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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Alone
체크메이트(Checkmate)

[단편]



                          Checkmate(체크 메이트)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서 내게로 와,
지금 바로 사랑을 말해 줘

너의 킹을 버리고
지금 바로 내 것이 되어줘
어서 내게로 와,
지금 바로 사랑을 말해 줘






1.

" 체크 메이트! "

" 아… 이런. 언제 이렇게 됐지? "

언제나의 일이다…
녀석에게 허를 찔린 것은.

녀석이 상대일 때는 이쪽이 아무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듯이  
보여도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는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맙소사… 녀석의 퀸을 잡았다고 좋아하는 찰라,
바로 녀석의 킹이 내 킹을 집어삼킬 줄이야….

참으로 교묘하고도 적극적인 공격이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다.

그게… 바로 녀석이다.
그래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한판 더할래? "

" …항복. 더 못하겠어… 이젠. "

" 아아… 재미없어. 유일하게 게임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상대가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이야. "

" 대체 한민국, 야구선수가 체스처럼 머리쓰는 건 언제 배운 거야? "

" …훗. "

녀석은 나의 감탄섞인 투덜거림에 피식 웃음을 토하더니 체스판을 접어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그러더니 문득, 아무렇지도 않게 창 밖으로 가만히 시선을 던졌다.

난, 움찔했다.
…녀석이 그렇게 만든다.

" 날씨… 더럽게 맑구나. "

…녀석이 그렇게 만든다.

더럽게 맑은 날씨라…

녀석은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입원한지… 거의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더럽게 맑은 날씨…를 보며 녀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입원한지… 거의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 지난번 시합에서 성원이가 홈런 쳤다며. "

" 어… 역전 홈런. "

" 근사했지. "

" 어… 근사했어. "

그리고… 침묵.
문득, 녀석의 손을 보니 손가락이 꿈틀꿈틀 하고 움직이려 하고 있다.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그 한달이란 기간동안
배트를 쥔 손의 감촉을 잊을까봐 두려운 것일까.
글러브를 끼었을 때의 손의 감촉을 잊을까봐 두려운 것일까.

아직도 난, 믿을 수가 없다.
녀석이 강한 소독약 냄새가 밴 종합병동 침대의 하얀 시트 위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녀석이… 심장판막증이란 사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초여름부터 주욱 이어질 전국대회를 코 앞에 둔 그 때,
녀석이 갑자기 가벼운 막대처럼 풀썩… 쓰러지기 전까지는.

녀석은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끔 행동했으니까.

가끔씩 연습을 농땡이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난,
녀석도 태만할 수 있구나…하는 그런 생각 이상 미치지 못했다.

솔직히 녀석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이미 레귤러 멤버 중에서도 클린 업 중 하나인 3번타자로
뛰고 있던 녀석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그 정도인가… 하고.

쓰러졌을 때서야 알았다.
녀석이… 자신의 병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는 것.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다.
그게… 바로 녀석이다.
그렇다곤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난… 형편없는 매니저였다.
정말이지 형편없는 매니저였다.





2.

" 자, 이제 그만 누워. "

" …응. "

184cm의 녀석도 흰 침대에 눕혀지자 어린 아이처럼 작게 보인다.

그걸 처음 안 것은 녀석이 쓰러져 처음 병원에 옮겨진 상태에서
몸 여기저기에 가느다란 관을 꽂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녀석이 어린 아이처럼 연약하다는 사실.

" 아아… 재미없어. "

" 뭐가. "

" 남고에 다니는 게 이럴 때 참으로 한스럽다.
   여자 매니저가 와주면 입원하는 것도 즐거우련만.
   동료들까진 그렇다 쳐도 매니저까지 사내 놈이라니, 내 참. "

저런저런… 그게 불만이셨다, 이거지.

" 내가 남자인 게 내 탓은 아니잖아.
   왜 하필 남고에 와서 야굴 할 생각을 했냔 말이다.
   남녀공학 중에도 야구팀 있는 곳은 꽤 있는데 왜 여길 골랐냐구.
   니 중학 때 실력이면 어디든 골라잡아 갈 수 있었을텐데. "

녀석이 픽, 웃는다.
그러더니 던지듯 가볍게 말했다.

"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 스카웃되서 온 거 아니야. "

" 어…? "

" 그냥 보통 애들처럼 추첨제로 여기 떨어졌어. "

" 어, 왜? "

" 고등학교 입학할 땐 야구… 그만둘 생각이었거든. "

그런가….

그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건가.
그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 그런데, 왜 다시 할 생각을 하게 된 거지? "

" 아아… 그냥. "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흰 천장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조용한 공기.
독방을 쓰는 건 좋은 일이지만 때론… 외로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요함은 때론 외로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





3.

" 후아… 역시 와 있었구만, 이시주. 하튼 지극정성이 따로  없대니깐…
   니네들 사귀냐? 남자끼리. "

그런 고요함을 깨뜨린 두명이 지금은 반갑다.
클린 업의 나머지 두명, 4번타자 지우형과 5번타자 성원이가.

수시로 벌컥 문을 열고 들어 오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눈꼽만큼도
배어 있지 않은 저 태도도, 연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온 것임을 알려주는
저 지독한 땀냄새도, 지금은 그저 반갑다.

" 형, 놀리지 마요. 나도 여기 와서 이 녀석 상대하는데
   슬슬 신물이 나기 시작한 참이니깐. "

" 바보, 그렇게 못 알아 듣냐? 질투하는 거야.
   형, 시주가 저만 바라봐서 아주 배아파 죽겠죠? "

" 아… 새끼. 그래! 질투난다, 질투나.
   니들의 그 찰싹 붙어있는 모습이 배아파서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다. "

" 한민국의 왕자병, 저건 입원해도 어떻게 안되나 보지? 안 그러냐, 시주? "

웃음소리가 병실의 흰 공간안에 가득 퍼진다.

지우형과 성원에게 더욱  고마운 건, 그들이 있으면 민국의 얼굴에 웃음이
줄곧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랑만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

난… 형편없는 매니저다.
정말이지 형편없는 매니저다.





4.

" 으으… 배고파서 돌아가시겠다. 야, 우리 이만 갈께. "

" 민국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보자. "

" 박성원, 그냥 낼 보자고 해. "

" 쿡쿡, 내 입으로 그렇게는 또 말 못하지. "

" 환자를 갖고 놀아라, 놀아. "

문을 나가려던 지우형이 살짝 눈짓을 보낸다.
알아차린 나는, 두사람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병원 건물을 빠져나와 풀밭 산책로까지 걸었을 때, 지우형이 물었다.

" 그래서… 수술한다는 거냐? 날짜는? "

" 모레요. "

옆에 서 있던 성원도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 그거 하면 좋아지는 거래? 위험부담은 없대니? "

" 잘 모르겠어. 녀석은 걱정말라고 하는데, 어머님의 얼굴이 썩 좋지 않아.
   저번에 의사가 어머님께 병실 밖에서 따로 지나가듯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만일의 경우엔… "

" 만일의 경우? 뭐야?! "

지우형의 소리가 커졌다.

" 죽을 수도… 있나 봐요. "

" 뭐? "

" 아… 그러니까 만일의 경우. "

" 꼭 해야 하는 거냐? 수술. "

성원이 무거운 한숨을 토해낸다.

" 민국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대. 녀석이 원한 거예요. "

" 도박…이로군. "

지우형 말대로였다.
녀석은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올인(All In: 가진 전부를 거는 것)으로.

트럼프건 고스톱이건 잃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녀석이라고 해도…
이번 판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무슨 생각으로 녀석은 수술을 희망한 것일까…
무슨 생각으로.





5.

병실로 돌아왔을 때, 녀석은 몸을 일으켜 앉아 있던 참이었다.
앞에는 녀석의 저녁식사, 손도 대지 않은 식판이 그대로 놓여 있다.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녀석은 앉아 있었다.
때로는 서양인의 피가 섞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은 코가 그대로
두드러져 보이는 옆모습을 내게 보인 채, 녀석은 앉아 있었다.

잘 보니,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다.
이번에도 녀석이 좋아하는 Cardigans의 앨범을 듣고 있는 거겠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던…….

" 왜, 안 먹어? "

기척을 느꼈는지 이어폰을 빼고 쳐다 본 녀석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녀석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더니, 수저를 든다. 그리고 말했다.

" 지금… 막 먹으려던 참이야. "

하지만, 세숟갈도 채 못 먹고 녀석은 수저를 내려 버렸다.

" 역시…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까 식욕이 없어. 땡기지 않아. "

" 너, 계속 이런 식으로 안 먹는 거냐? 아니지? "

" 하… 설마. 몸이 불어나는 거 안 보여? 안 먹고 살찔 수 있다 생각해? "

" ……. "

녀석은 군살 하나없이 마른 몸매였던 입원 전보단 꽤 살이 쪄 있었다.
하지만…

이 자식, 날 멍청이로 아는 건가.
심장판막증의 증세 중 하나가 몸이 붓는 거라는 거… 모를 줄 알았어?

네 병에 대해 들은 그 날, 밤을 새워 의학사전을 뒤적였었단 말이다.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그냥 의학사전만 읽다가 밤을 전부 보내버렸단
말이다…

" 너… 왜 그래… 우는 거야…? "

" 씹새끼… 씹새끼… 내가 왜… "

난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슥 문질렀다.

" …시주야. "

조용한 음성으로 녀석은 날 불렀다.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란 말야…
그렇게 평온한 표정, 억지로 짓지 말란 말야…….

" 이리 와 봐. "

" …싫어. "

" 진짜 우는 거 아니면 이리 와 봐. 안 오면 우는 걸로 간주한다. "

…치사한 자식.

난 이를 악물고 녀석의 침대 옆으로 갔다.

녀석은 날 가만히 보더니 또다시 픽, 웃었다.
그러더니 말한다.

" 표정 진짜 우습다. …자식, 자존심 하난 죽이는구나. 널 첨 봤을 때는      
   후아… 사내 놈 중에도  청순가련형이란 게 있구나… 했는데.  
   표리부동이란 널 가리키는 말이냐? "

" 이씨… 죽인다… "

" 그래서… 입부서를 낸 거야. "

" 어……? "

무슨 말이지…? 하며 녀석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녀석의 팔이 내 목 뒤로 돌려져 나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기는가 했더니,
녀석의 입술이 내 입술에 와서 닿았다.

닿은 것만으로도 놀라서… 숨도 못 쉬고 있는 내 속으로 녀석의 혀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들어와 한바퀴 부드럽게 헤집더니 입술을 당기듯이
빠는 동작을 끝으로 물러났다.

" ……! "

격렬하다고까진 할 수 없는 키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대로 이성을 잃어버린 내 머리는 녀석의 뺨을
후려치고 있던 내 손을 미처 막지 못했다.

정신이 들어 보니 녀석의 뺨에 내 손자국이 벌겋게 나 있었다.


제길… 꼭 여자들이 하듯이 후려쳐 버렸어….

이건 녀석이 아프기 때문이야… 아프기 때문이라구…….
멀쩡한 모습으로 앞에 있었다면 뒤가 어떻게 되든간에
주먹을 날렸을 거라구…!


하지만 완전히 맛이 간 나와 달리 녀석은 달아오른 뺨을 한 채,
하나 구김없는 얼굴로 차분하게 뱉었다.

" 네가 매니저로 들어왔단 말 듣고서…. "

언제나의 일이다…
녀석에게 허를 찔린 것은.

녀석이 상대일 때는 이쪽이 아무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듯이  
보여도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는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참으로 교묘하고도 적극적인 공격이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다.

그게… 바로 녀석이다.
그래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했다.

얼굴이 새파래진 난, 녀석을 그대로 뒤에 놓아 둔 채 정신없이 병실 문을
빠져 나왔다.
등 뒤에 철제 식판이 바닥에 내던져지는 듯한, 약간 둔탁하고 큰 금속음
이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아아… 아아…… 씹새끼……!!!





6.

난, 또 밤을 새웠다.

이번엔 의학사전 따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침대에 청승맞게 웅크리고 앉아 꼼짝않고 밤을 보냈을 뿐이다.

성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연습에도, 녀석의 병실에도, 오지 않느냐고.
대충 둘러대고 끊었다.

눈을 뜨건… 감건… 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 그래서… 입부서를 낸 거야.

- 네가 매니저로 들어왔단 말 듣고서….

그 말을 할 때의 녀석의 눈… 지독하게 슬퍼 보였다…….





7.

" 아… 올 줄 몰랐네. "

수술날.

녀석은 병실문에 들어선 나를 보고 여전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지만
눈을 보고 난 녀석의 초조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얼굴도 핼쑥했다.

난 말없이 녀석의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화병을 집어다 물로 씻은 다음,
올 때 사가지고 온 백합 꽃다발을 꽃았다.

…훗. 역시 서툴다.
뭐… 괜찮아. 나중에 녀석의 어머니가 고쳐 주시겠지.

어머니는 병실에 계시지 않았다.
아까 마주쳤을 때 담당의사랑 얘기를 하러가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녀석을 잠시 부탁한다고도.

" …어때? "

간신히 그렇게만 물었다.

" 최악이야. 먹은 것도 없는데 혹시나 해서 관장까지 하고, 이것 봐,
   별로 있지도 않은 가슴털까지 다 밀었다…? "

녀석이 환자복 상의를 위로 뒤집어 보이며 씩 웃는다.
나도 웃었다.

" 긴장돼? "

" 어, 별루. "

" 난… 긴장돼. "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녀석을 똑바로 응시한 채로.
녀석이 눈을 내리 깔았다.

" …미안해. "

" …뭐가… "

" 알면서 그래. 뭐, 그냥… 미친 놈이라 생각해… "

녀석의 표정과 말투엔 공허함이 묻어 있었다.

" …진짜… 씹새끼다, 너……. "

이번엔 감출 수도 없었다.

아까 화병에 꽃을 꽂을 때부터 고이기 시작했던 눈물이 마구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을 만큼의 속도로… 그대로, 내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 ……시주야. "

녀석의 말에 대꾸도 않고 녀석 쪽으로 걸어갔다.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상관없다.
녀석이 어디 있는진 아무리 짙은 어둠 속에서라도 금새 알아차릴 수 있는
나이므로.

녀석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눈을 가려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그런 존재.

녀석의 얼굴을 당겨 가슴에 붙였다.
그리고… 이마에 입술을 댔다.

그런 나를, 녀석은 가만히 팔을 뻗어 끌어 안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 고마워……. "

소독약 냄새…

언제나 젊음이 가득 배어 있는, 진한 땀냄새를 풍기며 배트를 휘두르던
녀석의 몸에선 땀냄새 대신 생소한 느낌의 소독약 냄새가 났다.





8.

" 기다릴께. "

환자를 실어 나르는 카트로 옮겨진 녀석에게 그렇게만 한마디 했다.

녀석은 탁자를 가리켰다.
탁자 위엔 녀석의 체스 말 한개가 놓여 있었다.
항상 쓰는 흑색의 퀸이 아까 내가 둔 화병 옆에 세워져 있는게 보인다.

" 너 가져. "

그리고 녀석은 빙긋이 웃었다.

멋진 미소였다.

녀석이 입부서를 들고 왔을 때 빙긋이 웃던 그 미소… 처음부터 끌렸었다.
처음부터… 끌렸었다.

수술실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서야 녀석의 병실로 돌아온 나의 눈에
그 흑색의 퀸이 아직도 탁자 위에 얌전하게 서 있는 것이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니 녀석의 퀸은 한장의 CD위에 올려져 있었다.
녀석이 좋아하는 Cardigans의 앨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던…….

플레이어에 CD를 끼우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Carnival>이 흘러 나온다.

니나의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했었지.

I will never Know
'cause you will never show
come on and love me now
come on and love me now

녀석의 퀸…
녀석은 지금 자신의 퀸을 던져가며 이번 게임에 승부를 건 것이다.

Carnival came by my town today
Bright lights from giantsheels
fall on the alleyways
and I'm here by my door
waiting for you

상당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킹을 잡기 위해.

I will never Know
cause you will never show
come on and love me now
come on and love me now

수술… 그리고 나란 별볼일 없는 녀석.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단 말의 의미, 처음 깨달았다.

I hear sounds of lovers
barrel organs, mothers
I would like to take you
down there
just to make you mine
in a merry-go-round

나는… 알고 있다.
녀석의 도박은 성공할 것이라는 사실….

나… 이제, 녀석의 도박에 동참하려 한다.
녀석의 퀸을 받아들여 내 킹을 내주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내 문 앞 이 자리에 서서 널 기다릴 것이다
(and I'm here by my door waiting for you).

다가올… 녀석과의 축제(Carnival)를 기다릴 것이다.

I will never Know
cause you will never show
come on and love me now
come on and love me now
Carnival came by my town today…



정아름   2004/12/18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인거 같아요^^ 헤헤

세잎클로버   2004/12/29

아..왠지 만화처럼 장면장면이 상상이 되는것 같은걸요^^

violet   2005/07/03

조용히(?) 마음속에 들어오는 글 같아요.. 거기에 예쁜 보라색 글씨... 후훗... 더 빠져들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하난   2005/11/02

슬픈예감이 드는건 내가 마이너스적인 인간이라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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