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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Alone
탐정 이야기 1. 탐정이야기 (5)


5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멍하니 눈을 들었다.

(비, 인가ㅡ)

결국 지구 최후의 날은 오지 않았다. 나는 변함없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

슬쩍 때가 낀 사무소 창문에 봄비가 격하게 부딪히고 있다. 멀리서 봄의 천둥소리가 들렸다.

오크 소재로 만든, 바보처럼 높은 책상은 이 가난한 사무소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무거운 물건, 도둑도 갖고 가기를 바라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책상 위는 맥주 빈 캔과 컵라면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비참한 상태였다.

손님은 오지 않는다.

예의 그 사건 탓에 사무소 주위에는 경찰이 언제나 서성거리고 있어서 언제나 찾아오는 시끄러운 빚쟁이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우선 일 따윈 전혀 할 기분이 아니란 것이 본심이었다.

눈앞을 흰 몸이 어른거려 밤에도 잠을 잘 수 없다. 몸은 항상 열을  지닌 것처럼 뜨겁고 나른하다.

사쿠라의 휴대폰으로 전화해 봤지만 예상대로 부재중 설정이 되어 있었다.

5일간 아무 연락도 없다.

가는 몸을 안고 7년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 탐닉했다. 나는 얼마나 사쿠라에게 굶주려 있었는지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녀석이 필요해…….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나뿐이었던 것일까.

사쿠라에게 있어 나는 그 녀석에게 반해 있는 멍청한 남자 중 하나고 갖고 싶지는 않은 상대로, 우연히 거기서 7년 만에 재회하고 한번만 몸을 겹친ㅡ 그 정도의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술로 탁해진 머릿속을 빙글빙글 돈다.

이거야 고교생 꼬마 때와 마찬가지다.

몸을 겹쳤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귓속에서 달콤하게 울먹이는 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저 소리가 하룻밤에 한정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바보 같은 꼬마인 걸까.

그 밤ㅡ 팔 안의 온기가 사라진 기척에 나는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킨 사쿠라가 침대를 내려오려다 비틀거렸다. 허둥대며 손을 내밀고 가벼운 몸을 받쳤다.

비틀거린 이유는 알고 있다.

「무리야.」

곤혹스런 사쿠라의 얼굴이 나를 돌아봤다.

「그렇게 해댔으니, 허리를 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흰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조금 화난 것처럼 사쿠라는 나를 눈을 치켜뜨고 봤다.

「본청에 돌아갈게.」

「어이. 아직 5시 전이야.」

밖은 아직 어둡다.

「일이 있어.」

경찰 일이라는 건 그렇게 빡빡한 것인가.

기가 막혔지만 사쿠라는 진심인 것 같았다. 무리해서 일어나려는 걸 나는 손을 뻗어 부축했다.

「알았어. 데려다 줄 테니까 무리하지 마.」

「샤워……. 몸, 기분 나빠.」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인 사쿠라를 나는 안아 올렸다.

「씻어 줄게.」

도망치려는 몸을 무리하게 욕실에 데리고 들어가, 불을 켰다.

「류이치!」

불빛 아래 보이는 사쿠라의 몸은 생각대로 가늘었지만 실전으로 단련된 아름다운 것이었다.

비쳐 보일 듯한 피부 위로 몇 개나 붉은 애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밖에 보일 듯한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는 넓은 욕조에 살며시 그 몸을 안아 내렸다.

사쿠라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경직시키고 있었다.

물소리를 조절하고 샤워 아래 세웠다. 기계적으로 피부를 씻어 내고 다리를 벌리려던 순간, 사쿠라가 도망쳤다.

「이제 됐어…….」

욕조 구석에서 나를 노려본다.

바보. 그런 점이 남자를 도발시키는 거야.

「씻어줄 뿐이야. 그렇게 경계하지 마.」

나는 가벼운 투로 말하고, 가는 팔을 잡아끌었다.

「류……읏……싫, 앗…….」

좀 전까지 계속 내 물건을 머금고 있던 윤기 흐르는 부분에 무리하게 손가락을 넣자, 사쿠라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가는 손가락이 나를 꽉 붙든다.

샤워를 받으며 손가락 끝으로 안까지 씻어준다.

불 아래서, 열려 있는 부끄러운 모습과 손가락으로 내부까지 헤집는 감촉에 사쿠라는 참지 못하고 젖은 소리를 질렀다.

「류이치, 안……크, 이제…….」

괴로운 상태란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손을 앞으로 돌리자 사쿠라는 크게 경련하듯 몸을 떨고 끝났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볍게 실신해 버린 것 같았다.

이상할 만치 느끼기 쉬워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일 따위가 되겠나. 대체 이런 게 눈앞에 있다면 주변 동료에게 폐가 될 거다. 색기가 지나치다.

타월에 감싸 방에 데리고 돌아오자, 진정되는 걸 기다려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왔다.

이탈리아 브랜드의 엷은 색조의 넥타이를 매어주면서 나는 눈앞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사쿠라는 거부하지 않았다. 혀를 순순히 얽어온다.

「경시청까지 바래다줄게.」

「됐어.」

사쿠라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너, 아직…….」

괴로울 거다.

「호텔 차가 바래다 줄 거야.」

「에?」

「여긴 할아버지와 안면이 있어.」

사쿠라는 악동처럼 웃었다.

나는 허둥거렸다.

「어이, 그런 데서…….」

남자를 데리고 들어오다니, 저 할아버지한테 들키면 나 따윈 작살난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태연히 사쿠라는 웃더니, 자신 쪽에서 내게 입술을 포갰다.

「아직 일러. 좀 더 자고 가. 프런트엔 얘기해 둘 테니까.」

모델 같은 슈트 차림이 등을 돌리고 팔랑팔랑 손을 흔들더니 방을 나갔다.

저 녀석, 정말 처음인 건가. 너무 익숙하잖아.

내 팔 안에서 흘린 눈물만이 진짜였다.

하지만 여긴 더블베드다. 저 녀석, 프런트엔 어떻게 설명할 건가.

나는 남겨진 채 휑해진 스위트룸을 멍하니 바라봤다.

……………….

그 때 무리해서 만류했다면 좋았을까.

아마도 사쿠라가 손을 쓴 건지, 그 후 S서에 출두한 난 아침 안에 해방되어 사무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할 기분은 되지 않았다.

격한 비바람이 창을 두드린다.

봄 폭풍우다.

초인종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런 폭풍우를 지나오다니 이렇게 호기심 많은 의뢰인도 없을 것 같다.

바람소리를 잘못 들었나 하고 다시 한번 책상 위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려 하고 있을 때, 이번엔 확실히 초인종이 울렸다.

(빚쟁인가ㅡ)

저 할머니, 드디어 지친 모양이지? 나는 일어났다.

여닫히는 상태가 나쁜 문을 열었다.

낯익은 할머니의 모습은 없고 거기에 흠뻑 젖은 미인이 서 있다.

조금 곱슬거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비가 방울져 떨어지고 있다. 잘 재단된 슈트도 흠뻑 젖어 있다.

「사쿠라ㅡ」

「들어가도 될까.」

떨리는 음성이 들렸다.

「바보. 빨리 들어와.」

나는 사쿠라를 사무소 안에 들이고는, 플레이트를 CLOSE로 뒤집고 문을 닫고, 말이 나온 김에 자물쇠까지 걸었다.

「너, 우산 가져오지 않은 거냐.」

안쪽 방에서 타월을 갖고 돌아오자, 사쿠라는 생소한 듯 사무소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윗도리 벗어. 감기 걸린다.」

말하면서 상의를 벗기고 머리부터 커다란 타월을 덮어씌웠다.

그대로 나는 사쿠라를 끌어안았다.

핏기 없이 찬 입술에 입술을 겹친다.

사쿠라의 팔이 내 등에 돌려진다. 요구하는 대로 사쿠라는 입술을 열고 나를 받아들였다. 혀를 얽히면서 우리들은 서로를 더듬고 서로를 구했다.

「사쿠라…….」

이름을 부르면서 뺨에, 귓불에, 눈꺼풀에 키스한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단추를 끌렀다.

「류이치.」

사쿠라가 내 눈을 들여다본다.

맑은 색 눈동자를 보고 나는 조금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이처럼 달아올라 이대로 사무소 바닥에 사쿠라를 눌러 쓰러뜨릴 시점이었다.

「연락, 했어.」

「알아. 일로 어제까지 뉴욕에 있었어. 좀더 일찍 오고 싶었지만 회의가 길어져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그러고 보니, 안색이 파랗다.

「너, 또 자지 않은 건…….」

사쿠라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쪽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잤어. 이건 비에 젖은 탓인가 추워서…….」

떨고 있는 가는 어깨를 끌어당겼다.

확실히 차다. 몸 안이 차가워져 있다.

「어째서 이렇게 젖은 거야.」

「중간까지 택시를 탔지만, 여기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어.」

이 부근은 좁은 골목길이 난무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잡거빌딩 5층이었다. 주소만으로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게 틀림없다.

어쨌든 간에, 빨리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나는 사쿠라를 안아 올렸다.

「병자가 아냐.」

사쿠라가 웃는다.

「이제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어.」

「너, 그 때 한번으로 끝낼 작정이었나.」

심술궂은 눈동자가 묻는다.

「헤어지지 못하게 될 거야.」

7년 전처럼 시원스럽게 헤어지는 따위 더는 불가능해.

「헤어지지 않아도 좋아.」

낮게 속삭였다. 사쿠라의 입술이 내게 닿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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