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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Alone
차가운 달

[coolmoon님 생일 축하 단편]



                          차가운 달


                                          
                                         Presented by BabyAlone  
                                        
                                    







그 날…
그 순간부터…
너란 이름을 인식한 그 순간부터…
달빛은 더 이상 차가움을 의미하지 않았다.







차가운 감각…

호흡을 일순 정지하게 만들 정도의 서늘함을 지닌…
달빛이 가는 몸을 비쳐 모랫사장에 연한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집에서 해안로를 지나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
그렇게 가까운 곳에 바다를 두고 있으면서…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겨울 바다가
검푸르게 펼쳐진 광경이 시야에 들어 온다.

그 겨울 바다 위에 자리한 칠흑의 하늘,
거기엔 청회색 달이 존재하고 있다…

( 웃기지도 않군… )

주저앉은 자세로, 몸 아래, 모래를 손으로 그러 쥐었다 다시 뿌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난 픽 웃어 버렸다.

정말 그랬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차가운 바람을 무릅쓰고 밤 바다를 보러 나오게 될 줄은
일주일 전엔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다잡지 못해 방황하게 될 줄은
일주일 전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이곳에 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이곳에 이렇게 앉아, 갖은 청승을 떨고 있는 것이다.

꼴 사나운 자신의 모습.
보기 흉한 현재의 자신.

차가운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비춰지고 있는 욕망…

그렇다…
함께 침대에 있는 그 순간에도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달빛은
그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비추고 있었더랬다…
수치스러우리만치 냉정한 시선으로.

그 차가운 빛을 눈에 넣을 때마다 생각했다…
언젠가 마지막이 올 거라고.

그 차가운 빛은 지금, 희미하게 <마지막>을 비추고 있다.

…마지막.

…그런가, 마지막인가.
…단지 인정하는 걸 겁내고 있는 건가.

( 그런 건가…? )

차가운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비춰지고 있는 욕망…
그것은 곧 자신에 대한 혐오로 연결된다.

퍽 두터운 점퍼를 걸쳤는 데도 불구하고 바닷바람의 매서운 공격에는
당할 재간이 없군… 하고 생각하며, 난 저도 모르는 쓴 웃음과 동시에
엉덩이를 툭툭 털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 밑에 푹푹 패는 모래의 감각이 그리 개운하지 않다.
어느 사이 신발 안에 침입한 모래가 발을 찔러,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해안로 쪽으로 걸었다.

밤의 해안로엔 의외이다 싶을 정도 차가 다니지 않는다.
여름이라면 꽤 눈에 띌 아베크족의 모습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런 해안로 거의 가까이 다다랐을 때.
눈을 강하게 공격해 들어 온 헤드라이트 불빛에  
그만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말았다.

" 아… "

빛에 조금 익숙해진 것을 느끼고 손을 얼굴에서 뗐을 때,
난 그제서야 그 빛을 쏘아 보낸 주범인 한대의 바이크를 보고선
천천히 몸을 폈다.

바이크의 주인이 헬멧을 벗고 있는 게 보인다.

보통을 훨씬 뛰어 넘는 큰 키.
언밸런스하게 쳐 내린 스타일의 헤어.
한쪽 눈을 가릴 듯 말 듯하게 내려온 삐죽한 앞머리.
일견 무심한 듯… 그러나 뚫어지게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적당히 살이 붙은 입술 끝은 자신감을 띈 채 살짝 들려 있고, 그로 인해
보이는 약간은 건방진 분위기는 입고 있는 펑키한 스타일의 털점퍼와
구멍 뚫린 진바지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런…

눈이… 마주쳐 버렸다.

하… 자식.
계절 감각도 없나, 점퍼 안에 달랑 여름 티 하나만 걸치다니…

그런 복장으로 한겨울의 바닷바람을 가르며 바이크를 탄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건데, 체내에 열이 남아 도는가 보군.

옆반인 1반 녀석이었다.
이름이… 유제욱…이라 했던가.
1반과는 함께 체육 수업을 받은 적이 몇번 있어 기억한다.

농구 시합을 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무참>하게 깨졌지.

녀석한테 몇점을 내줬더라…
수십점인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특기생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반에도 제법 실력을 갖춘 농구부 부원이 셋이나 있어,  
정식 농구부원은 녀석 하나 뿐인 1반과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처참히 부숴지고, 2명, 아니 3명이 마크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의 손에서 벗어난 공은 어느 한 순간, 어김없이 골을 가르고 있었다.
그물이 출렁이며 새 점수가 카운트될 때마다 보고 있던 우리들은
한마디로 경악했을 뿐.

한마디로, 싱겁게 게임이 끝났다.


정말이지, 재수없었어.

재수없는 게임.
재수없는 녀석.

…꺼져.


무심하게 바이크 앞을 지나 해안로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런 내 등 뒤로 다시 시동을 건 바이크의 엔진소리가 들려
무심결에 뒤돌아 본다.

이미 출발한  바이크에 올라 있는 뒷모습---  
견고하고 강인해 보이는 넓은 등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푸르게… 빛나고 있다.

그 등에서 시선을 떼자…
동공에 반사되던 달빛은, 무참히 사라져 버렸다.







" 반장, 거기 프린트 들고 따라 와라. "

종례가 끝나고, 담임이자 영어 담당인 명준희가
여느 때와 전혀 변함없는 음성으로 한 말에
프린트 뭉치들을 주섬주섬 걷어들고 그를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은 기말시험이 끝난 까닭에,
오히려 선생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선생을 따라 들어 선 교무실 문을 바람이 들지 않게끔 닫고
다시 교무실 안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난, 표준키에서 왔다갔다 하는
선생들과 학생들 틈에서 두드러지게 솟아 있는 머리 하날 발견하고 말았다.

분방하게 흩어진 헤어.
느슨하게 풀어 내린 타이.

흐트러진 교복 매무새가 조금 골반뼈를 비튼 자세로 느긋하게 서 있는  
모습과 묘하게 매치되어 시선을 끈다.

( 유…제…욱…? )

무슨 일로 농구선수가 여기 와 있는 진 알 수 없었지만, 저편에 선 채로
선생 하나랑 뭔가에 대해 비교적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인다.

녀석과는 기말시험 전까지 유난히 자주 마주치고 있었다.

어느 사이 바닷가에 가는 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던 난,
간혹 해안로를 가로질러 질주해 가는 녀석의 바이크나
그 바이크에서 가끔 내려 헬멧을 벗고 머리를 가볍게 흔드는 늘씬한 몸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바이크를 타고 해안로를 질주하는 건, 아마도…
내가 바닷가를 무작정 걷는 것처럼 녀석의 버릇 중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 그런 생각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을 그 때,
선생과 높이가 한참 다른 탓에 머릴 꾹 눌러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던
녀석이 왠일인지 선생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이 마주친다.

( ……! )

왜 그랬는지 모른다.

어색한 감각…
거북한 기분…

그런 것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난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마치 때 마침 교무실 안을 둘러 보고 있던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선생을 따라 간다.

" 거기 놔. "

선생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 한구석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전하군… 쿡쿡… 여전해.

단 한번도, 이 책상이 흐트러진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선생의 정리벽이랄까, 깔끔떠는 성격은 그야말로 유별스럽다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 정리벽은 침대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옷을 벗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단 한번도 옷을 대충 벗는 법이 없다.
…심지어 속옷조차도.

쓰면 부드럽고 지적인 인상을 주지만 벗고 나면 덕분에
더욱 날카로운 이미지를 드러내는 안경을 우선 벗어 침대 머리맡에 둔다.  
시계를 풀어 안경 옆에 두고 양복은 물론,
방금 끌른 타이와 은은한 푸른 색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단정히 걸치고,
양말은 둥글게 말아 한켠에 둔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차례인 언더웨어를 단정히 접든가 해,
저편에 두고 나서야 그는 겨우 내게 손을 갖다 대는 것이다.

처음엔… 멋지다, 고 생각했다.
욕구를 발산하기 직전조차 이성을 흐트리지 않고 행동하는 그 모습이…
정말 근사하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 사실,
최근 들어 알게 되었다.

"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나가지? "

" 여기선 안됩니까? "

내 목소리가 상당히 딱딱했던 모양이다.

조금 의외였던지, 선생은 안경 가운데를 검지 손가락 중간 마디로
들어 올리며 난처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약간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 나가는 게 좋겠어. "

그 조용한 음성에 말을 잃고 있으려니 선생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앞서 문쪽으로 걸어 나갔다.  

입술 안쪽을 꾹 문 채, 서 있다 문득 녀석이 서 있던 쪽으로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자, 녀석 역시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다.

그 집요한 눈빛에 그만 아까까지의 불쾌함을 잊고
황급히 다리를 움직여 선생을 따라갔다.







" 하실 말씀이란 거…. "

후문 쪽 방향, 한적하게 널려 있는 나무 벤치를 지나
선생이 걸어가고 있을 때 난 더 참지 못하고 부르고 말았다.

선생이 찬찬히… 서두르지 않는 동작으로 내 쪽을 돌아 본다.
그 눈을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 더 갈 필요 없잖아요? 여기서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 "

" ……. "

선생은 안경 아래 감추어진 눈으로 날 지긋이 바라 보더니, 씁쓸히 웃는다.

" 그래… 그럼, 여기 앉지. "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던 벤치는 몸을 붙이기엔 꽤나 차가웠다.
그래선지 몰라도 다른 때라면 조금은 사내 놈들이 모여 있을지도 모를
이곳은 우리 두사람에게만 점령당한 채, 횡 하니 비어 있었다.

" ……. "

선생이 셔츠 윗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서 입에 문다.
라이터를 들어 불을 붙이고, 그리고, 깊게… 들이 마신다.

…익숙한 모습.
전부를 알고 있진 않을지라도
이런 식의 소소한 버릇이나 행동거지 같은 건 전부 파악하고 있다.  

곤란하거나 골치 아픈 일을 접했을 때,
그가 오른손 검지 중간 마디로 안경을 들어 올린다는 것.
생각을 더듬고 있을 때, 연기를 평소 때보다 훨씬 깊게 빨아 들인다는 것.

그럴 때의 그의 모습은 이쪽에서 보기에도 퍽 매력적이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자매학교인 여고 여자애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를 모으고 있을 만도 하다.

부드럽고 지적인 인상.
또래 남자애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분위기.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일부분일 뿐…
그녀들은 선생에 대해 나만큼 알고 있지 못하다, 결코.

거의 외우고 있다시피 한 그의 신체.
일견 마른 듯 보이지만, 제법 형태를 갖춘 라인을 지녔다는 것.
어깨의 쇄골 부위와 왼쪽 허벅지 안쪽 아주 묘한 부위에 점이 있다는 것.
다리를 들어 올려 깊게 삽입하는 변형된 체위를 즐긴다는 것.
피곤할 때면 안 어울리게 이를 가는 버릇이 있다는 것.

…지겨우리만큼 알고 있다.

거의 다 알고 있다구, 당신에 대해선.
당신의 진짜 상대, 그녀도… 그걸 알고 있을까.

…말해.
뭘 망설이는 거지…?
왜 주저하는 거야.
어줍잖은 배려인가…?

" 말씀하십시오. "

" …그래. "

선생은 담배를 눌러 끄더니, 날 가만히 쳐다 본다.

" 다음 학기, 학교 그만 둘 작정이다. "

" ……. "

" 나한테 약혼자…가 있단 거… 알고 있었니. "

" …결혼식엔 참석 못할 것 같습니다. "

선생이 고개를 돌린 날 쳐다 보는 게 느껴진다.

" 알고… 있었구나, 역시. "

그렇게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모를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그런 식으로 뒤통수를 얻어 맞는게 더더욱 분하단 사실… 알아……?

당신이 결혼해서 외국에 나간단 사실…
그걸 당신 입이 아닌 다른 놈의 입으로 들어야 한다는 거…
그게 가장 이가 갈린 이유였단 사실 아냐구…!

" 축하드립니다. "

" …인우야. "

앞이 뿌옇다.
지독하게 뿌옇다.
곤란하리만치 뿌옇다.

" 말씀 다 하셨으면 가 보겠습니다. "

꾸벅 고개를 숙이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선생이 팔을 뻗어 날 붙들었다.

" ……. "

" 미안…하다. "

" 가 볼께요. "


미안할 거 없어.
먼저 부딪힌 사람은 나…니까.

알고 있었어.

상처입을 거라는 거… 처음부터 알았어.
반해 버린 쪽은 애시당초 나였으니까.

그래… 끝이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했어.
첫 경험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당신이라면 밑에 깔려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아파도 좋다고… 상처 입어도 좋다고.


그런데… 눈물이 나온다.

선생의 팔을 뿌리치고 건물을 돌아 정신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그 때서 난, 고인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르는 볼에 찬바람이 닿자,
정신이 들어 손을 들어 흐르는 액체를 대충 닦아냈다.

젖은 볼이… 찬 바람으로 식어간다.


…싫다.
…싫다.
…이런 자신, 싫다.


" ……! "

감정을 주체 못하는 자신이 누군가와 부딪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팠다.
부딪힌 상대의 몸이 꽤나 딱딱했기 때문에.

나보다 한참 장신일 상대를 무심결에 올려 노려 보려다,
그만 채 닦지 못한 눈물이 고인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리고… 놀랐다.


또…다.
또, 녀석이다.

이럴 때까지 부딪히냐.
재수없는 녀석.

…꺼져.


얼굴을 휙 돌리고…
입술을 깨물고…
난, 녀석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등 뒤에 뭔가 닿는 감각.
그대로 선 채 날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진다.


분명… 봤겠지.
분명… 놀랐겠지.
분명… 내 꼴사나운 눈물을 보고 놀랐겠지.

…싫었다.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이끌려 그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던 건.

누군가를 그토록 절실히 원한 건 분명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절실한 감정은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던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그 실패의 라스트는 지독한 독감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앓았다.
그것도 꽤나 오래.
며칠 결석을 하고 나자, 이내 방학이 시작되었다.

워낙 앓은 탓에 힘이 없어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엄마의 한숨섞인 잔소리를 귓전에 흘려 들으며 매일을 보내던 난,
곧 크리스마스란 사실도 잊고 있었다.

하긴 알았다 한들 그걸로 마음이 가벼워졌을 리도 없고,
기분이 밝아졌을 리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우리 집은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어 요란스런 캐롤송으로
사람 속을 긁어내릴 일 따윈 다행히도 없었지만.

그렇게 집에서만 지내다, 겨우 몸을 추스려 밖으로 나간 건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후였다.
걱정으로 다시 또 한바가지 끓여 부으시는 엄마에겐
대충 핑계거릴 둘러대고 난, 무작정 집을 나왔다.
그리고, 습관처럼 해안로를 건너… 바다에… 와 버렸다.


춥지만, 봐 줄만한 날씨였다.
바다는 조용히 진푸른 빛을 띄며 일렁이고 있었고
겨울의 짧은 해는 막 자신의 임무를 접을 준비를 하고 있는…

" ……. "

모랫사장에 주저앉아 턱을 괴고 무작정 막 지기 시작한 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내게 있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잠깐동안 마음을 흔들어 놓고 지나간 백일몽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던 난, 자그맣게 숨을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면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몸을 돌렸을 때.

" ……? "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걸까.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녀석이, 있었다.
…유제욱, 녀석이 있었다.

털점퍼에 얇은 티셔츠, 진, 그리고 머플러란 꽤나 안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있는 녀석은, 그런데도 그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는 이상한 놈…이다.

" 아…! "

저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와 버렸다.
그것은 녀석이 손을 들어 내 손목을 턱, 하고 잡은 것과 거의 동시의 일.

" 뭐… 뭐야. "

" …가자. "

제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짧은 두글자의 단어와 맞물리자,
어안이 벙벙해 하면서도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꽉 손목을 잡혀 끌리다시피 따라갔다.

" …뭐야! "

해안로까지 올라간 그 때서야 겨우 손을 뿌리치고 소리쳤다.
그러나 내 음성은 바닷바람에 막혀설까,
그리 크게 나오지 않고 그대로 들어가 버린다.

" …받아. "

제욱이 흰 헬멧을 던져 준다.
무심결에 받아 쥐곤 난, 멈칫했다.

" 어이… 이봐. "

" 타. "

그 짧은 한마디는 어딘가… 절실해서, 난 더 뭐라 말하지 못하고
이미 올라 있는 제욱의 뒷자리에 조금 올라 붙은 텐덤(보조)시트에
몸을 실었다.

" 이런… "

녀석이 몸을 반쯤 돌려 날 보고 안되겠다는 듯 혀를 차더니,  
자신의 목에 느슨하게 둘러져 있던 머플러를 한손으로 끌러 내게 넘겨 준다.

" 목, 가려. "

굉장히 낮고… 그렇지만 묘하게 소년스러움이 어우러진 목소리.

" 됐어. "

" 가려. "

" 너… "

" ……. "

대꾸도 안하고 다시 앞을 본다.
이놈도 어지간히 고집통인 것 같다.

난 고개를 저으며 작게 숨을 토하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 머플러를 대충 둘러맸다.

그리곤 또 멈칫거리고 만다.

생각해 보니, 손을 둘 곳이 없다.


어딘가 붙들어야 할텐데….
어딜 잡아야 하지?
역시 뒤를… 잡아야겠지?
그렇겠지…?


그 때, 녀석의 손이 뻗어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내 두 손을 턱 잡더니,
자신의 몸 앞으로 휙, 가져 간다.
그 동작의 거침없음에 헬멧으로 가려진 내 얼굴이 그만 그대로 쿵, 하고
녀석의 등에 닿아 버렸다.

아… 이런.

녀석이 내 양손을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넣는다.  
다시 반발할까 하다가 난, 그 주머니에서 풍겨 오는 따뜻한 감각에
그냥 녀석의 행동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실은, 기분 좋다…
사람의 체온이 따스하게 전해 오는 이 감각이 좋다.
편안하고… 행복하고… 모든 아픔을 녹일 듯한 따스함.

실로 오랜만이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다.


그래서 난, 제욱의 제멋대로 행동에 화를 내는 것도 잊고,
바이크에 몸을 실은 채, 그 시동소리와 녀석의 체온을 어렴풋이 느끼며
몸을 직격하는 바닷바람을 전신에 맞이하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도대체 속을 모를 놈이다.


입구에 세워진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주차장에 세워진 이런저런 종류의 차들…
바이크를 몰고 이 안에 들어온 건 우리 뿐이다.
그것 만이 아니라도 우리완 너무 안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제욱이 날 데려 온 곳은 시내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프랑스 레스토랑이었다.
시종일관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들어 온 사람들은 전부 어느 정도 정장을 갖춰 입고 있는…
단정하다곤 빈말로도 할 수 없는 우리의 꼬락서니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게다가 녀석은 미리 예약을 다 해뒀던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아는 사이도 아닌 사람을 끌고 올 장소는 아니건만.
아… 애인에게 차이기라도 한 건가.
이런 곳에 별반 말도 안해 본 날 끌고 오다니, 제 정신이 아니군.
하긴 시키는 대로 무작정 따라 온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 나, 돈 없어. "

배째라 심정으로 난, 메뉴판을 놓고 웨이터가 사라지자마자,
마주 앉은 녀석에게 말했다.

…녀석이 픽, 하니 웃는다.

" 먹기나 해. "

그리고 녀석은, 정말로 가장 비싼 풀코스 요리를 주문해 버렸다.
내 의견 따윈 한번 묻지도 않고.  
스프에 샐러드, 오렌지 셔벗, 달팽이 요리에 새우 소스 요리, 그리고
양갈비의 메인 디쉬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음식이 계속 나오는.

" 제 정신이야, 너? "

" …보시다시피. "

빙긋 웃는다.  
말투는 약간 느릿하고 낮지만 어디까지나 또렷하다.
시선은 마주 앉아 있는 상대의 눈에서 결코 피하지 않아, 약간 들어 올린
입술과 함께 약간은 당돌하고 굽히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만드는.

저런 표정을 보면 시선을 피하게 되는 쪽은 당연히 상대편이 될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말이지.

" 어이, 그런 식으로 노려 보지 말라구. 내 돈으로 사는 거니.
   크리스마스 전야를 빠방하게 즐겨 보자는 뜻이라구. "

대체… 뭐야, 이 자식.

" 1반, 유제욱. 농구부에 있어. "

" 뭐…? "

고개를 든 것은 방금 스프가 날라져 왔기 때문은 아니다.

" 아아, 통성명을 한 거야. 얼굴만 부딪히던 사이잖아? "

은근히 느물거리는 억양이다.

긁는다…
말투가 신경을 긁어… 이 녀석.

" 2반, 정인우. …알고 있겠지만. "

" 물론. 2반의 반장님. "


제욱은 스푼을 댄 스프 접시를 깨끗이 비워냈다.
스프도 샐러드도 절반도 먹지 않았는데, 다음 음식이 차례차례 온다.
스프 접시를 가져 가라고 웨이터한테 말하고 나서
달팽이 요리에 포크를 대고 있는 녀석에게 조금쯤 날카롭게 말했다.

" 저의가 뭐야…? "

" 저의…? "

녀석이 소스가 듬뿍 발린 달팽이를 입에 집어 넣더니,
우물거림과 함께 대사를 웅얼거린다.

여전히 천연덕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는 저 표정.

…거슬린다.
…거슬려.

" 말했잖아. 크리스마스를 즐겨 보자는 거라구. "

" ……. "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또… 웃는다.

기분이 그래, 그리 좋을 까닭이 없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 미소를 보자,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해져서…
그래서…







나는 꽤 취해 있었던 것 같다.
바이크를 몰아야 되는 탓일까, 녀석이 거의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나 혼자 와인 두병을 죄다 마셔 버렸던 것이다.

알딸딸한 것이 기분이 영 좋다.
밤공기가, 바이크가 가속을 받을수록 정면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꽤나 찼지만, 술기운이 도는 몸은 따뜻하니 견딜 만 했다.

허나 일단은 술을 깨고 집에 들어가야 하겠단 생각이 들어
해안로를 질주해 가고 있는 녀석의 허리께를 세게 눌러 신호를 보냈다.
녀석이 약간 돌아 보는 듯, 고개를 움직이나 했더니 바이크를 멈춘다.


레스토랑에서 대화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역시 겉도는 이야기 뿐이었다.
분명 두사람이 해야 할 대화는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녀석도 뭔가 피하는 듯, 그렇게 시종일관 시시껄렁한 얘기만을 했다.

그래도 그 중에 건질 만한 게 있었다면 녀석이 바이크를 타고 가는
그 시간은 그가 농구부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타임이란 것 정도.
녀석은 단체 트레이닝 후에도 체육관에 남아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열심이잖아> 했더니, 녀석은 <아아, 할 게 것 밖에  없으니까> 하고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어쨌든 계속 질문했던 건 나였고,
녀석은 내게 별달리 알고 싶은 게 없는 듯 주로 침묵을 지켰었다.


텐덤 시트에서 내려, 방금 벗은 헬멧을 녀석에 주며 말했다.

" 여기서 됐어. "

" 바다가 집이었어? "

마찬가지로 헬멧을 벗은 제욱이 싱긋이 웃으며 대꾸한다.

" 술 좀 깨고 들어가야겠어. …가 봐라. 오늘 고마웠다, 안녕. "

몸을 돌리고 뒤에 선 녀석에게 손을 들어 보이곤
바닷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좀 뻔뻔한 행동이란 건 알고 있지만,
무턱대고 데려간 쪽은 녀석이었단 말이다.
이쪽이 일일이 신경써 줄 여력 따윈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로 바이크가 출발하는 엔진음이 들려 온다.

어쩐지 시원섭섭한 감각.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 보니, 내 목에 녀석의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이런.

몸을 돌려 다시 해안로 쪽으로 걸어 올라간 난,
멍하니 바이크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목소리가 닿지 않을 만치 가 버렸다.


…가 버렸나.
…가 버렸어.


어쩐지 몹시 피로해져서 그만, 텅빈 해안로 가장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나.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나는…


힘이 풀려, 찬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앞으로 모아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몸을 덮치는 바람이 지독하게 찬데… 일어서기가 싫다.


처음으로 같이 잤던 건 여름이었지.
더운 여름… 이곳, 밤바다에서… 행여 누가 지나가지 않나 두리번거리며
두근거리며 입술을 맞췄었다.

그래, 기억한다…
그 때도 달이 저렇게 떠 있었어.

그의 차로 그가 혼자 지내는 작은 아파트로 가서 처음으로 그에게 안길
그 때도… 창문을 통해 달이 보였다.

그 달을 눈에 비추며, 결심했었지.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고…
아파도… 상처입어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나… 그 결심을 지키고 있는 걸까…?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가.
굳은 맹세는 쉽게 지워지고, 이타심은 이기심에 가볍게 묻혀 버린다.


그를 원했었다.
그래서, 유혹했다.
그래서, 손에 넣었다.
그리고,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 것도.


부릉…

( 아…? )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봤다.

빛…
빛…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데…

막상 이쪽으로 돌아오는 빨강색의 바이크와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헤드라이트의 빛을 보자… 이상야릇한  감각이 내 몸을 강하게… 휩싼다.

기쁨… 감사… 감동…

여러가지가 뒤섞여 추위에 떨고 있던 몸이 조금 훈훈해 지려 한다.
…묘한 감각.

바이크에서 내리는 늘씬한 모습.

녀석이 다가온다…
당연한 양… 그렇게, 내 앞에 선다.

" …자. "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붙잡고, 힘이 쭉 빠져나간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녀석의 눈을 본다.
조용하게 빛나고 있는 맑은 눈.

녀석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
그 온기를 느끼고 그리고, 실감하고 나자 바람에 언 몸이 그제서야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가슴을 짓누르는 두근거림과 함께.

그렇게… 녀석과 마주하고 섰다.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그 냉기와 대조적으로 감싸오는 녀석의 손의 온기와 더불어
그를 올려다 본 눈에선 아주 가느다랗게 눈물 한방울이 흘러 내렸다.

단지 한방울… 단지… 그것 뿐.

슬프단 생각 따위 없었다.
그저… 그저, 흘러 나왔을 따름이다.

" …봤구나. "

" ……. "

" 알고 있었어… 그렇지? "

" ……. "

" 어떻게 알았지…? "

" ……. "

" 어떻게… 알았지…? "

" 줄곧… 보고 있었으니까. "

……?
보고 있었다…?

" 그 남잘 보고 있는 널… 보고 있었어. "

그 말을 하는 제욱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뭔가를 생각하는 고통을  
드러내고 있어, 난 입을 다물었다.
내가 선생의 약혼녀에 대해 생각할 때의 표정이 저랬을까.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뭔진 몰라도 느낄 수는 있는 것이다.
만일 선생과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왜… 어째서…

" 동정…하는 거냐. "

" ……. "

" 남자를… 선생을… 임자있는 사람을 보는 거…
   멍청한 짓이었단 거 알아… 나도 안다구……
   그런데 말이지, 멈출 수가 없었어…
   아아… 멈출 수가 없었어…
   멈춰야지 멈춰야지 하면서도 도저히 손을 놓을 수가 없었어…
   전부, 줘 버리지 않곤 견딜 수가 없었단 말야…
   미친 짓인 거, 분명… "

그 때였다…
격렬하게 떨고 있던 나의 호흡이 일순 정지한 것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을 강하게 끌어당겨 안은 제욱의 단단한 몸에, 그 뜨거운 체온에,  
그리고 내 입술에 닿은 녀석의 입술…
그것만으로도 경직된 내 육체와 의식은… 헤집고 파고들기 시작하는
그 깊고 부드러운 느낌에 그만 당혹하고 또 당혹한다….

머릿 속이 텅… 비어 버린다.
모든 것은 그 동세와 존재감을 멈추었다.

아까까지 조그맣게 철썩이고 있던 파도 소리도, 겨울 바닷바람의 싸늘함도,
간간히 해안로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과 엔진소리도,
그 존재감을 잃어 버린다.

진공상태.
두사람을 둘러싼 시공간은 완벽한 진공상태가 된다.

…달다.
처음이 아닌데… 마치 첫 키스인 것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미처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던 냉기는 순간, 사라졌다.
녀석에게 안긴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달이… 있다.
달이… 보인다.
연하고 흐린 청회색을 지닌 달이… 보인다.

" 아, 이거. 아무래도 잊어 버릴 것 같아. "

머플러를 끌러 녀석에게 내밀었다.
지금 주지 않으면 또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 아… 그거… "

녀석은 생각하는 듯, 가만히 미소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키가 낮은 날 내려다 봤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 곧 시합이 있어. "

" ……? "

" 그 때, 돌려 줘. "

녀석은 가볍게… 그러나 약간은 짜낸 듯한 말투로 말하더니
들고 있던 헬멧을 눌러 쓰곤 바이크에 몸을 올렸다.

제욱의 말을 이해한 내 의식에 비로소 순수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하고,  
난 그 미소를 잃고 싶지 않은 생각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어
마지막으로 까맣게 채색된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칠흑의 밤하늘에 유일하게 빛나는 청회색의 달… 아름다운 색이다.
…아름다운 색이다.

" 어이, 안 타? "

" 아… 아아. "

헬멧을 머리에 내리 누르곤 제욱의 뒷자리에 올랐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녀석의 허리를 잡았다.  
녀석이 내 손을 끌기 전에 내가 먼저 팔을 뻗어 녀석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등에 머릴 기댔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낮부터 줄곧 녀석의 몸이 미묘하게 진동하고 있었음을.


지금서 깨닫다니… 나도 둔한 거 아냐.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진동과 다시금 몸을 가격하기 시작하는 바람과
그 바람을 막아주는 머플러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나는 작게 웃었다.


경박하다 해도 좋다.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안도의 감정.

지금의 이 따뜻함… 충만함이 과연 뭘 의미하는 것인지 난 아직 잘 모른다.
다만 지금, 무언가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행복감을 맛보고 있을 뿐.
행복감… 이것만으로도 당분간 족하다.



눈은 오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불었을 뿐.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 나쁘진 않았어.
아아, 그래… 내년엔 더 근사할테지… 분명 그럴 거야.







달… 연하고 흐린 청회색을 지닌……
달은 아직도 그 자리에 존재하며 빛을 내린다.
그러나 날 비추고 있는 달빛은… 더 이상 차갑지 않다.

더 이상… 차갑지 않다.








                                           - FIN -




예, 끝났습니다. 간신히 맞췄습니다.
역시 어쩔 수가 없군요,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단편에 대한 제 한계를 여실히 일깨워 준 글쓰기였습니다.

쿨문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제 생일 때도 똑같이 해주실 거죠(^^)?

Congraturations on your birthday!
May your days be filled with happiness-

Love,
Baby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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