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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Alone
탐정 이야기 1. 탐정이야기 (3)


 
미나카미 사쿠라(水上櫻). 나와 동갑인 25세일 터인데 어찌 봐도 20세 안팎으로, 자칫하면 십대로까지 보일 정도다. 조각상 같은 미모는 변함없었다. 타인, 특히 자신의 숭배자들에의 냉담함도 여전한 것 같다.

부친은 경찰의 거물. 외가 쪽 할아버지는 원 정치가라는 명문 집 외아들로 경찰에 들어간 건 부친의 희망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예의 대장성이나 중의원 자리 하나쯤 차지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여하튼 우리들과는 처음부터 머리가 틀렸다.

나는 이 녀석과 고등학교 3년 동안 같이 생활했다. 그렇다고 해도 동거 따위의 색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우연히 3년간 기숙사 같은 방을 쓰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 뵈도 벽지의 남자 학교에다 전 학생 기숙사 생활이라면, 요상한 소문 하나나 둘쯤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도 사쿠라에겐 진심으로 반해 있었다.

우선, 아름답고 머리 좋고 외모가 잘생긴 사쿠라에게 구애한 녀석 따윈 상급생에서 하급생, 교사에 이르기까지 쓸어버릴 정도로 있었다. 그렇지만 간담회 때마다 부랴부랴 달려오는 경찰관 아버지는 무섭기 그지없는 데다, 사쿠라 자신, 이 부친의 교육으로 무도 전반에 뛰어나고, 게다가 사격은 올림픽 클래스라는 소문이었다. 뭣보다 이 녀석은 저 아름다운 웃는 얼굴로 깨끗하게 다른 사람을 거절하는데 능숙했다.

3년 동안 채이기를 반복한 나는 사쿠라에게 키스 한번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 피에로다.

비참한 과거를 생각해 내고 무심코 고개를 젓고 있던 나의 눈에 휘황찬란한 고층 빌딩의 무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전면이 유리인 엘리베이터는 최상층을 목표로 한 채 조용히 올라간다.

「어이.」

밥을 먹는데 불만은 없으나, 난 갑자기 걱정이 됐다.

「걱정하지 마. 내 사치다.」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있던 사쿠라가 해맑은 얼굴로 말한다.

이 자식, 이렇게 통이 컸었나?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확실히 사쿠라는 돈을 갖고 있지만 이유도 없이 남에게 돈을 마구 쓸 녀석이 아니었던 것이다. 7년 동안 변치 않았다면. 나는 사쿠라의 변모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은 무섭기 짝이 없다.

최상층 레스토랑에서 아무래도 서민인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식사를 하고 옆의 바(bar)로 자리를 옮겼다.

유리 너머로 보석을 아로새긴 듯한 야경이 눈 아래 펼쳐져 있다.

어두컴컴한 경찰서 복도 따위보단 아무래도 이 녀석에게는 이런 장소가 어울렸다.

온 더 록의 글라스를 가는 손끝으로 갖고 놀면서 사쿠라가 스치듯 나를 봤다.

정말이지 너, 취하면 얼마나 요염한지 자각이 있는 거냐.

이 때 내 사무실에 헤로인을 반입했던 조금 귀여운 아가씨에 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싹 지워졌다.

「너, 냉정하잖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연락 한번 하지 않고…」

붉은 입술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 이상, 너한테 신세지는 것도 싫다고 생각했어. 우선 고등학교 3년간의 기숙사생활도 네 덕분에 별 탈 없이 보낼 수 있었는걸.」

「사쿠라ㅡ」

알고 있었던 것인가.

고교시절, 나는 사쿠라에게 이상한 수작을 걸어오는 떼거리들을 모조리 때려 눕혀왔다. 자신의 속마음은 제쳐 두고, 사쿠라를 묘한 눈으로 보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분명 다름 아닌 질투 같았다. 그 중엔 제법 무시무시한 녀석도 있어서, 칼부림 사태까지 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완력에는 자신이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실로 엉망진창인 생활을 해온 탓이다. 사쿠라와는 그 무렵 만났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서 글라스를 가지고 놀고 있으려니, 갓 만났을 무렵 14살 때의 사쿠라를 생각해낸다. 이 녀석에게도 해질녘, 번화가를 어슬렁거리던 깜찍한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조차 항상 혼자였지만.

「너도 대학가서부터 연락을 하지 않았잖아.」

중얼거리는 옆모습이 조금 쓸쓸한 듯 비친 것은 기분 탓일까.

「내가? ……저 아버지가 계신 집에 말이냐?」

무심코 되묻자, 사쿠라는 작게 웃었다.

「너, 지금도 아버지가 무서운가.」

그렇게 말하더니 가슴 포켓에서 펜을 꺼냈다. 테이블 위의 냅킨을 한 장 빼내어 그 위에 뭔가 적었다. 그대로, 모양이 예쁜 손가락이 그 냅킨을 내 앞에 내밀었다.

엷은 푸른색 종이 위에 푸른색 잉크로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프라이빗 전용인 핸드폰 번호야. 일하는 중엔 받지 않지만 메시지라도 남겨 둬. 내 쪽에서 연락하지.」

「어이.」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미소 짓는다.

취했군.

「너, 자주 이런 식으로 남한테 전화번호 가르쳐 주는 거냐.」

「그렇게 보여?」

역으로 반문한다.

부드럽고 여성적인 얼굴을 어둠의 색을 띈 눈동자만이 날카롭게 가르고 있다. 그 깊은 어둠 속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로서는 사쿠라의 마음 따윈 모른다.7년 전에도 모를 녀석이었다. 지금은 더하다.

「이 번호를 아는 건 미타무라(三田村)와 할아버지, 그리고ㅡ 너뿐이다.」

미타무라란 사쿠라네 집 집사를 말한다.

세 사람 뿐.

「너…… 여자는 없는 건가.」

전부 남자다. 사귀는 여자 하나나 둘ㅡ

「없어.」

잘라 말하고, 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간다.

조금 과음하는 거 아닌가. 식사 때도, 와인을 비우고 있었다. 그야 술에 약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넌?」

터무니없이 위험한 눈동자가 날 응시했다.

사쿠라ㅡ

「엘리트 경시님이 그런 눈을 하는 게 아니지.」

「있는 건가? ……여자.」

떨리는, 달콤한 목소리.

「있는 것처럼 보여?」

토라져 보이는 내게 작게 소리 내서 웃는다. 웃는 얼굴은 옛날 그대로다.

「잊을 수 없는 녀석이 있었다. 그래서 특정상대는 만들지 않아. 7년간 죽 그렇게 해 왔다.」

사쿠라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빛내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좋아하는 건가.」

「아아.……널, 좋아한다. 사쿠라ㅡ」

「조금도 변치 않았어. 넌…….」

흰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놨다.

키(열쇠)ㅡ?

「아래 호텔에 방을 예약해 뒀어.」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쿠라가 자리를 떴다.


계속.

죄송해요;
이런 식으로 슥 글 올리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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