가였다면.. 상냥하고 친절한 사토루 녀석에게 아쯔시를 잠깐동안 맡긴다음에.
굉장히 멋진 공 녀석들 두셋 정도 유우히 주변에 몰아다 놓고, 리카정도엔 비교도 안되게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도 한명쯤 유우히 에게 잔뜩 대쉬하게 만든다음에.
까맣게~ 까맣게~ 아주 새카맣게 속을 태운다음에.
유우히 앞에 울면서, 기필코 울먹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하게 만들겠다. 이녀석아!

FOrest 2007/05/03

홀홀..잼있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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